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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일본 미나마타에서 열린 독성금속워크숍에 참석한 NGO활동가
들의 전체 사진, 참석자들은 “미나마타 피해자들을 존중하라”는 동일한 티셔츠를
함께 입었다.

일터
26

경
제발전 위해 희생 수만 명의 삶
을
된

특집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에 걸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주최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이 화려한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미나마타 시민회관 한구석에서도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
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미나마타병 피해 주민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환경오
염과 지역사회의 피해에 맞서온 28개국 36개 단체의 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나흘 동안 중금속
문제에 대한 워크숍과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포지엄, 그리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견학으로 이어진
이 자리에 한노보연도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조
금이라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번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03

“전태일처럼 못해도... 도움이 되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外
l 연아, 푸우씨

06

지금지역에서는

건강은 기본적 권리!
“영세 중소 인쇄·제화사업장 안전보건관리 개선을 위한 성동지역 토론회” 열려

10

노동시간 세미나노트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l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13

연구소 리포트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2) l 한노보연

18

칼럼

한노보연의 미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l 김정수

21

노동시간이슈생각하기

누구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인가? l 노동시간센터(준)

24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노동자건강이야기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l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34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지하철계의 막장, 나는 도시철도 기관사입니다. l 최민

38

문화읽기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 2013 이용석 가요제 참가기 l 푸우씨

40

현장의 목소리

작업중지권이 꼭 필요한 이유 l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 하해성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이러쿵저러쿵

한노보연 마라톤(!) 동호회 run KILSH를 소개합니다 l 최민

46

사진으로 보는 세상

Stop 돈벌이병원! Start 착한병원! l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조직
부장 우지영

47

성명

삼성반도체 백혈병 故김경미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 모두의 염원을 짓밟는 근로복지공단은 해체하라.

48

2 ․

뉴스

후원

1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권 118

2013.11

만난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전태일처럼 못해도... 도움이 되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외근 가전제품
수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지난달 협력업체 사

동료들에 따르면 숨진 최씨는 1인 시위등 노

장의 욕설 녹취록 공개 당사자다. 그는 녹취록

조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AS수리

공개 이후 회사 쪽의 표적 감사를 받고 있었다.

에 대해 고객의 불만신고가 접수된 것과 관련해

10월 31일 지회 천안센터분회의 조합원인 최

센터장에게 심한 질책을 들은 뒤 괴로워했던 것

종범(32) 씨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자신의 고

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와 센터장이 통화한

향인 천안시 직산읍 소재 한 마을에서 숨진 채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센터장은 욕

발견됐다. 발견 당시 최씨는 부모가 거주했던

설과 함께 “고객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리든지 하

집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 있었다.

지 왜 차장이 가서 (고객 앞에서)무릎 꿇게 만

천안 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승용차 안에서는 최

드느냐. 내가 무릎 꿇을 상황이 온다면 너도 나

씨가 태운 것으로 보이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하고 같이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최씨의 시신은 천안 성거읍 천안장례식장으

또한, 지난달 25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업

로 옮겨졌다. 유족으로는 요양소에서 지내고 있

무감사를 받으면서 회사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

는 노모와 아내, 생후 1년 된 딸이 있다. 최씨

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서비

는 지난 30일 밤 10시 19분 모바일 SNS상에서

스의 업무감사에 대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분회 조합원들과의 단체 대화를 하다가 자살을

지회는 “분회간부와 핵심조합원들을 상대로 표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연락이 끊겼다.

적감사를 하면서 노조탈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

반발했다.

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

경제적인 어려움도 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 천안센터는 부산 동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

래·부산 해운대·포항·아산센터 등과 함께 지

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

난달까지 서비스지역의 절반 정도가 본사로 이

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쪽은

관되면서 일감과 급여가 대폭 삭감된 곳이다.

회사의 업무 압박과 저임금 등으로 인한 ‘감정

천안센터분회에 따르면 조합원 대부분은 이달 5

질식’ 때문에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

일 받은 9월 급여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일부 지역 센터의 서
비스지역을 회수하거나 다른 센터로 이관하는

죽음을 택한 이유

것은 해당센터의 ‘미결건수’가 많다는 이유에서

l 일터 l ․ 3
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들이 맺은 도급

평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 온 최씨는

계약서에 따르면 지역 센터가 미결건수·고객

회사 측에 산재신청을 위한 증명서 발급을 요청

불만 증가 등으로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거나 차

했지만 거절당했다. 사건 당일에도 금속노조 한

질이 예상될 경우 본사나 다른 지역 센터가 업

국지엠지부 동서울정비센터분회장과 함께 센터

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서비스지역을

소장실을 찾아가 산재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이

뺏긴 지역 센터는 모두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

어 “자꾸 산재처리를 요구하면 보직전환을 하고

지회 소속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사업장들로 조

임시직으로 발령하겠다”는 소장의 말을 들은 최

합원 조직률이 높고 지회주요간부들이 배출된

씨는 사무실을 뛰쳐나갔다가, 40분 뒤에 돌아와

곳이다.

분신을 시도했다.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와 동서울정비센

열사정신 계승하자

터분회는 31일 대책회의를 열고 센터 소장 사퇴

이에 지난 11월 9일 금속노조 수도권 노조간

와 한국지엠 사장의 공개사과, 최씨의 건강회복

부와 조합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연대

을 위한 조치를 회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단위 등은 오후 10시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
집결해 최종범 열사 추모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1천여 명의 집회 참
가자들은 삼성 측에 최종범 열사에 대한 사과와

과로사 산재승인 70%에서 30%로 급락

노조파괴 중단, 불법파견 철폐 등을 요구했다.
또한, 다음날 10일 ‘최종범 열사 추모 및 삼성

- “2008년 산재보험법 개정 뒤 급감”

규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과로사에 대한 산재 승인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뇌혈관질환·심장
질환 산업재해 승인율이 2004년까지 70%대를

산재 신청 거부에 항의,

유지하다 5년 새 30%대로 급락했다. 과로사에

한국지엠 조합원 분신시도

대한 정의와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지난 30일 오후 2시께 서울 성수동 한국지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은 95년부

최아무개

터 올해 6월까지 18년간 뇌혈관·심장질환으로

(41)씨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사망한 노동자들의 과로사 실태 분석 결과를 10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최씨가 분신을 시도하자

월 28일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로사

주위 동료들이 불을 끈 뒤 서울 영등포 한강성

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본의 과

심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게 했지만 위독

로사 인정기준을 적용하여 분석했다. 예컨대 장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상체를 중

시간 업무에 의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과

심으로 전신 64%,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로사로 분류했다.

동서울정비센터

4 ․

통권 118

2013.11

소장실에서

노동자
조사 기간 뇌혈관질환·심장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1만 3천88건이었다. 이 중 산재
승인 건수는 7천578건(57.9%), 불승인 건은 5천
510건(42.1%)으로 나타났다. 97년 91.7%를 기
록하던 승인율은 2004년까지 70%대를 유지했
다.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승인율은
2009년 30%대로 추락했다. 불과 5년 새 반 토
막이 난 것이다.
과로사 산재승인율이 급감한 이유는 2008년

2006년 65%대였던 근골격계 산재승인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뇌·심혈관계

현재 45%대로 급감한 상태로, 근골격계 직업병

질환 판단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

인정기준 개선의 필요성은 지난 3년간 운영된

다. 2008년 49.7%이던 승인율은 이듬해인 2009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을 위한 노사정TF’

년 34.7%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이하 노사정TF)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줄곧 30%대에 머물렀다.

노사정TF의 논의결과로 시행령을 통해 올해 7

특히 4월과 12월 오전 시간에 40대 제조업

월부터는 그간 무차별 불승인이 되어온 퇴행성

노동자의 과로사가 가장 많았다. 전체 신청사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성을 평가

중

하여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상태이다.

제조업이

3천25건(23.1%),

관리수리업

(19.1%), 건설업(13.0%), 기타서비스업(11.4%),
운수업(1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현장에 실질 적용하기 위한 조사도구가
바로

신체 부담 작업을 조사하고 객관적 기준

지난 18년간 가장 많은 산재신청을 한 연령

을 마련한 개선안인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

대는 40대였다. 전체의 31.2%(4천84건)에 달했

로, 개선안의 핵심은 신체부담 작업을 객관적인

다. 뒤를 이어 50대·60대 이상·30대 순이었

지표를 통해 조사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다. 반면 산재승인율은 30대가 가장 높았다. 과

그러나 최근 경총이 근골격계 현장조사 재해

로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달은 4월과 12월

시트의 개선을 거부하며, “현실적으로 너무 많

이었고 시간대는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였다.

은 노동자가 근골격계 산재요양을 나갈 것이고,
사업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노사정TF를 박차고 나갔고, 이에 노동
부도 경총을 핑계로 재해조사 시트 개선을 거부

민주노총,“근골격계 현장 재해조사
시트 즉각 개선”요구하며 농성돌입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체부담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 판정으로 많은 노동자가 산
재불인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무기한 농성을

지난 11월 5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근골격

이어가고 있다.

일터

계 현장 재해조사 시트의 즉각 개선’을 요구하
며, 민주노총이 농성에 돌입했다.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연아, 푸우씨

l 일터 l ․ 5
건강은 기본적 권리!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선언 기자회견 진행

한노보연 푸우씨

지난 10월 23일 11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경기이주공대위가 주
최한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
선언과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촉구 기자
회견’이 진행됐다.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선
언(이하 권리선언)은 2012년 하반기 부
산․울산․경남지역에서 진행한 이주노동자
건강권 선언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차
<사진출처> 경기이주공대위

원에서 모색된 것으로, 경기이주공대위

가 2013년 초 워크샵을 열어 주요사업으로 채택하며, 올 한해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이다.
경기이주공대위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달에 걸쳐, 수원, 안산, 오산, 군포 등 이주민
센터 방문과 주요 이주공동체 행사에 참여해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자국어로 직접 엽서에
담아 노동부에 전달하고자 하는 권리선언을 진행해 왔다.
이번 수합된 권리선언 엽서는 총 127부로, 번역된 77부에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일하면서 어깨, 허리, 가슴, 다리 등이 아프다. 22건(근골격계)”
“공장에서 취급하는 각종 약품들로 인해서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고, 메스껍다.
14건(화학물질 노출)”
“안전화를 주지 않는다. 마스크를 주지 않아서 먼지와 약품 등에 그냥 노출된다. 안전
모를 주지 않아서 사고 날까봐 겁난다. 12건(안전장비 미지급)”
6 ․

통권 118 2013.11
“공장이 너무 더럽다. 기숙사가 컨테이너라 너무 힘들다. 10건 (물리적환경)”
“일상적으로 관리자와 동료들이 외국인이라고 폭언을 한다. 9건(폭언)”
“휴게실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한국인은 쉬는데, 이주노동자는 쉬지 못하게 한
다. 6건(휴게공간, 휴게시간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퇴직금도 주지 않는다.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 4건(임금체불 등)”

경기이주공대위는 권리선언에 담긴 일부 번역물의 내용을 통해 확인한 이주노동자 노동
조건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채용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를 촉구했다.
경기이주공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실을 통해 권리선언 내용을 전달하며 미번역
50부에 대해서는 노동부의 번역과 번역내용에 대한 공개, 실태조사 계획 등을 담아 11월 15
일까지 확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

“영세 중소 인
쇄·제화사
업장 안전
보건관
리
개
선을 위한 성
동지역 토
론회” 열
려
한노보연 재현

지난 11월 12일(화) 오후 3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성동근로자복지센터, 건강한 일
터·안전한 성동 만들기 사업단 (이하 사업단), 국회의원 최재천, 심상정 의원실이 공동주관
한‘영세 중소 인쇄·제화사업장 안전보건관리 개선을 위한 성동지역 토론회’가 열렸다. 건강
한 일터·안전한 성동만들기 사업단은 50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이 다수인 서울 성수동에 위
치한 성동 공단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토론회 첫 번째는 ‘인쇄·제화 사업장 화학물질(세정제) 조사사업 경과보고’였다. 이번 조
사사업은 작년 7월 일본에서 디클로로메탄, 1,2-디클로로프로판 물질을 주로 사용하는 인쇄

l 일터 l ․ 7
업종 노동자들의 집단 담관암 발병과 사망사고를 계기로 인쇄·제화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
는 성동지역 또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진행한 것으로, 작년
10월 한 달 동안 21개 사업장, 51개의 샘플 시료 채취 및 담관암 유발물질 분석․ 조사 건강
증상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이어 올해 3월 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토론회, 한일 심포지
엄,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등이 전개됐다. 이러한 성과로 고용노동부는 7월과 8월
우선 을지로, 성수동 지역 인쇄·제화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확답했다. 그리
고 이번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여 향후 사업계획을 함께 나누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돌
연 토론회에 불참하여 고용노동부의 진정성이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두 번째 순서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쇄·제화 화학물질 관리 방안과 지역사회 알권
리’에 대한 일과 건강 현재순 연구원의 발표가 이어졌다. 조사 결과 성동 공단은 일본에서
발견한 담관암 유발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보다 독성이 더 강한 1급 발암 물질
인 벤젠이 37개, 신경독성 물질인 톨루엔이 33개,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는 노말헥산이 22개
제품에서 검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 디클로로메탄 보다 독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도 세척제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톨루엔이 한국에서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다. 벤젠도 마찬가지로, 0.1% 기준
을 초과하는 제품은 없으나, 현장에서 관리기준으로 보는 0.01%를 초과하는 제품은 50%가
넘었다. 또한 사용 중인 유해물질의 제조사 확인이 가능한 제품이 30%에 머물렀으며, 같은
제품이지만 함량 차가 2배 가까이 나고 있었다. 실태 조사 대상 사업장은 모두 국소배기장
치가 전혀 없었으며 그나마 창문이나 팬이 있는 사업장도 17곳에 불과했다. 보호구 지급 또
한 부실해서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가 34%에 달했다.
이에 정부를 대상으로 개선 대책 요
구안이 발표됐다. 첫 번째는 인쇄 제화
업종 세척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실시, 두 번째는 안전한 산업용 세척제
가이드라인 마련, 세 번째는 인쇄 재화
업종 담관암 포함 직업성 암 재해자 조
사와 산재보상을 실시, 마지막으로 디클
로로메탄과, 1-2디클로로프로판 사용현
(사진촬영: 흑무)

8 ․

통권 118 2013.11

황에 대한 추적조사 실시이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화학물질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첫 번째 산업용 세척제에 대한 가
이드라인 마련, 두 번째 화학물질 판매유통관리를 통한 제품실명제 추진, 세 번째 안전한 세
척제 대체지원을 위한 조례제정을 추진이 제안됐다. 네 번째로 환기시설과 보호구에 대한 개
선 사업을 위해 안전보건공단이 인력 및 재정을 마련할 것, 다섯 번째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보건교육 방안을 마련, 주민 감시단 구성과 법/조례 제정이
다. 마지막으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 예방과 사후 관리를 위해 근로자 건강센터
유치가 제안됐다.
토론회 마지막에는 인쇄·제화 노동자의 생생한 현장 증언이 이어졌다. 증언자로 나선
인쇄노동자는 인쇄업의 경우 24시간 기계가 돌아가기 때문에 매일 같이 유해화학물질을 마
시고 있고, 냄새가 굉장히 심각지만 무감각해져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곧 잘 잃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과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모르며, 마스크 등 보호 장비 또한 지급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에 미달된다고 하지만 몇 십년 동안
일하면서 누적 된 게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쇄업에 비해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제화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30년간 일하면서 기억
력 상실, 조기치매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화 사업장의 경우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 장시간 노동을 하다가 과로사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또한 법
적으로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4대 보험가입이 어렵다
고 했다. 그로 인해 산재 인정을 받는 것 또한 어렵고 퇴직금, 임금 체불 또한 빈번하게 발
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팔, 팔목,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동 공단이 있는 서울 성수동은 주거 공간과 공장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또한
대부분 사업장이 50인 미만의 중소 영세 인쇄·제화 사업장이고, 일하는 노동자의 30~40%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유해물질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뿐 아니라 성동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지역 주민이 관
심 갖고 열악한 현실을 바꿔낼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모아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애쓰고
있는 건강한 일터·안전한 성동 만들기 사업단의 활동에 주목하자.

