음악을 만드는 예술가가 과학을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생소하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과학에 대한 지 식이 풍부해야만 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12살 때 ‘헤일-밥 혜성’을 처음 본 순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릴 적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거 리는 별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웠습니다. 커다란 혜성은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았죠. 혜성처럼 우주를 여 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매일 우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천문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선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했으나 저는 머리가 그 정도로 뛰 어나진 않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눈물을 머금고 천문학자의 꿈을 포기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 음 악이었고, 결국 지금까지 음악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주나 과학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었지요. 시간이 날 때마다 우주, 과학 관련 도서를 구매해 읽었습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 뿐이었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칼 세이건의 <코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 중 ‘코스모스란 생명의 음악을 기술하는 악보’라는 문장을 발견했 습니다. 우주를 음악으로 이해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책에 나오는 몇 가지 문장들을 바탕으로 제가 상상하는 우주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2010년 12월, 첫 번째 전자음악 앨범 <cosmos>를 완성 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강연을 통해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없고 이공계열 출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과학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2013 10월의 하늘] 강연 소개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