일터

l 일터 l ․ 9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이번 호에는 지난 10월 30일에 진행한 6번째 세미나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이번 세미나 주
제는 “일-삶의 균형과 시간 주권”이었지만, 지난 5번의 세미나 논의를 아우르는 종합 토론이었다.
참고한 자료는 다음의 4가지이다.

신경아. 2009. 「일-삶의 균형과 노동시간」.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16호.
안정옥. 2010. 「시간의 탈구와 일상의 비참 : 울산 자동차 노동자의 사례」. 『사회와 역사』 88집.
박태주. 2011. 「장시간 노동이 일과 삶의 갈등에 미치는 효과 :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생활실태조
사를 중심으로」, 『산업노동연구』 17권 2호.
제이콥스·거슨. 2010. 『시간을 묻다 : 노동사회와 젠더』. 한울.

노동시간 단축의 기준 : 하루 혹은 1주일?
먼저 노동시간 단축에 있어 하루를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주당 혹은 연간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 논의는 지난 세미나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져 왔다. 하루 노동시간의 단
축은 장시간 노동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며 특히 여성 노동자의
이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소비 집약적이 아니라 여가의 ‘문화적’ 향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주말이나 휴가와 같은 연속된 여가는 현실적으로 더 실현 가능한 방법
이고, 현재의 사회적 조건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좀 더 적응하기 쉽다는 점에서, 또 삶의 ‘재충전’
을 위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처럼 연속된 여가 확보와 하루 노동시간
단축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고 쉽게 우열을 가를 수 없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밀접
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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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단축! Yes or No?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방법론과 전략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시간
노동의 단축 그 자체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아니면 단축의 원칙과 지향을 동시에 고려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논의는 사람들의 인식/욕구가 어떻게 발생하
고 발달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원론적인 차원에서부터 현재 한국에서 도입되었거나 도입 예정인
정책들에 대한 구체적 평가의 차원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먼저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먹는다”파가 있다. 이들은 사람들의 인식/욕구가 발달하는 과정에
서 ‘발생’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았다. 현재 한국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
든 기형적인 구조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당연하고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현실을 벗어난다는 상상력조차 봉쇄된 상황에서 돈 이외의 가치에 대해 노동자들이 관심
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그 자체만으로 그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돌
파구를 만들어낸다. 비록 단축의 과정에서 임금이나 노동강도 등의 쟁점에서 손해를 볼지라도,
단축의 결과 얻어진 자유시간의 확대는 자신을 돌보고 가족과 함께하며 공동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시간의 확대는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인식지평이 넓어지고 삶의 여러 가치에 대한 욕구가 발달할 것이다.
반면 “조삼모사”파가 있다. 이들은 시작 그 자체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더 관심을 가진
다. 시작할 때의 내용은 단순히 그 시작의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경로의존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만약 단축 과정에서 임금이나 노동강도 등의 쟁
점에서 손해를 본다면, 그러한 논리가 이후에도 한국의 노동시간체제를 구성하는 작동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러한 손해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선호를 퇴색하게 하여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의 추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까지 가진다. 단축의 결과 얻어
진 자유시간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확보되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현실의 쟁점들
이 두 입장의 차이는 구체적인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을 살펴보자. 한쪽에서는 현대차 사례가 나쁜 선례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현대차가 교대제
전환을 선도했던 만큼, 현대차의 구체적 제도 그리고 전환과정의 논리는 단순히 개별 기업 차원

l 일터 l ․ 11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제조업 차원으로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 제조업 대부
분이 현대차보다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더 열악하다는 점에서 현대차 사례는 최대치가 되고 만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현대차 사례가 가져온 변화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현대차의 이번 선거에서
거의 모든 후보는 8시간-8시간 교대제를 요구했다. 한번 시작된 노동시간 단축의 흐름이 계속해
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울러 현대차의 교대제 변화는 다른 제조업의 교대제 전환을 추동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현대차에서 그리고 다른 제조업에서도 주야 맞교대의 장시간 노
동체제는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다른 사례들도 살펴보자.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GM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노동강도다. 현재 한국GM의 편성효율이 현대차보다 더 높아서 노동강도가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만약 현대차처럼 교대제 전환 후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들이 버티기 힘
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교대제 전환은 해야 할까? 전환 이후 노동자들은 주어진 현
실에 순응하거나 예전의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는 것을 택할까? 아니면 노동강도를 낮추는 투쟁을
택할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노동에 대해서도 입장은 갈린다. 정부의 정책이 많은 문제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 정책 시행 자체를 반대할 것인지에 대해서
는 의견이 나뉜다. 예컨대 시간제 공무원을 운동의 주체로 사고한다면 그리하여 그들이 문제점들
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정책 시행을 환영할 수 있다. 아울러 그들의 존재는 역설적
으로 열악한 조건에 있는 풀타임 노동자들의 현실을 부각할 것이다. 반대로 시간제 노동은 노동
자들의 불만과 희망을 기만적으로 해결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와 사회복지제
도에 대한 욕구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개인들은 현실에 순응하여 그 속에서 최선
을 다할 것을 요구받는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현실을 바꾼다
는 것은 무엇인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실을 바꾸는 원동력은 무엇인
가. 과연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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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2)
*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 결과를 [일터] 9월·10월호와 11월호에 걸쳐 연재합니다.

III. 설문조사 결과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
1) 수면장애(일터 9·10월호)
2) 사고 위험; 교대근무자, 사고 경험 2배 높아
- 설문 참여자의 79.4%는 한 번 이상 사고로 다쳤거나 다칠 뻔한 경험이 있었다. 교대근무자
의 54.9%가 이런 경험이 있어 주간고정의 27.5%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밤
근무 중에 아차사고 및 사고로 다친 횟수가 2.06회로 다른 근무형태 및 근무시간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신체 리듬 교란과 수면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당연히 커지고 야간노동을
하면서 빈번해지는 아차사고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3) 다른 건강문제들
질병
위염 및 위(십이지장) 궤양
역류성 식도염
고혈압
불면증
만성 불안 및 우울증
당뇨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뇌출혈․뇌경색)
기타

빈도(명)
684
492
465
373
141
118
94
34
82

백분율(%)
30.0
21.6
20.4
16.4
6.2
5.2
4.1
1.5
3.6

<교대근무 이후 진단받은 질병>

- 교대근무 이후 진단받은 질병 중 위염, 소화성궤양(30.0%), 역류성 식도염(21.6%) 등 소화
기계 질병의 유병률이 특히 높았다.
- 2011년 금속 수면연구와 비교할 때 위염,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뇌졸중 등 모든 질병에서
이번 연구 설문참여자의 유병률이 높았다. 양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에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철강 노동자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협심증,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이 일반 인구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것으
로 드러났는데, 이는 교대근무, 야간노동, 직무 스트레스, 작업환경(고온, 소음), 높은 소진감
등 유해 노동 환경에 철강노동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l 일터 l ․ 13
5. 노동 강도
1) 지금 하는 일, 얼마나 힘드십니까?
- 보그 점수는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계량화한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의 평균 보그
점수는 12.6점으로 ‘힘듦’에 가까운 수준이고, 13점 이상으로 ‘힘듦’ 혹은 ‘매우 힘듦’에 해당
하는 경우는 46.8%에 달했다. 교대근무자들에서, 특근횟수가 많을수록, 한 달 노동시간이 길
수록, 제강이나 공무 업무를 하는 경우 보그점수가 높아졌으며, 지회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
었다.

보그점수
약함(6-9)
5.7

31.9

4 7.6

14.9

중간(10-12)
힘듦(13-15)

0%

20%

40%

60%

80%

100%

매우힘듦(16-20)

<설문 참여자의 보그점수>

2) 업무 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 ‘항상 지친다’와 ‘종종 지친다’를 묶어보면 설문 참여자 중 58.3%는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로,
50.5%는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로 업무를 마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
들 대다수가 생산직인데도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더 많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소진감을 느끼고 있는 까닭은 현장 품질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늘
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또, 여럿이 일할 때 오히려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지치고, 나이가 젊고 직위가 낮을수록
그 소진감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일상 노동과정에서 일체감을 확인하고
공동의 필요에 기초하여 힘을 모으는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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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1위 교대근무, 2위 장시간 노동(잔업, 철야), 3위 설비 등
작업환경 문제(교대노동자)나 과도한 업무량과 다기능화(주간고정노동자)였다.
0.0%

10.0%

20.0%

교대근무

30.0%
27.8%

철야, 잔업 등 장시간 노동

19.3%

작업환경의 문제

12.7%

과도한 업무량과 1인 업무다기능화

12.5%

절대적인 인력 부족

9.2%

인간공학적 요인

8.8%

고용불안

6.0%

고령화를 고려하지 않는 업무배치
기타

2.9%
0.7%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 (세 가지 선택)>

4) 적정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설문 참여자들은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5% 정도가 적절한 업무량이라고 평가하고 있
다. 야간에는 그보다 10% 정도를 더 줄여야 심각한 피로를 겪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답했
다. 또 현재 부서 인원보다 30%가량 더 늘어야 적절한 인원이라고 평가했다.

6. 교대 근무의 문제점
1) 교대 근무, 뭐가 문제냐구요? 건강! 건강!! 건강!!!
- 철강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의 문제점으로 선택한 것은 생체리듬 파괴(35.4%), 수면부족/수면
방해(26.8%), 건강문제(23.2%) 순으로 건강 관련 문제가 대부분(85.4%)을 차지했다.

l 일터 l ․ 15
2) 초과노동(잔업, 특근, 대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초과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 37.2% +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 19.1%)가 업무 관련 이유(‘내가 빠지면 전체 작업이 중단
되므로’ 22.2% + ‘물량이 많아서’ 17.6%)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나이별로는 30, 40대에서 ‘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의 응답이 높았고, 20, 30대
에서는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라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
움과 철강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 현재의 교대근무를 다른 형태로 개선한다고 했을 때 무엇이 중요하나요?
- 임금, 노동 강도, 고용 안정, 심야노동 축소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어느 것 하나도 놓쳐서
는 안 된다는’ 고른 문제의식을 보여 교대제 개선 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5
노동시간단축을빌미로 임금이삭감되는 것을막아야한다
교대제전환으로 노동강도가높아지는 것을막아야 한다
교대제전환을 빌미로비정규직이 확산되는것을막아야한다
연속되는야간근무 일수를줄여야 한다
야간근무횟수를줄여야 한다
인력충원을 통해교대조를 늘리는 것이필요하다
하청노동자들도 같이전환되어야 한다
한달동안의휴일수가늘어야 한다
하루노동시간이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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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6.56

6.4
6.36
6.19
6.17
5.98
5.84
5.73
5.31
IV. 제언
1. 교대제로 인한 건강문제 실태 파악 및 대책 수립
- 설문조사에서 철강 노동자들의 불건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확
한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내 보건
관리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1) 교대제 위험은 제거 불가능.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선은 가능!
- 철강사업장의 근무 일정은 야간근무가 낮이나 저녁근무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며, 연속 야간
근무가 5일이나 된다. 이는 교대제 가운데에도 악영향이 더 큰 형태이다.
몇 가지 개선이 가능하다. 첫째 야간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여 야간작업 중에 느끼는
불편함이나 건강의 유해 요인을 줄여야 한다. 둘째, 조를 늘리면서 2~3일 주기의 빠른 순환
으로 전환하고, 순방향(아침반→저녁반→야간반)으로 바꾸며, 야근한 날짜만큼 휴일을 보장하
는 방안도 있다.

2) 실노동시간 단축이 관건
- 교대제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 노동시간
의 단축이다. 이번 설문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잔업을 포함한 1일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
간을 초과하고 있고, 여기에 대근, 특근 등 추가적인 노동시간이 더해져서 한 달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실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 이하로 줄이고,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도 함께
제한하여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3) 노동강도 완화는 반드시 필요
- 현재의 교대근무를 개선할 때 ‘노동강도 강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였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며, 설문 참여자들은 30%의 추가 인력
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교대제 개선은 노동강도도 함께 줄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3. 교대제 개선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와 힘을 모아야
- 현장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현장의 다양한 이해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을 이루
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의 이해는 부서별이나 나이별로 다를 수 있고, 심지어 현실상
황이나 제약 때문에 실제 필요가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야간노동 최소화의 원칙, 하루 노동시간의 단축 등 교대제를 왜 개선하려고 하는
지를 곱씹으며 조합원 교육과 토론/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요구들을 다듬어가는 것이 필요하
다. 이를 위한 본조, 지부, 지회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

l 일터 l ․ 17
한노보연의 미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노보연 소장 김정수

지난 10월 24일 회원, 후원회원,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동지 여러분들을 모신 가운
데 한노보연 10주년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참석해 주신 동지들께 그리고 참석하
지는 못했지만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일 행사 프로그램
중에 있었던 ‘연구소 전망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일터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한노보연은 지난 2003년 10월 24일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10년간 노동안전보건운동에 매
진해 왔습니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 하이텍 투쟁, 심야노동 철폐
투쟁, 반올림 투쟁 등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중요한 노동안전보건투쟁에서 한노보연은 늘
중심에 있어왔다고 자부합니다.
한노보연이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 굳건히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
여, 상임회원과 비상임회원의 상호보완적인 관계, 새로운 운동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회원들
의 회비를 바탕으로 한 독립적이고 안정정적인 재정 운영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하지만 운동적 관계가 축소되어 가고, 전체 회원 수에 비례한 실동 회원의 수가 정체
되고, 목표로 했던 운동적 실현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지점입니
다. 이런 상황에서 한노보연에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로운 조직적 활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 되었고,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이라는 우리의 오래된 지
향과 지역과 국제연대라는 우리의 새로운 지향을 이정표 삼아 고민을 시작해 보기로 하였습
니다.
지난 몇 년간 전망에 관한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전망 모임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2011년에는 ‘중장기 조직전망 마련’을 조직운영기조의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하고 전
망 모임을 이어 나갔습니다. 2012년에는 “십년 뒤 나는? 십년 뒤 우리는?”이라는 주제로 총회

18 ․

통권 118 2013.11
사전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회원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전망을 보다 구체화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순회 토론을 진행하며 노동시간센터(준)을 발족했습니다. 올해는 총회
에서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과 준비위원회 구성을 확정하고 추진키로 하고 지역별 회원
토론을 추가로 진행하였으며 국제연대 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연구소의 첫 번째 전망은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입니다.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지역과 현
장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자 하는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는 노동안
전보건운동의 물적 토대 강화, 의료기관을 활용하여 지역 활동 강화 등을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 설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설립 후 5년 이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종합건강검진센터, 보건관리대행기관을 갖춘 지역 노동안전보건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고, 설립
후 10년 이내에는 전국 노동안전보건센터를, 설립 후 20년 이내에는 아시아 노동안전보건센터
를, 설립 후 30년 이내에는 노동안전보건 전문 인력 양성도 가능한 국제 노동안전보건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운동의 확대발전, 새로운 주체의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연구소와는 독
립적인 기관으로 설립하고자 하며,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일하
는 모든 사람이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핵심적인 기능은 진료
와 연구, 활동이 될 것입니다. 현재 경기도 평택의 안중 지역에 설립을 추진 중으로 재원은
기금을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데 목표는 10억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기금마련에 들어갈 예정입
니다. 동지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릴 연구소의
두 번째 전망은 노동시간센터
(준)입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노동시간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통해 심야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의 이데올로기
생산과 사회화를 목표하며, 자본
의 노동시간 기획에 대한 분석
을 통해 노동의 대안을 마련하
고, 전문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

l 일터 l ․ 19
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 달에 한번 정기모임과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 도입 이후 조합원의 삶의
질, 건강영향 평가 연구’와 금속노조 철강분과 ‘철강업종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를 진행
했습니다.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 관련 연구는 이번 11월에 진행된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하나의 세션으로 묶어 발표했고, 11월 23일에 예정된 한노보연 현장연구 나눔마
당을 통해서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 보다 본격적인 현장연구와 사회화, 활동에 돌입
할 노동시간센터(준)에 동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연구소의 세 번째 전망은 국제연대입니다.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
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은, 석면추방운동과 반올림 활동을 계기로 시
작되었으며 유해산업의 세계화에 맞서 평등한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고자 활동하고 있습니
다. 현재 ABAN(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ANROEV(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 권리를 위한 네트
워크), ICRT(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례 모임 참가, 활
동교류와 투쟁현안 연대, 국제사안에 대한 공동대응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는 아시아 일부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운동주체와 일상적인 교류, 공동사업을 안정화하는데 보다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런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
습니다. 앞으로 연구소는 전망 기획을 실현하는 인큐베이터 혹은 허브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
실해야 할 것이고 전국적인 수준에서, 전체 운동의 측면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전략을 제시
하고 실천하는데 보다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한노보연이라는 나무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우
리의 꿈이 꼭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 확신의 근거는 단 하나입니다. 이 꿈을 실현하
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거는 동지들이 있고 이 꿈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입
니다. 연구소 해체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20 ․

통권 118 2013.11

일터
누구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인가?
노동시간센터(준)

지난 11월 13일,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인 '시간제 일자
리'의 구체적 추진 계획을 내놨다. 당장 내년부터 2017년까지 16,000여개의 시간제 일자
리를 공무원(4천명), 교사(3천5백 명), 공공기관(9천 명) 부문에서 만든다고 한다. 또 민간
기업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 중소기업에 국
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전액을 2년간 지원하고, 시간제 근로자
의 개인별 근로시간과 소득에 따라 사회보험이 적용되도록 현행 사회보험제도 개선 방안
도 강구한단다.
삼성도 이에 발맞춰 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시간 선택제 채용 공고를 내고 하루 4
시간 또는 6시간만 근무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제 노동자 6,000명을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주요 직무분야는 연구개발 지원, 행정사무 지원, 생산 지원 등 지원 분야 / 디자
인, 기획조사, 교육운영 / 판매서비스, 콜센터 / 안전관리 분야이며, 2년 계약직으로 채
용될 것이라 한다. 급여 수준은 해당 직무의 가치에 따라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되며,
복리후생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원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위한 93만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
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93만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능할 것인가? 일과 가정 모두에서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준다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가능한 일일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대체 무
엇이고, 또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고?
노동시간센터(준)은 일터 6월호에서 시간당 임금이 너무 낮아 장시간 초과 노동을 해
야 생활할 수 있는 한국 현실에서 시간제 노동이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이미 지난 정부 때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시도되었
지만 실패했다. 고용률을 진정 높이고 싶다면 전일제 노동의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줄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시간센터(준)의 입장이다.
지난 정부의 실패에도,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시간제노동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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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제노동의 활성화로 고용률을 대폭 높일 수 있었던 네덜란드처럼 자신도 손쉽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처럼 전일제노동과 차별을 최소화하
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한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세계최장을 자랑하는 한국의 전일제 실질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되어야 한다. 전
일제노동과 시간제노동의 본질적인 차별은 ‘노동시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장시간
초과노동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임금 구조 속에서, 장시간의 풀타임 노동자 임금 수준
과 노동시간에 비례적으로 지급되었을 때, 4시간짜리 시급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어찌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6시간짜리 노동자는 더 비참해질 수 있다. 전일제노동자와
노동시간에서 큰 차이는 없으면서 본질은 시급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네덜란드에서
는 시간제노동 확대에 앞서 전일제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였으며,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도 전일제노동의 실 노동시간이 단축된 상태에서 시간제노동이 도
입되었다.
둘째, 노동자가 선택할만한 시간제노동을 위해서는 노동자가 대등한 힘을 가진 세력
으로 협상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경제 위기 때 노동시간 유연화의 한 방편
으로 도입된 시간제 노동에서 노동자들은 중앙노사협약에 의해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시
간제노동자의 권리가 차별받는 것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동
시간의 길이를 이유로 임금, 부가금, 사회보장, 훈련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대우법
과 1일, 1주일 최대노동시간에 제한을 두는 노동시간법을 제정하였다. 이와 같은 전사회
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일제노동과 가장 차별이 적다는 네덜란드에서조차도 시간제는
여성들에 집중되어 있고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가 많다. 풀타임 노동이 지배적인 독일이
나 영국은, EU의 시간제노동지침의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 주변
화되어 있어 임금, 복지, 승진기회 등에서 전일제와 차별이 크다. 이에 비추어 보면, 사회
적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의 시간제일자리가 어디로 나가게 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
다.

현 정부의 시간제노동 활성화 장려책은 이미 노동자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막무가내 일자리 할당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강원대병원에 2014년 신규채용 인원 중 12명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이에 대해 의료연대노조가 불안정하고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가 병원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간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공무원노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지금도 자행하고 있는 현 정부가 시간제 공무원, 시간제 교사들을 협상의 대상으로 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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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리도 만무하다.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 한다며 사회보험료의 사업주 부담분 전액을 지
원하는 문제도 그렇다. 전체 노동자의 1/10, 비정규직의 1/6 수준으로 매우 낮은 사회보
험 가입비율은 쥐꼬리만한 시간당 임금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보험료 사업주 지원
은 노동자 사회보험가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반쪽짜리 대책인 것이다.

시간제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상상해보라
시간제 일자리의 노동 공급 대상은 주로 여성, 청년학생, 장년층인데, 그중 특히 일가정 양립과 관련하여 출산과 육아 등의 돌봄, 가사노동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주 대상이다. 돌봄, 가사노동은 여전히 그녀의 몫인 상태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그녀에게
얼마나 즐거움과 보람을 줄 수 있을 것인가? 4시간, 6시간동안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
며 일하다가 집에 와보면 밀린 가사일 때문에 쓰러지지는 않을지. 시간제 노동자의 권리
가 사회적으로 가장 잘 보장된 유럽에서조차도 시간제일자리가 여성화, 주변화되는 현실
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여성노동자가 시간제 일자리에서 행복해지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
다.
결국 ‘일-가정 양립’, 보다 넓게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어려운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배우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질 좋은 공적 돌봄노동 서비스의
제공’이다. 두원정공 남성노동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으로 인한 노동시간의 단축으
로 가사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 양성평등에 기여했다는 노동시간센터(준)의 연구조사 결과
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제 노동, 노동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는 현 정부와 일부 대기업들의 모양새를 보면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커녕, 현재의 열악한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비정규직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특정 직무분야에서는 고용과 노동시간의 유연성의 한 방편으
로, 시간제 노동자의 압축된 고강도 노동시간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 정규직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을 채우는 시간
제 일자리는 막아야 한다. 고용률 향상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전일제 하루 노동시간
의 단축을 통한 방식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시간제 노동의 현실이 어떠한지, 누구를 위한 시간제 노
동인지, ‘진짜 질 좋은 시간제노동’이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노동자 스스로 목
소리를 내야 한다. 그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목소리를 조직해야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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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얼마 전에 만난 외래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는데, 작업 도중 7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흉
추 12번 골절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환자가 이런 산재를 당하였는데 당시에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 아니라 동료가 회사 차로 실어서 병원에 이송했다는 것입니다. 7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면 경추(목등뼈) 혹은 요추(허리뼈)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특히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송과정에서 잘못 옮길 경우 사지 마비 혹은 하지 마비 등의 문제
가 생길 수도 있는데 동료들이 그냥 옮겼다니!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당연히 119를 불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동료들이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 전에 KBS 추적 60분에서 산재은폐
와 관련된 방송을 봤기 때문이죠. 당시 방송에 나왔던 회사와 같은 곳입니다. 방송은 현대중
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는데 119가 바로 옆에 있지만, 회사 차량
으로 병원까지 이송하였고 의학 지
식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이송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없
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
했던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환자
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작
업과정에서 추락해 발생한 명백한
<사진출처> 추적60분, “수치로만 ‘안전한 나라’, 은폐되는 산업재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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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지만, 산재로 치료받은 것이 아
니라 공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흉추 12번 골절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를 받고 현장
에 복귀했지만 하지 저림과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2년의 세월이 경과한 진
료에서 흉추 5~6번에 추가적인 압박골절이 발견되어 산재신청을 추가로 하기 위해 우리 병원
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이 노동자가 애초에 산재로 처리됐다면 과연 다시 우리 병원을 방문했
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하청업체에서 재해가 발생했는데 왜 119를 부르
지 않고 자신들이 환자를 실어 날랐을까요? 그것은 산재가 발생했을 때 받는 불이익 때문일
것입니다. 추적 60분에 방송된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근경색이라는 응급상황이 발생했
고, 소방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실어 나른 것은 119를 부르는
순간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산재가 두려운 이유는 사내하
청업체의 경우 산재 발생 자체가 원청인 현대중공업과의 이후 계약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없는 사내하청업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실제로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조장하고 있습니다. 산재 발생
의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발생 여부를 하청업체의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20여 년 전 의과대학의 산재문제연구회에서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산재신청을 못 하
는 상황에 분노하던 현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기가 찹니다. 아
프고 다친 것도 서러운데 하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산재신청도 못 하는 상
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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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과 11일에 걸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주최로 <수은에 대한 미나마
타 협약>을 채택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이 화려한 행사가 열리기 며
칠 전, 미나마타 시민회관 한구석에서도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미나마타병 피해 주민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환경오염과 지역사회의 피해에 맞서온 28개국 36개
단체의 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나흘 동안 중금속 문제에 대한 워크숍과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포지엄,
그리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견학으로 이어진 이 자리에 한노보연도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번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수만 명의 삶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한노보연 공유정옥

미나마타를 배우다
일본 지명에는 귀에 익은 이름이 많다. 일단 도쿄는 수도로, 삿포로는 맥주로, 히로시마와 나
가사키는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요새 나가사키는 짬뽕 이름으로 유명하다). 사
실 미나마타는 수은 중독 때문에 기억하는 이름이지만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미나마타가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곳인지 2013년 10월 초에 직접 가본 뒤에야 배웠다.

작고 아름다운 미나마타
미나마타는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
서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도시다. 육
지가 팔을 뻗듯 둥글게 바다를 감싸
고 있어 그 안쪽 바다는 시라누이해
라고 부르고, 시라누이해 한구석에
조그마한 포구를 담고 있는 만을 일
컬어 미나마타만이라 한다. 미나마타
▲ 최초 환자 발생마을. (사진촬영: 공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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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주변으로는 작은 촌락들이 흩어져 있는데, 한눈에 다 볼 수 있을 만큼 몇 채 되지 않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형상이다. 시내에도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여느 시골의 작은
읍내 느낌이다. 작고 늙었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의 소도시, 그게 미나마타의 첫인상이었
다.

국가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공장
1908년, 일본 카바이드 상회가 설립되고 미나마타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일본 질소비료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고(현지에서는 이 회사를 칫소라고
부른다), 이후 암모니아, 카바이드, 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 염화비닐수지 등 일본 최대의 화
학 공장으로 자라났다.
칫소 공장은 소규모 어업 말고는 산업 기반이 없던 미나마타 경제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
았다. 사람들은 칫소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고 그냥 “공장”이라 불렀다.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기업이 작은 어촌에 공장을 차렸다는 자랑스러움도 컸을 것이다. 칫소는 미나마타 지역에서
영주와도 같은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영주가 수만 명의 삶을 앗아가리라고는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죽어가는 동물들
일찍이 1920년대부터 미나마타 어업 조합에서는 칫소 공장 폐수 때문에 생기는 피해로 골치를
앓았고 몇 차례 이 문제로 칫소와 보상 교섭을 갖기도 했다. 칫소는 매번 ‘앞으로 피해가 발생해
도 다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소액의 보상금을 쥐어주었고, 어민들은 그 이
상의 대책을 요구할 줄 몰랐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다. 미나마타만 안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떠오르고, 빈 조개껍데기가 늘면서 바닷가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파래와 미역은 색이 바래지
고 뿌리가 잘려 떠다니고, 나중에는 식용 해조류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바닷새들이 눈에 띄게 둔해져 ‘장대로 두드려 잡을 수 있을 정도’였고, 까마귀 떼가 미친
듯이 하늘을 날다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동네 고양이들은 땅에 코를 박고 맴돌거나
몸을 비틀며 펄쩍펄쩍 뛰다가 바다에 뛰어드는 ‘고양이 미친 병’을 보였다. 주민들은 불길한 징
조에 불안했지만, 그 불길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관심을 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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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첫 미나마타병 피해자 발견
1956년 4월 21일, 칫소 미나마타 공장 부속병원 소아과에 6살 여자아이가 진찰을 받으러 왔
다. 멀쩡하던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걷지도 못하며, 미친 듯이 소란을 피웠다. 이틀 뒤 만
세 살이 되어가던 여동생도 같은 증상으로 진찰을 받으러 왔고, 두 자매의 어머니는 옆집에 사
는 아이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의사들이 동네에 왕진을 가보니 그들 말고
도 비슷한 환자가 여럿 있었다.
“만 5세 4개월. 4월 28일부터 걷는 것이 비틀비틀해지고, 말이 불명료해지고, 물건을
쥘 수 없게 되었다. 5월 9일 물을 마시게 하면 자주 흘리고 사레가 들었다. 5월 10일
서지 못하게 되다. 5월 17일 사지가 경직되다. 5월 21일 폐렴이 생기고 경련이 빈발했
다. 전신 경련이 심하고 몸이 변형되고 의식을 잃다. 5월 23일 사망.”
이곳은 미나마타 만 깊숙한 곳에 작고 가난한 어부들이 사는 자그마한 마을로, 밀물 때면 창
밖으로 낚싯줄만 던져도 바로 생선을 낚을 수 있었다. 5월 1일 칫소 부속병원 원장은 미나마타
보건소에 ‘원인불명의 중추신경질환이 다발하고 있다’고 정식으로 보고했다.

괴질 대책위원회와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자 5월 28일, 미나마타 보건소와 시, 시의사회, 치소 부속병원과 시립
병원 등이 모여 <미나마타시 괴질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생각해서 환자
들을 병원에 격리하고 온 동네를 소독하러 다녔다. 그 덕에 환자의 가족이나 같은 동네 주민,
더 나아가 미나마타 출신 사람들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전염병 환자로 낙인찍혀 갖은 사회적 차
별을 받았다.
석 달이 지나도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자, 괴질 대책위원회는 구마모토 의대에 원인 규명
연구를 의뢰하였다. 구마모토 대학은 미나마타병 의학연구반을 현지에 파견하여 집안에서 사용하
는 음식물과 인근 바닷물, 어패류 등 온갖 것들을 열정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956년 11월,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은 이 괴질이 전염병이 아니라 미나마타만 지역의
오염된 어패류 섭취에서 비롯된 중금속 중독으로 보인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히 무슨
중금속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패류 섭취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뜻을 담고 있는 발표
였다. 그러나 이 결과는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곡식과 채소를 사 먹을 돈이 없는 가
난한 미나마타 어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해산물을 잡아 주식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죽음에 이
르게 하는 원인인 줄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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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의 살인 방조
1956년 5월에 첫 환자가 보고되었고 그해 11월에 해산
물 섭취로 인한 중금속 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일
본 정부가 미나마타병을 정식 공해병으로 인정한 것은
1968년 9월 26일이다. 정부는 12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
하지 않은 채 칫소를 감쌌고, 칫소가 무사히 아세트알데히
드 공장 문을 닫고 난 뒤에야 문제를 인정하고 나섰다.
그 12년에 대한 여러 자료를 읽다보면 기가 막힐 지경
이다. 가령 1957년 구마모토 지방정부에서 미나마타산 해
산물에 대한 규제를 검토했을 때 중앙정부 후생성에서는
“원인 물질을 아직 모른다”며 이를 만류했고, 1958년에 후
생성 자체의 과학연구팀이 “원인물질을 규명하기 전이라도

▲ 미나마타 사건의 책임이 있는 칫소社 정문
(현재 JNC社)

식품섭취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다음 해에 별 이유 없이 이 팀을 해산하고 미나마타병
조사를 수산청으로 이관시켰다. 한 정부 부서에서 칫소 공장의 폐수 방출을 금지하려 하자 통산
성(무역, 산업 담당 부처)이 나서서 “칫소와 같은 시스템을 가진 다른 공장들 주변에서는 비슷한
환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칫소 공정이 원인이라면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환자들을 발견
했을 것”이라며 폐수 규제를 가로막기도 했다.
한편 칫소는 공장 폐수를 사료에 타서 고양이에게 먹이는 실험을 통해 미나마타병이 발생한다
는 사실을 이미 1959년에 알고 있었지만, 이 결과를 철저히 은폐했다. 오히려 일본화학공업협회
와 도쿄공업대학 교수 등을 동원해 “폭약설”, “아민 중독설” 등 엉뚱한 원인설을 내놓아 원인 규
명을 교란한다.

“이제 미나마타병은 끝났다.”
급기야 1960년이 되자 일본 정부는 “이제 새로운 환자 발생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962년에
는 수산청에서 담당하던 일체의 연구도 중지시켰다. 더는 환자를 찾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연구는 1968년 공해병 정식 인정을 하기까지 6년 동안 완전히 정지되었다.
첫 환자 발생 후 무려 12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의 가난한 민중들이 오염된 해산물을 먹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태를 내버려뒀고, 이런 정부의 살인 방조 속에 칫소의 아세트알데히드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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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은 1950년 5천 톤 미만이었던 것에 비해 1960년경에는 4만 5천 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2의 미나마타병 발생과 시민회의 결성
1965년, 미나마타에서 한참 떨어진 니가타시 부근 아가노 강 유역에서 미나마타병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강 유역에는 쇼와전공이라는 회사가 칫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아세트알데
히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니가타 지역에서는 1964년부터 고양이들이 미쳐 날뛰다가
죽어가기 시작했고, 개와 돼지, 까마귀도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일 년 뒤 사람들도 쓰러지기 시
작한 것이다.
니가타 미나마타병 연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했다. 환자 발생 다음 해인 1966년 초에 쇼
와전공의 공장폐수가 오염원으로 지목되었으며, 몇 달 뒤에는 공장 배수구 근처에서 메틸수은을
직접 검출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13명은 1967년에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시작했
다.
한편 미나마타에서는 1968년 1월에 <미나마타병 대책 시민회의>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니가타
지역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정부를 상대로 온전한 보상과 공해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
다.
그동안 고용안정과 임금보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자신들 내부의 수은 중독 문제를 외
면하던 칫소 노동조합도 1968년이 되자 달라졌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미나마타병과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해 8월, 공장 문을 닫고 남은 수은 원액 100
톤을 한국에 수출하려던 칫소의 시도를 막아낸 것도 노동조합이었다.

보상, 분열, 그리고 다시 투쟁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1969년에 미나마타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침
묵하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자 주민들은 매우 놀랐다. 하지만 정부의 보상은 일정한 기
준을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고, “보상 처리 결과에 일체 이의 없이 따른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정부 보상안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서게 된다. 찬성파
는 모든 보상 문제를 후생성에 일임하겠다는 태도를 밝혔고, 반대파는 자주적인 교섭과 소송을
통해 칫소를 상대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1969년, 전국 222명의 변호사가 참가하여 자주교섭파를 지원하는 변호단을 결성하고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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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소를 상대로 29가구 112명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첫발을 떼었다. 1973년 3월, 4년간의 법정 투
쟁 끝에 승소를 쟁취한 환자들은 도쿄에 있는 칫소 본사로 찾아가 직접 칫소와 교섭을 하기 시
작했다. 일부 환자들은 이미 1971년 11월부터 칫소 공장 앞에서, 12월부터는 도쿄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여 1년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투쟁에 소송에서 이긴 자주교섭파
환자들이 합류하여 투쟁이 점점 거세어지자, 마침내 1973년 7월, 환경청의 중재로 이후 새롭게
인정될 피해자들에게도 보상금과 의료비, 연금을 지원한다는 칫소와 환자들 사이의 협정서가 만
들어졌다.

칫소의 구원투수, 다시 정부가 나서다
1970년까지 미나마타병 환자로 인정받은 수는 고작 121명이었지만, 1973년의 판결로 600명이
추가로 인정되었다. 게다가 앞의 협정서로 칫소는 이후 발생할 환자들까지 보상해야 하는 상황
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판결 이후 밀려든 신청자들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976년에
는 미처분자 수가 3천 명에 달하며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다.
그 대책으로 1977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인정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은 신속한 처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미나마타병 인정을 훨씬 엄격하게 하여 이후 약 3년 동안 2천 명의 신청을
기각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렇게 기각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더는 싸움을 이어갈 힘이 없었다.
1978년, 환자 4명이 기각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을 제기하여 승소했지만, 정부가 고등법원에 항소
하자 3명은 소송을 취하했다. 남은 단 한 명이 대법원까지 가서 마침내 미나마타병임을 인정받
은 것은 1997년의 일로,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2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로부터 미나마타병을 인정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이 모여 집단
소송을 시작했다. 1980년에 시작하여 열여섯 차례에 걸쳐 원고들이 추가된 끝에 총 1,362명의
피해자가 원고로 나섰으며, 이후 1980년대 말까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시작되어 총
2천 명의 피해자들이 소송에 임하게 되었다. 이들 소송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면서 차례로
원고들의 승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송에 패소한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여 문제 해결은 더뎠고, 피해자들은 이미 평균 70
세를 넘은 노인들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1995년 들어 정부가 “정치적 해결”이
라는 이름으로 화해를 제시하자 환자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질긴 싸움으로 지켜낸 진실

l 일터 l ․ 31
이때 유일하게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계속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칸사이 지방으로
이주해 살고 있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항소에도 끈질기게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2004년 대법원을 통해 중앙 정부와 구마모토현이 미나마타병의 피해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얻어내었다. 이 판결은 반세기 동안 숨어있던 환자들로 하여금 다시 인정
신청을 할 용기를 불어넣었고, 2006년까지 3천7백 명의 피해자가 새롭게 나타났다. 1천 명의 원
고가 다시 재판을 시작하기도 했다.
소수의 끈질긴 싸움은, 칫소와 정부가 은폐하려 애써온 문제의 실체를 집요하게 드러냈다. 마
침내 2009년 의회에서는 미나마타 구제법을 만들어 이전에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도 보상금과 의료비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구제 정책에는 2012년 7월 말까지 총 6만 5천
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대법원에서 1977년에 사망한 여성을 사망 36년 만에 미
나마타 피해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나마타병의 피해자는 드러난 숫자만 수만 명, 미처 보상을 신청하지 못한 채 죽어갔거나 2
세에게 태아성 미나마타병으로 이어질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 공장 하
나가 남긴 상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끔찍한 규모다.
하지만 피해자 규모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은 미나마타 지역이 아직도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다. 칫소에서 미나마타만으로 방출한 수은 양은 70에서 150톤 정도라 하는데, 공장 폐수 배출구
주변에는 지금도 수은을 함유한 폐기물이 4미터 깊이로 쌓여있다. 공장에서 미나마타만 쪽을 향
한 58만 2천 제곱미터의 매립지에는 수은농도가 25ppm에 달하는 151만 톤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 정부는 그 위에 14년 동안 60억 달러를 들여서 “에코 파크”를 조성했다. 엄청난 양의 수은
을 전혀 정화하지 않은 채 벽으로 둘러싼 뒤 그 위에 흙을 덮은 것이다.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이 엄청난 수은이 순식간에 바다로 쏟아
져 내릴 수 있다.
공장을 기준으로 미나마타만 반대쪽에
는 하치칸이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콘크
리트와 모래로 둘러싸인 56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저수지에는 칫소 염화비닐공
장에서 나온 오염물질들이 담겨 있다.
▲ 미나마타 심포지엄. (사진촬영: 김세은)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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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주변 주거 지역에는 땅으로 스몄
다가 다시 땅 밖으로 삼출하여 나온 화학물질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오염물질들을 칫소와 정부가 책임지고 정화하지 않는 한, 미나마타 문제는 결코 끝난 게
아니라고 피해자들은 외치고 있다. 이미 목숨을 잃거나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수만 명에게 안겨준 가해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가며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미나마타에는 서러운 민중의 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 지배계급의 잇속
을 위해 치러진 침략전쟁이 그러했고, 그로 인한 원폭과 패전도 그러했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그러했듯, 국가와 경제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안아야 했던 일본 민
중들의 한. 단지 수은중독이라는 네 글자로 담을 수 없는, 담아서도 안 되는, 그 원통한 삶과 죽
음 그리고 투쟁의 역사가 그곳에 있었다.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문제가 잘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국제 수은 협약에 미나마타 이
름을 붙이자고 주장했다. 미나마타 피해자들은 이를 반대했다. 12년 동안 칫소의 살인을 방조하
고, 다시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 피해자들을 기만해온 일본 정부가 그처럼 쉽게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피해자에게 제대로 보상하고, 미나마
타의 오염된 땅과 바다를 정화하며, 앞으로 이와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은 사용을 엄
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담기지 못한 협약은 미나마타 협약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 이번에 채택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의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
고 있다.
이 협약에는 11월 20일 현재 93개국이 서명하고 미국이 가장 먼저 비준한 상태다. 미나마타에
서 가장 가까운 나라 대한민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수만 아니 수십만 민
중의 삶을 앗아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일터

※ 이 글은 지난 10월 미나마타에서 <화학물질오염에 맞서는 시민들 Citizens Against Chemicals
Pollution>의 다케시 야수마 활동가와 오카야마 대학교 환경생명과학대학원 토시히데 츠다 교수가 발
표한 내용과 1972년 하라다 마사즈미 씨가 쓴 <끝나지 않은 아픔 미나마타병>(김양호 옮김, 2006년
한울출판사)을 참고하였음.

l 일터 l ․ 33
열두 번째 이야기

지하철계의 막장,
나는 도시철도 기관사입니다.
한노보연 최민

올 한 해 동안 세 명의 도시철도 기관사가
자살했다. 대체 노동 조건이 어떠하길래 이토록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동료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른 기관사들은 마음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서 이런 얘기를 물어보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에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씩씩했다. 도시철도 11
년차 기관사인 그는 “운이 좋아” 사상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 끼임 사고나 승객과의 특별한
마찰도 없었고, 고장이 나서 ‘구원운행’을 당한
적도 없다. 그래서 그는 자살한 분의 상황을
이리저리 짐작하고 헤아려 볼 뿐,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했다.
“영결식 다녀왔는데, 그분 힘들었겠다고 생각은 해도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정도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그 가족을 보니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딸이 14살이라던데, 저는 처자식이 눈에 밟혀서 못 죽을 거 같고, 그분도 그 생각을 했을텐
데 그보다 더 힘들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힘듦이 제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요. 그냥
예상만, 예측만 해보는 거죠.”
그래, 죽을 것만 같은 고통만 있다면 하루에도 수백 대의 지하철이 이렇게 무사히 운행
되고 있진 않겠지. 그는 대신 훨씬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회사의 노동시간 도둑질
“심지어 운행 시간이 3시간 30분이 안 되는 짧은 노선을 운전하면, 대기 시간은 2시간 30
분만 인정하거든요. 그런데 대기 시간을 7시간 줘버리는 거예요. 그럼 그 사람은 아침 7시에
나왔다가 저녁 7시에 퇴근하는데도 8시간 근무만 인정을 해주죠.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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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근무표가 이상해져서, 편하긴 하지만 너무 지루한 날이 있고, 또 다른 날은 충분히
쉬지 못하고 2~3시간 쉬고 바로 다시 나가야 하기도 하고요. 너무 짜증나니까 시간 외 수당
안 받을 테니 근무표 좀 잘 짜달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어요.”

기관사도 성과를 내라?!
“회사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로 장난을 치죠. 사실 기관사가 무슨 성과를 내겠
습니까? 안전 운전하면 되는 거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안전 운전은 아무 일 없으면 그
게 성과잖아요. 그런데 굳이 성과를 가려서 진급을 시키겠다면서 회사에서는 엉뚱한 짓이나
하는 거죠.
점수 매기는 게 겨우 봉사 활동 몇 시간 했냐 이런 거예요. 그것도 제대로 하는 봉사 활
동이면 이해나 하겠어요. 겨우 어디 나가서 쓰레기 줍기나 몇 시간 하고 오거든요. 중고등학
생 억지로 봉사점수 모으는 거랑 똑같아요.
아니면 게시판에 올라오는 칭찬 민원이 점수가 되지요. 저는 우리 회사 게시판 칭찬 민원
의 90%는 가짜라고 봐요. 열심히 한 사람이 진짜 칭찬 10건 받아도 누가 옆에서 가짜 20건
만들어 올리면 지는 거예요. 그러면 누가 열심히 하고 싶나요? 그런데 이런 걸 회사에서 조
장하다니 우습죠.
9급 기관사나 4급 기관사나 하는 일은 똑같아요. 그런데 굳이 진급을 하도록 하는 건 의
도가 있는 거죠. 개인 차원 뿐 아니라 어느 조합에 있느냐에 따라 표창 받는 게 달라지죠.
표창을 받으면 근무평점이 올라가고, 그게 진급에 영향을 주니까 진급하고 싶은 사람은 저쪽
노조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저는 기관사한테는 호봉제가 맞는 거 같아요.”

얘네들은 풀어주면 안 돼
“가끔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스크린도어 고장을 미처 확인을 못 하거나 뛰어내리는 승객
을 못 보는 실수.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징계를 받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따로 벌을 줘
요. 종이를 주면서 관련 규정을 옮겨 쓰라고 하고, 반성문도 쓰라고 하지요. 사고가 나서 스
트레스 받고 들어왔는데 앉아서 이걸 쓰고 있어요. 이건 이중처벌이죠.
회사에서 규정대로 징계를 받더라도 사무실에서 서로 감싸주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초
등학생 대하듯이 하니까 정말 너무 하죠.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이게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가 되잖아요. 그러면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꼭 똑같은 실수를 하게 돼요. 이런 압박감을
풀어주고, 예민한 사람들을 감싸줘야 하는데 회사가 우리한테 대하는 걸 보면 ‘얘들은 편하
게 해 주면 안 된다, 풀어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대접 받는다 생
각하면 우울해지겠죠.”

l 일터 l ․ 35
어쩔 수 없는 선택, 교번제
“지금은 교번제입니다. 원래 9조 5교대였는데, 조별로 관리하고 봉사활동 시키고 각 조 사
이에 등수 매겨대고... 정말 회사에서 쥐어짜는 관리가 너무 심해지니까 조합에서 교번제를
제안한 거죠. 반을 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정말 패턴이 없어요. 지금 저희는 153
개 교번이 있어요. 사실은 반이 좋은 점도 있어요. 건강을 생각하면 좀 더 예측 가능한 교
대제가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선택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교번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집사람도 내일 근무가 어떻게 되냐고 매일 물어봐요. 옛날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는데,
이제 매일 물어봐야 하니까 답답하긴 하죠. 가족들이랑 시간 가지려면 몇 달 전부터 따져서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동료들이랑 일정을 변경해야죠.”

생리현상과의 전쟁
“생리적인 현상도 큰 문제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나 오늘 일 보고
출근해야 되는데’ 하는 거예요. 저는 항상 눈 뜨면 화장실부터 가요. 운행 중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땀이 줄줄 나죠. 누가 나대신 차를 몰아줄 수 없으니까. 앉았다 일어났다 운전석에서
별짓 다 해요. CCTV로 찍어서 보면 되게 웃길걸요.
막차를 몰고 들어가서 열차를 대놓고 자는 것을 주박이라고 하는데, 주박하면 다음 날 그
열차를 다시 몰고 운행을 해야 되거든요. 막차 운행이 1시쯤 끝나고, 들어가서 씻고 누우면
1시 반쯤 되는데, 5시 반 첫 운행을 하려면 4시 반에는 일어나야 되거든요. 나가서 점검도
해야 하니까요. 세 시간 누워 있다 나가서 운행할 때는 정말 잠과의 전쟁이에요. 주박을 한
사람은 좀 더 자고, 밤에 좀 더 일찍 들어간 사람이 첫차를 몰면 좋은데 주박지랑 사무소
사이 이동 시간이나 차비 같은 문제 때문에 배려를 안 해 주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근무 시간도 제대로 계산하고 인원 산정기준도 바꾸고, 거기에 맞추어
인원을 늘리는 거예요.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우리 사무소 인원이 180명인데 여
기서 2~3명만 늘려도 훨씬 편해질 거예요.”

지하철계의 막장
“기관사는 특수한 직업이니까 자부심이 높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볼 때
도시철도 기관사 중 절반은 이직을 원해요. 이 회사를 떠나거나, 안 되면 다른 직능으로라도
옮기고 싶어 하죠. 그중에서도 5호선과 7호선은 노선도 길고 승객도 많아서, ‘지하철계의 막
장’이에요. 자살한 분들도 일은 힘든데, 힘든 만큼 대우도 못 받으니 답답했을 거 같아요.
기계나 시스템이 기관사를 보완해주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기관사가 있는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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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대해요. 지하철역에서 자살도 많고, 그것 때문에 기관사들도 힘들고 그러니까 스크린
도어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스크린도어가 부실해요. 열려야 할 때 안 열리고, 고장도 자주
나요. 그런데 부실한 스크린도어 만들어 놓고 기관사보고 확인 잘하라는 거예요. 일하다 보
면 이렇게 기계나 시스템보다 못한 취급받는다, 부품 취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하는 거죠
“기관사 힘들다, 지하철 현장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 자주 나왔지만, 얘기해도 변화가 없으
니 무덤덤해지는 거 같아요. 옛날에는 설문조사 나오면 열심히 했지만, 이제 그 결과가 나와
도 영향력이 없다는 걸 아니까 점점 기대가 없어지는 거죠. 최적근무위원회도 결론은 참 좋
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대로 시행할 힘은 없는 위원회잖아요.
노조는 나뉘어있어 힘이 안 실리고, 지금은 파업도 못 하는 상황이죠. 만약 파업을 한다고
하면 열차 정지를 해야 힘을 받지 않겠어요? 기간산업이라고 해서 열차는 돌아가게 해놓고
파업해야 불법파업 아니라고 인정해 준다고 하니 파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조합 간부가 임금이나 근무조건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를 해도 저는 거의 안 믿어
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계속 한다는 심정으로 조합 활동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서울시장
이라도 연임하길 바라요. 조합도 시장이 연임하길 바랄 것 같아요. 우리 스스로 투쟁력은 없
으니까. 우리 힘으로 뭘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으니까 편승이라도 하자는 거죠.”

당당한 노동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그가 3시간 운전하는 동안 기관실에 함께 탔다. 이 커다란 열차를 운전하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한데, 정말 짧은 순간 6대의 카메라 화면을 일별하고 문을 닫고 열면서, 뒤늦게 타고 내
리는 문제, 승객을 다루는 솜씨가 예술이다. 운전 중 한 역에 들어가는데, 역 끝에 서 있다
가 우리와 눈이 마주친 고등학생 한 무리가 인사를 꾸벅한다. “혹시 기관사 하고 싶은 청소
년들이 아닐까요?” 하고 말을 건네자, “아이고, 말리고 싶은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이 그가 들려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씩씩하고 긍정적이고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그였지만, 기관사로서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희망 또한 쉬이 찾지 못하고 있었다. 버팀목이 없는 이러한 일상이라면, 노동현장에서 다만
한두 번의 사고만 일어나도 결국 개인이 감당하기엔 힘든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하철계의 막장이라고 말하지 않는 날은 언제나
가능할지, 희망을 만들기 위한 연대는 어디에서 가능할지, ‘선을 넘자’고 외치는 노동자대회
날 생각해본다.

일터

l 일터 l ․ 37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 2013 이용석 가요제 참가기

한노보연 푸우씨

2009년부터 매년 10월의 어느 토요일, 이용석 가요제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0
월 19일, 제6회 이용석 가요제가 서울 조계사 음악당에서 개최됐다. 필자도 가요제 경연 참가
팀의 한 명으로 가요제에 다녀왔다. (필자는 활동가들로 구성된 ‘질라라비 밴드’의 멤버이다.)

이용석 열사는 누구인가?
지난 10월 26일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이었던 이용석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조직하고 만들어 낸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린 종묘공원에서였다. 집회 대오가 그날 발표된 ‘비정규직 철폐연
대가’를 더듬더듬 따라 부르던 그때,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구호와 함께 참가자들 사이에 불
길이 치솟았다. 그것이 바로 이용석 열사의 분신 항거였다. 1970년 청계피복에서 일하던 청년
전태일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법을 준수하라!”고 외친지 30
여 년이 지나, 또 다른 노동자가 세상을 향해 ‘비정규직 철폐’를 분신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2003년 이용석 열사의 분신은 수많은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에 의해 죽음에 이
르던 당시의 열사정국에 또 다른 도화선이 되었다. 이용석 열사의 죽음은 공공부문의 비정규
직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밀린 정부는 결국 정규직 전환시험을 통해
대다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이러한 이용석 열사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노동자의 삶과 희망을 노래로 나누는 이용석
가요제는 2009년 ‘이용석노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활동 6년 차를 맞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
여 시작되었고, 뜻있는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용석 가요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해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 동지들이 유력한 우

38 ․

통권 118

2013.11
승후보로 올라가 자웅을 겨루게 된다
는 점이다. 예년의 상황을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역대 가요제의
대상 수상팀이 동희오토,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동지들이었으니 말이다. 올
해도 마찬가지였는데, 동서공업 해고
노동자 황영수 동지가 ‘홀로서기’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았고, 그 외 전교조
연합 노래패, 티브로드 노래패, 보건
복지정보개발원 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사진출처> 다음카페 “이용석가요제”
http://cafe.daum.net/leeyongseok-song

참가자들이 주요 경연팀이었다.
한편, 가요제가 열리는 장소에는 참가팀들의 투쟁 소식을 담은 선전물이 음악당에 도착한
사람들의 손에 건네진다. 즉, 이용석 가요제는 경연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결의하고 다
지는 의미가 남다른 그런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왜 ‘가요제’인가?
이런 열사의 뜻을 담은 자리가 ‘노동가요제’가 아닌 ‘가요제’인 이유는 당일 심사위원의 이
야기를 통해서 전해졌다.
“노동자의 삶과 노동자의 희망이, 노래를 통해 더 많이 나눠지길 바랍니다.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이야기될 수 있기를 바
랍니다. 트로트, 국악, 댄스, 랩 그 어떤 장르도 상관없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담을 수 있다
면, 더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귀로 전달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이것이 굳이 노동가요제가 아
닌 가요제를 열어 온 취지입니다.”
심사위원은 대회의 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 경연에 참여한 많은 참가팀을 비롯해
가요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의 입에서 입으로 더 많이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노래될 수 있기
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이용석 열사와 가요제 참가자들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공중파 방송에
서 들을 수 없지만, 노동자의 삶과 희망을 담은 노래가 많은 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기를, 더
많은 이의 귀로 가슴으로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흐르기를~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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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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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일터

  • 1. 지난 10월 초 일본 미나마타에서 열린 독성금속워크숍에 참석한 NGO활동가 들의 전체 사진, 참석자들은 “미나마타 피해자들을 존중하라”는 동일한 티셔츠를 함께 입었다. 일터
  • 2. 26 경 제발전 위해 희생 수만 명의 삶 을 된 특집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에 걸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주최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이 화려한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미나마타 시민회관 한구석에서도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 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미나마타병 피해 주민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환경오 염과 지역사회의 피해에 맞서온 28개국 36개 단체의 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나흘 동안 중금속 문제에 대한 워크숍과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포지엄, 그리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견학으로 이어진 이 자리에 한노보연도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조 금이라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번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03 “전태일처럼 못해도... 도움이 되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外 l 연아, 푸우씨 06 지금지역에서는 건강은 기본적 권리! “영세 중소 인쇄·제화사업장 안전보건관리 개선을 위한 성동지역 토론회” 열려 10 노동시간 세미나노트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l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13 연구소 리포트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2) l 한노보연 18 칼럼 한노보연의 미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l 김정수 21 노동시간이슈생각하기 누구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인가? l 노동시간센터(준) 24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노동자건강이야기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l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34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지하철계의 막장, 나는 도시철도 기관사입니다. l 최민 38 문화읽기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 2013 이용석 가요제 참가기 l 푸우씨 40 현장의 목소리 작업중지권이 꼭 필요한 이유 l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 하해성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이러쿵저러쿵 한노보연 마라톤(!) 동호회 run KILSH를 소개합니다 l 최민 46 사진으로 보는 세상 Stop 돈벌이병원! Start 착한병원! l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조직 부장 우지영 47 성명 삼성반도체 백혈병 故김경미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 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 모두의 염원을 짓밟는 근로복지공단은 해체하라. 48 2 ․ 뉴스 후원 1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권 118 2013.11 만난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 3. “전태일처럼 못해도... 도움이 되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외근 가전제품 수리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지난달 협력업체 사 동료들에 따르면 숨진 최씨는 1인 시위등 노 장의 욕설 녹취록 공개 당사자다. 그는 녹취록 조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AS수리 공개 이후 회사 쪽의 표적 감사를 받고 있었다. 에 대해 고객의 불만신고가 접수된 것과 관련해 10월 31일 지회 천안센터분회의 조합원인 최 센터장에게 심한 질책을 들은 뒤 괴로워했던 것 종범(32) 씨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자신의 고 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와 센터장이 통화한 향인 천안시 직산읍 소재 한 마을에서 숨진 채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센터장은 욕 발견됐다. 발견 당시 최씨는 부모가 거주했던 설과 함께 “고객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리든지 하 집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 있었다. 지 왜 차장이 가서 (고객 앞에서)무릎 꿇게 만 천안 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승용차 안에서는 최 드느냐. 내가 무릎 꿇을 상황이 온다면 너도 나 씨가 태운 것으로 보이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하고 같이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최씨의 시신은 천안 성거읍 천안장례식장으 또한, 지난달 25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의 업 로 옮겨졌다. 유족으로는 요양소에서 지내고 있 무감사를 받으면서 회사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 는 노모와 아내, 생후 1년 된 딸이 있다. 최씨 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서비 는 지난 30일 밤 10시 19분 모바일 SNS상에서 스의 업무감사에 대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분회 조합원들과의 단체 대화를 하다가 자살을 지회는 “분회간부와 핵심조합원들을 상대로 표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연락이 끊겼다. 적감사를 하면서 노조탈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 반발했다. 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 경제적인 어려움도 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 천안센터는 부산 동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 래·부산 해운대·포항·아산센터 등과 함께 지 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 난달까지 서비스지역의 절반 정도가 본사로 이 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쪽은 관되면서 일감과 급여가 대폭 삭감된 곳이다. 회사의 업무 압박과 저임금 등으로 인한 ‘감정 천안센터분회에 따르면 조합원 대부분은 이달 5 질식’ 때문에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 일 받은 9월 급여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일부 지역 센터의 서 비스지역을 회수하거나 다른 센터로 이관하는 죽음을 택한 이유 것은 해당센터의 ‘미결건수’가 많다는 이유에서 l 일터 l ․ 3
  • 4. 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들이 맺은 도급 평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 온 최씨는 계약서에 따르면 지역 센터가 미결건수·고객 회사 측에 산재신청을 위한 증명서 발급을 요청 불만 증가 등으로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거나 차 했지만 거절당했다. 사건 당일에도 금속노조 한 질이 예상될 경우 본사나 다른 지역 센터가 업 국지엠지부 동서울정비센터분회장과 함께 센터 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서비스지역을 소장실을 찾아가 산재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이 뺏긴 지역 센터는 모두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 어 “자꾸 산재처리를 요구하면 보직전환을 하고 지회 소속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사업장들로 조 임시직으로 발령하겠다”는 소장의 말을 들은 최 합원 조직률이 높고 지회주요간부들이 배출된 씨는 사무실을 뛰쳐나갔다가, 40분 뒤에 돌아와 곳이다. 분신을 시도했다. 한국지엠지부 정비부품지회와 동서울정비센 열사정신 계승하자 터분회는 31일 대책회의를 열고 센터 소장 사퇴 이에 지난 11월 9일 금속노조 수도권 노조간 와 한국지엠 사장의 공개사과, 최씨의 건강회복 부와 조합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연대 을 위한 조치를 회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단위 등은 오후 10시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 집결해 최종범 열사 추모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1천여 명의 집회 참 가자들은 삼성 측에 최종범 열사에 대한 사과와 과로사 산재승인 70%에서 30%로 급락 노조파괴 중단, 불법파견 철폐 등을 요구했다. 또한, 다음날 10일 ‘최종범 열사 추모 및 삼성 - “2008년 산재보험법 개정 뒤 급감” 규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과로사에 대한 산재 승인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과로사로 의심되는 뇌혈관질환·심장 질환 산업재해 승인율이 2004년까지 70%대를 산재 신청 거부에 항의, 유지하다 5년 새 30%대로 급락했다. 과로사에 한국지엠 조합원 분신시도 대한 정의와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지난 30일 오후 2시께 서울 성수동 한국지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은 95년부 최아무개 터 올해 6월까지 18년간 뇌혈관·심장질환으로 (41)씨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사망한 노동자들의 과로사 실태 분석 결과를 10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최씨가 분신을 시도하자 월 28일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로사 주위 동료들이 불을 끈 뒤 서울 영등포 한강성 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본의 과 심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게 했지만 위독 로사 인정기준을 적용하여 분석했다. 예컨대 장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상체를 중 시간 업무에 의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과 심으로 전신 64%,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로사로 분류했다. 동서울정비센터 4 ․ 통권 118 2013.11 소장실에서 노동자
  • 5. 조사 기간 뇌혈관질환·심장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1만 3천88건이었다. 이 중 산재 승인 건수는 7천578건(57.9%), 불승인 건은 5천 510건(42.1%)으로 나타났다. 97년 91.7%를 기 록하던 승인율은 2004년까지 70%대를 유지했 다.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승인율은 2009년 30%대로 추락했다. 불과 5년 새 반 토 막이 난 것이다. 과로사 산재승인율이 급감한 이유는 2008년 2006년 65%대였던 근골격계 산재승인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뇌·심혈관계 현재 45%대로 급감한 상태로, 근골격계 직업병 질환 판단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 인정기준 개선의 필요성은 지난 3년간 운영된 다. 2008년 49.7%이던 승인율은 이듬해인 2009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을 위한 노사정TF’ 년 34.7%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이하 노사정TF)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줄곧 30%대에 머물렀다. 노사정TF의 논의결과로 시행령을 통해 올해 7 특히 4월과 12월 오전 시간에 40대 제조업 월부터는 그간 무차별 불승인이 되어온 퇴행성 노동자의 과로사가 가장 많았다. 전체 신청사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성을 평가 중 하여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상태이다. 제조업이 3천25건(23.1%), 관리수리업 (19.1%), 건설업(13.0%), 기타서비스업(11.4%), 운수업(1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현장에 실질 적용하기 위한 조사도구가 바로 신체 부담 작업을 조사하고 객관적 기준 지난 18년간 가장 많은 산재신청을 한 연령 을 마련한 개선안인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 대는 40대였다. 전체의 31.2%(4천84건)에 달했 로, 개선안의 핵심은 신체부담 작업을 객관적인 다. 뒤를 이어 50대·60대 이상·30대 순이었 지표를 통해 조사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다. 반면 산재승인율은 30대가 가장 높았다. 과 그러나 최근 경총이 근골격계 현장조사 재해 로사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달은 4월과 12월 시트의 개선을 거부하며, “현실적으로 너무 많 이었고 시간대는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였다. 은 노동자가 근골격계 산재요양을 나갈 것이고, 사업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노사정TF를 박차고 나갔고, 이에 노동 부도 경총을 핑계로 재해조사 시트 개선을 거부 민주노총,“근골격계 현장 재해조사 시트 즉각 개선”요구하며 농성돌입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체부담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 판정으로 많은 노동자가 산 재불인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무기한 농성을 지난 11월 5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근골격 이어가고 있다. 일터 계 현장 재해조사 시트의 즉각 개선’을 요구하 며, 민주노총이 농성에 돌입했다.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연아, 푸우씨 l 일터 l ․ 5
  • 6. 건강은 기본적 권리!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선언 기자회견 진행 한노보연 푸우씨 지난 10월 23일 11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경기이주공대위가 주 최한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 선언과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촉구 기자 회견’이 진행됐다.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건강권 권리선 언(이하 권리선언)은 2012년 하반기 부 산․울산․경남지역에서 진행한 이주노동자 건강권 선언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차 <사진출처> 경기이주공대위 원에서 모색된 것으로, 경기이주공대위 가 2013년 초 워크샵을 열어 주요사업으로 채택하며, 올 한해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이다. 경기이주공대위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달에 걸쳐, 수원, 안산, 오산, 군포 등 이주민 센터 방문과 주요 이주공동체 행사에 참여해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자국어로 직접 엽서에 담아 노동부에 전달하고자 하는 권리선언을 진행해 왔다. 이번 수합된 권리선언 엽서는 총 127부로, 번역된 77부에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일하면서 어깨, 허리, 가슴, 다리 등이 아프다. 22건(근골격계)” “공장에서 취급하는 각종 약품들로 인해서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고, 메스껍다. 14건(화학물질 노출)” “안전화를 주지 않는다. 마스크를 주지 않아서 먼지와 약품 등에 그냥 노출된다. 안전 모를 주지 않아서 사고 날까봐 겁난다. 12건(안전장비 미지급)” 6 ․ 통권 118 2013.11
  • 7. “공장이 너무 더럽다. 기숙사가 컨테이너라 너무 힘들다. 10건 (물리적환경)” “일상적으로 관리자와 동료들이 외국인이라고 폭언을 한다. 9건(폭언)” “휴게실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한국인은 쉬는데, 이주노동자는 쉬지 못하게 한 다. 6건(휴게공간, 휴게시간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퇴직금도 주지 않는다.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 4건(임금체불 등)” 경기이주공대위는 권리선언에 담긴 일부 번역물의 내용을 통해 확인한 이주노동자 노동 조건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채용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를 촉구했다. 경기이주공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실을 통해 권리선언 내용을 전달하며 미번역 50부에 대해서는 노동부의 번역과 번역내용에 대한 공개, 실태조사 계획 등을 담아 11월 15 일까지 확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 “영세 중소 인 쇄·제화사 업장 안전 보건관 리 개 선을 위한 성 동지역 토 론회” 열 려 한노보연 재현 지난 11월 12일(화) 오후 3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성동근로자복지센터, 건강한 일 터·안전한 성동 만들기 사업단 (이하 사업단), 국회의원 최재천, 심상정 의원실이 공동주관 한‘영세 중소 인쇄·제화사업장 안전보건관리 개선을 위한 성동지역 토론회’가 열렸다. 건강 한 일터·안전한 성동만들기 사업단은 50인 미만인 영세 사업장이 다수인 서울 성수동에 위 치한 성동 공단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토론회 첫 번째는 ‘인쇄·제화 사업장 화학물질(세정제) 조사사업 경과보고’였다. 이번 조 사사업은 작년 7월 일본에서 디클로로메탄, 1,2-디클로로프로판 물질을 주로 사용하는 인쇄 l 일터 l ․ 7
  • 8. 업종 노동자들의 집단 담관암 발병과 사망사고를 계기로 인쇄·제화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 는 성동지역 또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진행한 것으로, 작년 10월 한 달 동안 21개 사업장, 51개의 샘플 시료 채취 및 담관암 유발물질 분석․ 조사 건강 증상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이어 올해 3월 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토론회, 한일 심포지 엄,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등이 전개됐다. 이러한 성과로 고용노동부는 7월과 8월 우선 을지로, 성수동 지역 인쇄·제화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확답했다. 그리 고 이번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여 향후 사업계획을 함께 나누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돌 연 토론회에 불참하여 고용노동부의 진정성이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두 번째 순서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쇄·제화 화학물질 관리 방안과 지역사회 알권 리’에 대한 일과 건강 현재순 연구원의 발표가 이어졌다. 조사 결과 성동 공단은 일본에서 발견한 담관암 유발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보다 독성이 더 강한 1급 발암 물질 인 벤젠이 37개, 신경독성 물질인 톨루엔이 33개,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는 노말헥산이 22개 제품에서 검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 디클로로메탄 보다 독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도 세척제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톨루엔이 한국에서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다. 벤젠도 마찬가지로, 0.1% 기준 을 초과하는 제품은 없으나, 현장에서 관리기준으로 보는 0.01%를 초과하는 제품은 50%가 넘었다. 또한 사용 중인 유해물질의 제조사 확인이 가능한 제품이 30%에 머물렀으며, 같은 제품이지만 함량 차가 2배 가까이 나고 있었다. 실태 조사 대상 사업장은 모두 국소배기장 치가 전혀 없었으며 그나마 창문이나 팬이 있는 사업장도 17곳에 불과했다. 보호구 지급 또 한 부실해서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가 34%에 달했다. 이에 정부를 대상으로 개선 대책 요 구안이 발표됐다. 첫 번째는 인쇄 제화 업종 세척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실시, 두 번째는 안전한 산업용 세척제 가이드라인 마련, 세 번째는 인쇄 재화 업종 담관암 포함 직업성 암 재해자 조 사와 산재보상을 실시, 마지막으로 디클 로로메탄과, 1-2디클로로프로판 사용현 (사진촬영: 흑무) 8 ․ 통권 118 2013.11 황에 대한 추적조사 실시이다.
  • 9. 더 나아가 근본적인 화학물질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첫 번째 산업용 세척제에 대한 가 이드라인 마련, 두 번째 화학물질 판매유통관리를 통한 제품실명제 추진, 세 번째 안전한 세 척제 대체지원을 위한 조례제정을 추진이 제안됐다. 네 번째로 환기시설과 보호구에 대한 개 선 사업을 위해 안전보건공단이 인력 및 재정을 마련할 것, 다섯 번째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보건교육 방안을 마련, 주민 감시단 구성과 법/조례 제정이 다. 마지막으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 예방과 사후 관리를 위해 근로자 건강센터 유치가 제안됐다. 토론회 마지막에는 인쇄·제화 노동자의 생생한 현장 증언이 이어졌다. 증언자로 나선 인쇄노동자는 인쇄업의 경우 24시간 기계가 돌아가기 때문에 매일 같이 유해화학물질을 마 시고 있고, 냄새가 굉장히 심각지만 무감각해져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곧 잘 잃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과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모르며, 마스크 등 보호 장비 또한 지급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에 미달된다고 하지만 몇 십년 동안 일하면서 누적 된 게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쇄업에 비해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제화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30년간 일하면서 기억 력 상실, 조기치매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화 사업장의 경우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 장시간 노동을 하다가 과로사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또한 법 적으로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4대 보험가입이 어렵다 고 했다. 그로 인해 산재 인정을 받는 것 또한 어렵고 퇴직금, 임금 체불 또한 빈번하게 발 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팔, 팔목,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동 공단이 있는 서울 성수동은 주거 공간과 공장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또한 대부분 사업장이 50인 미만의 중소 영세 인쇄·제화 사업장이고, 일하는 노동자의 30~40%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유해물질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뿐 아니라 성동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지역 주민이 관 심 갖고 열악한 현실을 바꿔낼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모아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애쓰고 있는 건강한 일터·안전한 성동 만들기 사업단의 활동에 주목하자. 일터 l 일터 l ․ 9
  • 10.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이번 호에는 지난 10월 30일에 진행한 6번째 세미나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이번 세미나 주 제는 “일-삶의 균형과 시간 주권”이었지만, 지난 5번의 세미나 논의를 아우르는 종합 토론이었다. 참고한 자료는 다음의 4가지이다. 신경아. 2009. 「일-삶의 균형과 노동시간」.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16호. 안정옥. 2010. 「시간의 탈구와 일상의 비참 : 울산 자동차 노동자의 사례」. 『사회와 역사』 88집. 박태주. 2011. 「장시간 노동이 일과 삶의 갈등에 미치는 효과 :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생활실태조 사를 중심으로」, 『산업노동연구』 17권 2호. 제이콥스·거슨. 2010. 『시간을 묻다 : 노동사회와 젠더』. 한울. 노동시간 단축의 기준 : 하루 혹은 1주일? 먼저 노동시간 단축에 있어 하루를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주당 혹은 연간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 논의는 지난 세미나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져 왔다. 하루 노동시간의 단 축은 장시간 노동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며 특히 여성 노동자의 이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소비 집약적이 아니라 여가의 ‘문화적’ 향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주말이나 휴가와 같은 연속된 여가는 현실적으로 더 실현 가능한 방법 이고, 현재의 사회적 조건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좀 더 적응하기 쉽다는 점에서, 또 삶의 ‘재충전’ 을 위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처럼 연속된 여가 확보와 하루 노동시간 단축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고 쉽게 우열을 가를 수 없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밀접 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10 ․ 통권 118 2013.11
  • 11. 일단 단축! Yes or No?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방법론과 전략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시간 노동의 단축 그 자체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아니면 단축의 원칙과 지향을 동시에 고려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논의는 사람들의 인식/욕구가 어떻게 발생하 고 발달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원론적인 차원에서부터 현재 한국에서 도입되었거나 도입 예정인 정책들에 대한 구체적 평가의 차원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먼저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먹는다”파가 있다. 이들은 사람들의 인식/욕구가 발달하는 과정에 서 ‘발생’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았다. 현재 한국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 든 기형적인 구조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당연하고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현실을 벗어난다는 상상력조차 봉쇄된 상황에서 돈 이외의 가치에 대해 노동자들이 관심 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그 자체만으로 그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돌 파구를 만들어낸다. 비록 단축의 과정에서 임금이나 노동강도 등의 쟁점에서 손해를 볼지라도, 단축의 결과 얻어진 자유시간의 확대는 자신을 돌보고 가족과 함께하며 공동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시간의 확대는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인식지평이 넓어지고 삶의 여러 가치에 대한 욕구가 발달할 것이다. 반면 “조삼모사”파가 있다. 이들은 시작 그 자체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더 관심을 가진 다. 시작할 때의 내용은 단순히 그 시작의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경로의존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만약 단축 과정에서 임금이나 노동강도 등의 쟁 점에서 손해를 본다면, 그러한 논리가 이후에도 한국의 노동시간체제를 구성하는 작동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러한 손해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자들의 선호를 퇴색하게 하여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의 추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까지 가진다. 단축의 결과 얻어 진 자유시간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확보되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현실의 쟁점들 이 두 입장의 차이는 구체적인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을 살펴보자. 한쪽에서는 현대차 사례가 나쁜 선례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현대차가 교대제 전환을 선도했던 만큼, 현대차의 구체적 제도 그리고 전환과정의 논리는 단순히 개별 기업 차원 l 일터 l ․ 11
  • 12.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제조업 차원으로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 제조업 대부 분이 현대차보다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더 열악하다는 점에서 현대차 사례는 최대치가 되고 만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현대차 사례가 가져온 변화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현대차의 이번 선거에서 거의 모든 후보는 8시간-8시간 교대제를 요구했다. 한번 시작된 노동시간 단축의 흐름이 계속해 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울러 현대차의 교대제 변화는 다른 제조업의 교대제 전환을 추동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현대차에서 그리고 다른 제조업에서도 주야 맞교대의 장시간 노 동체제는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다른 사례들도 살펴보자.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GM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노동강도다. 현재 한국GM의 편성효율이 현대차보다 더 높아서 노동강도가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만약 현대차처럼 교대제 전환 후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면 노동자들이 버티기 힘 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교대제 전환은 해야 할까? 전환 이후 노동자들은 주어진 현 실에 순응하거나 예전의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는 것을 택할까? 아니면 노동강도를 낮추는 투쟁을 택할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노동에 대해서도 입장은 갈린다. 정부의 정책이 많은 문제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 정책 시행 자체를 반대할 것인지에 대해서 는 의견이 나뉜다. 예컨대 시간제 공무원을 운동의 주체로 사고한다면 그리하여 그들이 문제점들 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정책 시행을 환영할 수 있다. 아울러 그들의 존재는 역설적 으로 열악한 조건에 있는 풀타임 노동자들의 현실을 부각할 것이다. 반대로 시간제 노동은 노동 자들의 불만과 희망을 기만적으로 해결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와 사회복지제 도에 대한 욕구는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개인들은 현실에 순응하여 그 속에서 최선 을 다할 것을 요구받는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현실을 바꾼다 는 것은 무엇인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실을 바꾸는 원동력은 무엇인 가. 과연 운동의 ‘정답’은 무엇인가? 12 ․ 통권 118 2013.11 일터
  • 13.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2) *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 결과를 [일터] 9월·10월호와 11월호에 걸쳐 연재합니다. III. 설문조사 결과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 1) 수면장애(일터 9·10월호) 2) 사고 위험; 교대근무자, 사고 경험 2배 높아 - 설문 참여자의 79.4%는 한 번 이상 사고로 다쳤거나 다칠 뻔한 경험이 있었다. 교대근무자 의 54.9%가 이런 경험이 있어 주간고정의 27.5%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밤 근무 중에 아차사고 및 사고로 다친 횟수가 2.06회로 다른 근무형태 및 근무시간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신체 리듬 교란과 수면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당연히 커지고 야간노동을 하면서 빈번해지는 아차사고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3) 다른 건강문제들 질병 위염 및 위(십이지장) 궤양 역류성 식도염 고혈압 불면증 만성 불안 및 우울증 당뇨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뇌출혈․뇌경색) 기타 빈도(명) 684 492 465 373 141 118 94 34 82 백분율(%) 30.0 21.6 20.4 16.4 6.2 5.2 4.1 1.5 3.6 <교대근무 이후 진단받은 질병> - 교대근무 이후 진단받은 질병 중 위염, 소화성궤양(30.0%), 역류성 식도염(21.6%) 등 소화 기계 질병의 유병률이 특히 높았다. - 2011년 금속 수면연구와 비교할 때 위염,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뇌졸중 등 모든 질병에서 이번 연구 설문참여자의 유병률이 높았다. 양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에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철강 노동자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협심증,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이 일반 인구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것으 로 드러났는데, 이는 교대근무, 야간노동, 직무 스트레스, 작업환경(고온, 소음), 높은 소진감 등 유해 노동 환경에 철강노동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l 일터 l ․ 13
  • 14. 5. 노동 강도 1) 지금 하는 일, 얼마나 힘드십니까? - 보그 점수는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계량화한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의 평균 보그 점수는 12.6점으로 ‘힘듦’에 가까운 수준이고, 13점 이상으로 ‘힘듦’ 혹은 ‘매우 힘듦’에 해당 하는 경우는 46.8%에 달했다. 교대근무자들에서, 특근횟수가 많을수록, 한 달 노동시간이 길 수록, 제강이나 공무 업무를 하는 경우 보그점수가 높아졌으며, 지회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 었다. 보그점수 약함(6-9) 5.7 31.9 4 7.6 14.9 중간(10-12) 힘듦(13-15) 0% 20% 40% 60% 80% 100% 매우힘듦(16-20) <설문 참여자의 보그점수> 2) 업무 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 ‘항상 지친다’와 ‘종종 지친다’를 묶어보면 설문 참여자 중 58.3%는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로, 50.5%는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로 업무를 마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 들 대다수가 생산직인데도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더 많은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소진감을 느끼고 있는 까닭은 현장 품질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늘 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또, 여럿이 일할 때 오히려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지치고, 나이가 젊고 직위가 낮을수록 그 소진감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일상 노동과정에서 일체감을 확인하고 공동의 필요에 기초하여 힘을 모으는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 한다. 14 ․ 통권 118 2013.11
  • 15. 3)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1위 교대근무, 2위 장시간 노동(잔업, 철야), 3위 설비 등 작업환경 문제(교대노동자)나 과도한 업무량과 다기능화(주간고정노동자)였다. 0.0% 10.0% 20.0% 교대근무 30.0% 27.8% 철야, 잔업 등 장시간 노동 19.3% 작업환경의 문제 12.7% 과도한 업무량과 1인 업무다기능화 12.5% 절대적인 인력 부족 9.2% 인간공학적 요인 8.8% 고용불안 6.0% 고령화를 고려하지 않는 업무배치 기타 2.9% 0.7%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 (세 가지 선택)> 4) 적정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설문 참여자들은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5% 정도가 적절한 업무량이라고 평가하고 있 다. 야간에는 그보다 10% 정도를 더 줄여야 심각한 피로를 겪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답했 다. 또 현재 부서 인원보다 30%가량 더 늘어야 적절한 인원이라고 평가했다. 6. 교대 근무의 문제점 1) 교대 근무, 뭐가 문제냐구요? 건강! 건강!! 건강!!! - 철강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의 문제점으로 선택한 것은 생체리듬 파괴(35.4%), 수면부족/수면 방해(26.8%), 건강문제(23.2%) 순으로 건강 관련 문제가 대부분(85.4%)을 차지했다. l 일터 l ․ 15
  • 16. 2) 초과노동(잔업, 특근, 대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초과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 37.2% +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 19.1%)가 업무 관련 이유(‘내가 빠지면 전체 작업이 중단 되므로’ 22.2% + ‘물량이 많아서’ 17.6%)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나이별로는 30, 40대에서 ‘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의 응답이 높았고, 20, 30대 에서는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라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 움과 철강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 현재의 교대근무를 다른 형태로 개선한다고 했을 때 무엇이 중요하나요? - 임금, 노동 강도, 고용 안정, 심야노동 축소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어느 것 하나도 놓쳐서 는 안 된다는’ 고른 문제의식을 보여 교대제 개선 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5 노동시간단축을빌미로 임금이삭감되는 것을막아야한다 교대제전환으로 노동강도가높아지는 것을막아야 한다 교대제전환을 빌미로비정규직이 확산되는것을막아야한다 연속되는야간근무 일수를줄여야 한다 야간근무횟수를줄여야 한다 인력충원을 통해교대조를 늘리는 것이필요하다 하청노동자들도 같이전환되어야 한다 한달동안의휴일수가늘어야 한다 하루노동시간이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 16 ․ 통권 118 2013.11 6 7 6.56 6.4 6.36 6.19 6.17 5.98 5.84 5.73 5.31
  • 17. IV. 제언 1. 교대제로 인한 건강문제 실태 파악 및 대책 수립 - 설문조사에서 철강 노동자들의 불건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확 한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내 보건 관리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1) 교대제 위험은 제거 불가능.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선은 가능! - 철강사업장의 근무 일정은 야간근무가 낮이나 저녁근무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며, 연속 야간 근무가 5일이나 된다. 이는 교대제 가운데에도 악영향이 더 큰 형태이다. 몇 가지 개선이 가능하다. 첫째 야간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여 야간작업 중에 느끼는 불편함이나 건강의 유해 요인을 줄여야 한다. 둘째, 조를 늘리면서 2~3일 주기의 빠른 순환 으로 전환하고, 순방향(아침반→저녁반→야간반)으로 바꾸며, 야근한 날짜만큼 휴일을 보장하 는 방안도 있다. 2) 실노동시간 단축이 관건 - 교대제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 노동시간 의 단축이다. 이번 설문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잔업을 포함한 1일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 간을 초과하고 있고, 여기에 대근, 특근 등 추가적인 노동시간이 더해져서 한 달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실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 이하로 줄이고,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도 함께 제한하여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3) 노동강도 완화는 반드시 필요 - 현재의 교대근무를 개선할 때 ‘노동강도 강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였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며, 설문 참여자들은 30%의 추가 인력 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교대제 개선은 노동강도도 함께 줄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3. 교대제 개선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와 힘을 모아야 - 현장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현장의 다양한 이해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을 이루 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의 이해는 부서별이나 나이별로 다를 수 있고, 심지어 현실상 황이나 제약 때문에 실제 필요가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야간노동 최소화의 원칙, 하루 노동시간의 단축 등 교대제를 왜 개선하려고 하는 지를 곱씹으며 조합원 교육과 토론/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요구들을 다듬어가는 것이 필요하 다. 이를 위한 본조, 지부, 지회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 l 일터 l ․ 17
  • 18. 한노보연의 미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노보연 소장 김정수 지난 10월 24일 회원, 후원회원,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동지 여러분들을 모신 가운 데 한노보연 10주년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참석해 주신 동지들께 그리고 참석하 지는 못했지만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일 행사 프로그램 중에 있었던 ‘연구소 전망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일터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한노보연은 지난 2003년 10월 24일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10년간 노동안전보건운동에 매 진해 왔습니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 하이텍 투쟁, 심야노동 철폐 투쟁, 반올림 투쟁 등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중요한 노동안전보건투쟁에서 한노보연은 늘 중심에 있어왔다고 자부합니다. 한노보연이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 굳건히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 여, 상임회원과 비상임회원의 상호보완적인 관계, 새로운 운동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회원들 의 회비를 바탕으로 한 독립적이고 안정정적인 재정 운영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하지만 운동적 관계가 축소되어 가고, 전체 회원 수에 비례한 실동 회원의 수가 정체 되고, 목표로 했던 운동적 실현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지점입니 다. 이런 상황에서 한노보연에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로운 조직적 활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 되었고,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이라는 우리의 오래된 지 향과 지역과 국제연대라는 우리의 새로운 지향을 이정표 삼아 고민을 시작해 보기로 하였습 니다. 지난 몇 년간 전망에 관한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전망 모임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2011년에는 ‘중장기 조직전망 마련’을 조직운영기조의 첫 번째 과제로 설정하고 전 망 모임을 이어 나갔습니다. 2012년에는 “십년 뒤 나는? 십년 뒤 우리는?”이라는 주제로 총회 18 ․ 통권 118 2013.11
  • 19. 사전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회원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전망을 보다 구체화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순회 토론을 진행하며 노동시간센터(준)을 발족했습니다. 올해는 총회 에서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과 준비위원회 구성을 확정하고 추진키로 하고 지역별 회원 토론을 추가로 진행하였으며 국제연대 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연구소의 첫 번째 전망은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입니다.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지역과 현 장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자 하는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는 노동안 전보건운동의 물적 토대 강화, 의료기관을 활용하여 지역 활동 강화 등을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 설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설립 후 5년 이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종합건강검진센터, 보건관리대행기관을 갖춘 지역 노동안전보건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고, 설립 후 10년 이내에는 전국 노동안전보건센터를, 설립 후 20년 이내에는 아시아 노동안전보건센터 를, 설립 후 30년 이내에는 노동안전보건 전문 인력 양성도 가능한 국제 노동안전보건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운동의 확대발전, 새로운 주체의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연구소와는 독 립적인 기관으로 설립하고자 하며,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일하 는 모든 사람이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핵심적인 기능은 진료 와 연구, 활동이 될 것입니다. 현재 경기도 평택의 안중 지역에 설립을 추진 중으로 재원은 기금을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데 목표는 10억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기금마련에 들어갈 예정입 니다. 동지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릴 연구소의 두 번째 전망은 노동시간센터 (준)입니다. 노동시간센터(준)은 노동시간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통해 심야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의 이데올로기 생산과 사회화를 목표하며, 자본 의 노동시간 기획에 대한 분석 을 통해 노동의 대안을 마련하 고, 전문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 l 일터 l ․ 19
  • 20. 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 달에 한번 정기모임과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 도입 이후 조합원의 삶의 질, 건강영향 평가 연구’와 금속노조 철강분과 ‘철강업종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를 진행 했습니다.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 관련 연구는 이번 11월에 진행된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하나의 세션으로 묶어 발표했고, 11월 23일에 예정된 한노보연 현장연구 나눔마 당을 통해서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 보다 본격적인 현장연구와 사회화, 활동에 돌입 할 노동시간센터(준)에 동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연구소의 세 번째 전망은 국제연대입니다.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 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은, 석면추방운동과 반올림 활동을 계기로 시 작되었으며 유해산업의 세계화에 맞서 평등한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고자 활동하고 있습니 다. 현재 ABAN(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ANROEV(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 권리를 위한 네트 워크), ICRT(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례 모임 참가, 활 동교류와 투쟁현안 연대, 국제사안에 대한 공동대응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는 아시아 일부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운동주체와 일상적인 교류, 공동사업을 안정화하는데 보다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런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 습니다. 앞으로 연구소는 전망 기획을 실현하는 인큐베이터 혹은 허브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 실해야 할 것이고 전국적인 수준에서, 전체 운동의 측면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전략을 제시 하고 실천하는데 보다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한노보연이라는 나무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우 리의 꿈이 꼭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 확신의 근거는 단 하나입니다. 이 꿈을 실현하 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거는 동지들이 있고 이 꿈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입 니다. 연구소 해체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20 ․ 통권 118 2013.11 일터
  • 21. 누구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인가? 노동시간센터(준) 지난 11월 13일,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인 '시간제 일자 리'의 구체적 추진 계획을 내놨다. 당장 내년부터 2017년까지 16,000여개의 시간제 일자 리를 공무원(4천명), 교사(3천5백 명), 공공기관(9천 명) 부문에서 만든다고 한다. 또 민간 기업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 중소기업에 국 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전액을 2년간 지원하고, 시간제 근로자 의 개인별 근로시간과 소득에 따라 사회보험이 적용되도록 현행 사회보험제도 개선 방안 도 강구한단다. 삼성도 이에 발맞춰 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시간 선택제 채용 공고를 내고 하루 4 시간 또는 6시간만 근무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제 노동자 6,000명을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주요 직무분야는 연구개발 지원, 행정사무 지원, 생산 지원 등 지원 분야 / 디자 인, 기획조사, 교육운영 / 판매서비스, 콜센터 / 안전관리 분야이며, 2년 계약직으로 채 용될 것이라 한다. 급여 수준은 해당 직무의 가치에 따라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되며, 복리후생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원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위한 93만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 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93만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능할 것인가? 일과 가정 모두에서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준다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가능한 일일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대체 무 엇이고, 또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고? 노동시간센터(준)은 일터 6월호에서 시간당 임금이 너무 낮아 장시간 초과 노동을 해 야 생활할 수 있는 한국 현실에서 시간제 노동이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이미 지난 정부 때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시도되었 지만 실패했다. 고용률을 진정 높이고 싶다면 전일제 노동의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줄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시간센터(준)의 입장이다. 지난 정부의 실패에도,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시간제노동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시 l 일터 l ․ 21
  • 22. 간제노동의 활성화로 고용률을 대폭 높일 수 있었던 네덜란드처럼 자신도 손쉽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처럼 전일제노동과 차별을 최소화하 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한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세계최장을 자랑하는 한국의 전일제 실질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되어야 한다. 전 일제노동과 시간제노동의 본질적인 차별은 ‘노동시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즉, 장시간 초과노동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임금 구조 속에서, 장시간의 풀타임 노동자 임금 수준 과 노동시간에 비례적으로 지급되었을 때, 4시간짜리 시급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어찌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6시간짜리 노동자는 더 비참해질 수 있다. 전일제노동자와 노동시간에서 큰 차이는 없으면서 본질은 시급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네덜란드에서 는 시간제노동 확대에 앞서 전일제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였으며,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도 전일제노동의 실 노동시간이 단축된 상태에서 시간제노동이 도 입되었다. 둘째, 노동자가 선택할만한 시간제노동을 위해서는 노동자가 대등한 힘을 가진 세력 으로 협상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경제 위기 때 노동시간 유연화의 한 방편 으로 도입된 시간제 노동에서 노동자들은 중앙노사협약에 의해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시 간제노동자의 권리가 차별받는 것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동 시간의 길이를 이유로 임금, 부가금, 사회보장, 훈련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대우법 과 1일, 1주일 최대노동시간에 제한을 두는 노동시간법을 제정하였다. 이와 같은 전사회 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일제노동과 가장 차별이 적다는 네덜란드에서조차도 시간제는 여성들에 집중되어 있고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가 많다. 풀타임 노동이 지배적인 독일이 나 영국은, EU의 시간제노동지침의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 주변 화되어 있어 임금, 복지, 승진기회 등에서 전일제와 차별이 크다. 이에 비추어 보면, 사회 적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의 시간제일자리가 어디로 나가게 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 다. 현 정부의 시간제노동 활성화 장려책은 이미 노동자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막무가내 일자리 할당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강원대병원에 2014년 신규채용 인원 중 12명을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이에 대해 의료연대노조가 불안정하고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가 병원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간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공무원노조,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지금도 자행하고 있는 현 정부가 시간제 공무원, 시간제 교사들을 협상의 대상으로 간주 22 ․ 통권 118 2013.11
  • 23. 할 리도 만무하다.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 한다며 사회보험료의 사업주 부담분 전액을 지 원하는 문제도 그렇다. 전체 노동자의 1/10, 비정규직의 1/6 수준으로 매우 낮은 사회보 험 가입비율은 쥐꼬리만한 시간당 임금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보험료 사업주 지원 은 노동자 사회보험가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반쪽짜리 대책인 것이다. 시간제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상상해보라 시간제 일자리의 노동 공급 대상은 주로 여성, 청년학생, 장년층인데, 그중 특히 일가정 양립과 관련하여 출산과 육아 등의 돌봄, 가사노동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주 대상이다. 돌봄, 가사노동은 여전히 그녀의 몫인 상태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그녀에게 얼마나 즐거움과 보람을 줄 수 있을 것인가? 4시간, 6시간동안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 며 일하다가 집에 와보면 밀린 가사일 때문에 쓰러지지는 않을지. 시간제 노동자의 권리 가 사회적으로 가장 잘 보장된 유럽에서조차도 시간제일자리가 여성화, 주변화되는 현실 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여성노동자가 시간제 일자리에서 행복해지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 다. 결국 ‘일-가정 양립’, 보다 넓게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어려운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배우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질 좋은 공적 돌봄노동 서비스의 제공’이다. 두원정공 남성노동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으로 인한 노동시간의 단축으 로 가사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 양성평등에 기여했다는 노동시간센터(준)의 연구조사 결과 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제 노동, 노동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는 현 정부와 일부 대기업들의 모양새를 보면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커녕, 현재의 열악한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비정규직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특정 직무분야에서는 고용과 노동시간의 유연성의 한 방편으 로, 시간제 노동자의 압축된 고강도 노동시간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 정규직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을 채우는 시간 제 일자리는 막아야 한다. 고용률 향상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전일제 하루 노동시간 의 단축을 통한 방식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시간제 노동의 현실이 어떠한지, 누구를 위한 시간제 노 동인지, ‘진짜 질 좋은 시간제노동’이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노동자 스스로 목 소리를 내야 한다. 그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목소리를 조직해야 한다. 일터 l 일터 l ․ 23
  • 24.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얼마 전에 만난 외래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는데, 작업 도중 7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흉 추 12번 골절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환자가 이런 산재를 당하였는데 당시에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 아니라 동료가 회사 차로 실어서 병원에 이송했다는 것입니다. 7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면 경추(목등뼈) 혹은 요추(허리뼈)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특히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송과정에서 잘못 옮길 경우 사지 마비 혹은 하지 마비 등의 문제 가 생길 수도 있는데 동료들이 그냥 옮겼다니!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당연히 119를 불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동료들이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 전에 KBS 추적 60분에서 산재은폐 와 관련된 방송을 봤기 때문이죠. 당시 방송에 나왔던 회사와 같은 곳입니다. 방송은 현대중 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는데 119가 바로 옆에 있지만, 회사 차량 으로 병원까지 이송하였고 의학 지 식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이송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없 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 했던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환자 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작 업과정에서 추락해 발생한 명백한 <사진출처> 추적60분, “수치로만 ‘안전한 나라’, 은폐되는 산업재해” 편 24 ․ 통권 118 2013.11 산재지만, 산재로 치료받은 것이 아
  • 25. 니라 공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흉추 12번 골절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를 받고 현장 에 복귀했지만 하지 저림과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2년의 세월이 경과한 진 료에서 흉추 5~6번에 추가적인 압박골절이 발견되어 산재신청을 추가로 하기 위해 우리 병원 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이 노동자가 애초에 산재로 처리됐다면 과연 다시 우리 병원을 방문했 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하청업체에서 재해가 발생했는데 왜 119를 부르 지 않고 자신들이 환자를 실어 날랐을까요? 그것은 산재가 발생했을 때 받는 불이익 때문일 것입니다. 추적 60분에 방송된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근경색이라는 응급상황이 발생했 고, 소방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실어 나른 것은 119를 부르는 순간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산재가 두려운 이유는 사내하 청업체의 경우 산재 발생 자체가 원청인 현대중공업과의 이후 계약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없는 사내하청업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실제로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조장하고 있습니다. 산재 발생 의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발생 여부를 하청업체의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20여 년 전 의과대학의 산재문제연구회에서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산재신청을 못 하 는 상황에 분노하던 현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기가 찹니다. 아 프고 다친 것도 서러운데 하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산재신청도 못 하는 상 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일터 l 일터 l ․ 25
  • 26. 지난 10월 9일과 11일에 걸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주최로 <수은에 대한 미나마 타 협약>을 채택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이 화려한 행사가 열리기 며 칠 전, 미나마타 시민회관 한구석에서도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미나마타병 피해 주민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환경오염과 지역사회의 피해에 맞서온 28개국 36개 단체의 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나흘 동안 중금속 문제에 대한 워크숍과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포지엄, 그리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견학으로 이어진 이 자리에 한노보연도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번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수만 명의 삶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한노보연 공유정옥 미나마타를 배우다 일본 지명에는 귀에 익은 이름이 많다. 일단 도쿄는 수도로, 삿포로는 맥주로, 히로시마와 나 가사키는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요새 나가사키는 짬뽕 이름으로 유명하다). 사 실 미나마타는 수은 중독 때문에 기억하는 이름이지만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미나마타가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곳인지 2013년 10월 초에 직접 가본 뒤에야 배웠다. 작고 아름다운 미나마타 미나마타는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 서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도시다. 육 지가 팔을 뻗듯 둥글게 바다를 감싸 고 있어 그 안쪽 바다는 시라누이해 라고 부르고, 시라누이해 한구석에 조그마한 포구를 담고 있는 만을 일 컬어 미나마타만이라 한다. 미나마타 ▲ 최초 환자 발생마을. (사진촬영: 공유정옥) 26 ․ 통권 118 2013.11
  • 27. 만 주변으로는 작은 촌락들이 흩어져 있는데, 한눈에 다 볼 수 있을 만큼 몇 채 되지 않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형상이다. 시내에도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여느 시골의 작은 읍내 느낌이다. 작고 늙었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의 소도시, 그게 미나마타의 첫인상이었 다. 국가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공장 1908년, 일본 카바이드 상회가 설립되고 미나마타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일본 질소비료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고(현지에서는 이 회사를 칫소라고 부른다), 이후 암모니아, 카바이드, 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 염화비닐수지 등 일본 최대의 화 학 공장으로 자라났다. 칫소 공장은 소규모 어업 말고는 산업 기반이 없던 미나마타 경제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 았다. 사람들은 칫소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고 그냥 “공장”이라 불렀다.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기업이 작은 어촌에 공장을 차렸다는 자랑스러움도 컸을 것이다. 칫소는 미나마타 지역에서 영주와도 같은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영주가 수만 명의 삶을 앗아가리라고는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죽어가는 동물들 일찍이 1920년대부터 미나마타 어업 조합에서는 칫소 공장 폐수 때문에 생기는 피해로 골치를 앓았고 몇 차례 이 문제로 칫소와 보상 교섭을 갖기도 했다. 칫소는 매번 ‘앞으로 피해가 발생해 도 다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소액의 보상금을 쥐어주었고, 어민들은 그 이 상의 대책을 요구할 줄 몰랐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다. 미나마타만 안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떠오르고, 빈 조개껍데기가 늘면서 바닷가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파래와 미역은 색이 바래지 고 뿌리가 잘려 떠다니고, 나중에는 식용 해조류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바닷새들이 눈에 띄게 둔해져 ‘장대로 두드려 잡을 수 있을 정도’였고, 까마귀 떼가 미친 듯이 하늘을 날다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동네 고양이들은 땅에 코를 박고 맴돌거나 몸을 비틀며 펄쩍펄쩍 뛰다가 바다에 뛰어드는 ‘고양이 미친 병’을 보였다. 주민들은 불길한 징 조에 불안했지만, 그 불길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관심을 두지 못했다. l 일터 l ․ 27
  • 28. 1956년, 첫 미나마타병 피해자 발견 1956년 4월 21일, 칫소 미나마타 공장 부속병원 소아과에 6살 여자아이가 진찰을 받으러 왔 다. 멀쩡하던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걷지도 못하며, 미친 듯이 소란을 피웠다. 이틀 뒤 만 세 살이 되어가던 여동생도 같은 증상으로 진찰을 받으러 왔고, 두 자매의 어머니는 옆집에 사 는 아이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의사들이 동네에 왕진을 가보니 그들 말고 도 비슷한 환자가 여럿 있었다. “만 5세 4개월. 4월 28일부터 걷는 것이 비틀비틀해지고, 말이 불명료해지고, 물건을 쥘 수 없게 되었다. 5월 9일 물을 마시게 하면 자주 흘리고 사레가 들었다. 5월 10일 서지 못하게 되다. 5월 17일 사지가 경직되다. 5월 21일 폐렴이 생기고 경련이 빈발했 다. 전신 경련이 심하고 몸이 변형되고 의식을 잃다. 5월 23일 사망.” 이곳은 미나마타 만 깊숙한 곳에 작고 가난한 어부들이 사는 자그마한 마을로, 밀물 때면 창 밖으로 낚싯줄만 던져도 바로 생선을 낚을 수 있었다. 5월 1일 칫소 부속병원 원장은 미나마타 보건소에 ‘원인불명의 중추신경질환이 다발하고 있다’고 정식으로 보고했다. 괴질 대책위원회와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자 5월 28일, 미나마타 보건소와 시, 시의사회, 치소 부속병원과 시립 병원 등이 모여 <미나마타시 괴질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생각해서 환자 들을 병원에 격리하고 온 동네를 소독하러 다녔다. 그 덕에 환자의 가족이나 같은 동네 주민, 더 나아가 미나마타 출신 사람들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전염병 환자로 낙인찍혀 갖은 사회적 차 별을 받았다. 석 달이 지나도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자, 괴질 대책위원회는 구마모토 의대에 원인 규명 연구를 의뢰하였다. 구마모토 대학은 미나마타병 의학연구반을 현지에 파견하여 집안에서 사용하 는 음식물과 인근 바닷물, 어패류 등 온갖 것들을 열정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956년 11월,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은 이 괴질이 전염병이 아니라 미나마타만 지역의 오염된 어패류 섭취에서 비롯된 중금속 중독으로 보인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히 무슨 중금속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패류 섭취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뜻을 담고 있는 발표 였다. 그러나 이 결과는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곡식과 채소를 사 먹을 돈이 없는 가 난한 미나마타 어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해산물을 잡아 주식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죽음에 이 르게 하는 원인인 줄도 모르는 채. 28 ․ 통권 118 2013.11
  • 29. 12년간의 살인 방조 1956년 5월에 첫 환자가 보고되었고 그해 11월에 해산 물 섭취로 인한 중금속 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일 본 정부가 미나마타병을 정식 공해병으로 인정한 것은 1968년 9월 26일이다. 정부는 12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 하지 않은 채 칫소를 감쌌고, 칫소가 무사히 아세트알데히 드 공장 문을 닫고 난 뒤에야 문제를 인정하고 나섰다. 그 12년에 대한 여러 자료를 읽다보면 기가 막힐 지경 이다. 가령 1957년 구마모토 지방정부에서 미나마타산 해 산물에 대한 규제를 검토했을 때 중앙정부 후생성에서는 “원인 물질을 아직 모른다”며 이를 만류했고, 1958년에 후 생성 자체의 과학연구팀이 “원인물질을 규명하기 전이라도 ▲ 미나마타 사건의 책임이 있는 칫소社 정문 (현재 JNC社) 식품섭취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다음 해에 별 이유 없이 이 팀을 해산하고 미나마타병 조사를 수산청으로 이관시켰다. 한 정부 부서에서 칫소 공장의 폐수 방출을 금지하려 하자 통산 성(무역, 산업 담당 부처)이 나서서 “칫소와 같은 시스템을 가진 다른 공장들 주변에서는 비슷한 환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칫소 공정이 원인이라면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환자들을 발견 했을 것”이라며 폐수 규제를 가로막기도 했다. 한편 칫소는 공장 폐수를 사료에 타서 고양이에게 먹이는 실험을 통해 미나마타병이 발생한다 는 사실을 이미 1959년에 알고 있었지만, 이 결과를 철저히 은폐했다. 오히려 일본화학공업협회 와 도쿄공업대학 교수 등을 동원해 “폭약설”, “아민 중독설” 등 엉뚱한 원인설을 내놓아 원인 규 명을 교란한다. “이제 미나마타병은 끝났다.” 급기야 1960년이 되자 일본 정부는 “이제 새로운 환자 발생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962년에 는 수산청에서 담당하던 일체의 연구도 중지시켰다. 더는 환자를 찾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연구는 1968년 공해병 정식 인정을 하기까지 6년 동안 완전히 정지되었다. 첫 환자 발생 후 무려 12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의 가난한 민중들이 오염된 해산물을 먹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태를 내버려뒀고, 이런 정부의 살인 방조 속에 칫소의 아세트알데히드 생산 l 일터 l ․ 29
  • 30. 량은 1950년 5천 톤 미만이었던 것에 비해 1960년경에는 4만 5천 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2의 미나마타병 발생과 시민회의 결성 1965년, 미나마타에서 한참 떨어진 니가타시 부근 아가노 강 유역에서 미나마타병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강 유역에는 쇼와전공이라는 회사가 칫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아세트알데 히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니가타 지역에서는 1964년부터 고양이들이 미쳐 날뛰다가 죽어가기 시작했고, 개와 돼지, 까마귀도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일 년 뒤 사람들도 쓰러지기 시 작한 것이다. 니가타 미나마타병 연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했다. 환자 발생 다음 해인 1966년 초에 쇼 와전공의 공장폐수가 오염원으로 지목되었으며, 몇 달 뒤에는 공장 배수구 근처에서 메틸수은을 직접 검출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13명은 1967년에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시작했 다. 한편 미나마타에서는 1968년 1월에 <미나마타병 대책 시민회의>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니가타 지역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정부를 상대로 온전한 보상과 공해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 다. 그동안 고용안정과 임금보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자신들 내부의 수은 중독 문제를 외 면하던 칫소 노동조합도 1968년이 되자 달라졌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미나마타병과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해 8월, 공장 문을 닫고 남은 수은 원액 100 톤을 한국에 수출하려던 칫소의 시도를 막아낸 것도 노동조합이었다. 보상, 분열, 그리고 다시 투쟁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1969년에 미나마타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침 묵하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자 주민들은 매우 놀랐다. 하지만 정부의 보상은 일정한 기 준을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고, “보상 처리 결과에 일체 이의 없이 따른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정부 보상안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서게 된다. 찬성파 는 모든 보상 문제를 후생성에 일임하겠다는 태도를 밝혔고, 반대파는 자주적인 교섭과 소송을 통해 칫소를 상대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1969년, 전국 222명의 변호사가 참가하여 자주교섭파를 지원하는 변호단을 결성하고 마침내 30 ․ 통권 118 2013.11
  • 31. 칫소를 상대로 29가구 112명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첫발을 떼었다. 1973년 3월, 4년간의 법정 투 쟁 끝에 승소를 쟁취한 환자들은 도쿄에 있는 칫소 본사로 찾아가 직접 칫소와 교섭을 하기 시 작했다. 일부 환자들은 이미 1971년 11월부터 칫소 공장 앞에서, 12월부터는 도쿄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여 1년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투쟁에 소송에서 이긴 자주교섭파 환자들이 합류하여 투쟁이 점점 거세어지자, 마침내 1973년 7월, 환경청의 중재로 이후 새롭게 인정될 피해자들에게도 보상금과 의료비, 연금을 지원한다는 칫소와 환자들 사이의 협정서가 만 들어졌다. 칫소의 구원투수, 다시 정부가 나서다 1970년까지 미나마타병 환자로 인정받은 수는 고작 121명이었지만, 1973년의 판결로 600명이 추가로 인정되었다. 게다가 앞의 협정서로 칫소는 이후 발생할 환자들까지 보상해야 하는 상황 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판결 이후 밀려든 신청자들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976년에 는 미처분자 수가 3천 명에 달하며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다. 그 대책으로 1977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인정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은 신속한 처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미나마타병 인정을 훨씬 엄격하게 하여 이후 약 3년 동안 2천 명의 신청을 기각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렇게 기각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더는 싸움을 이어갈 힘이 없었다. 1978년, 환자 4명이 기각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을 제기하여 승소했지만, 정부가 고등법원에 항소 하자 3명은 소송을 취하했다. 남은 단 한 명이 대법원까지 가서 마침내 미나마타병임을 인정받 은 것은 1997년의 일로,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2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로부터 미나마타병을 인정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이 모여 집단 소송을 시작했다. 1980년에 시작하여 열여섯 차례에 걸쳐 원고들이 추가된 끝에 총 1,362명의 피해자가 원고로 나섰으며, 이후 1980년대 말까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시작되어 총 2천 명의 피해자들이 소송에 임하게 되었다. 이들 소송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면서 차례로 원고들의 승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송에 패소한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여 문제 해결은 더뎠고, 피해자들은 이미 평균 70 세를 넘은 노인들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1995년 들어 정부가 “정치적 해결”이 라는 이름으로 화해를 제시하자 환자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질긴 싸움으로 지켜낸 진실 l 일터 l ․ 31
  • 32. 이때 유일하게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계속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칸사이 지방으로 이주해 살고 있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항소에도 끈질기게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2004년 대법원을 통해 중앙 정부와 구마모토현이 미나마타병의 피해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얻어내었다. 이 판결은 반세기 동안 숨어있던 환자들로 하여금 다시 인정 신청을 할 용기를 불어넣었고, 2006년까지 3천7백 명의 피해자가 새롭게 나타났다. 1천 명의 원 고가 다시 재판을 시작하기도 했다. 소수의 끈질긴 싸움은, 칫소와 정부가 은폐하려 애써온 문제의 실체를 집요하게 드러냈다. 마 침내 2009년 의회에서는 미나마타 구제법을 만들어 이전에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도 보상금과 의료비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구제 정책에는 2012년 7월 말까지 총 6만 5천 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대법원에서 1977년에 사망한 여성을 사망 36년 만에 미 나마타 피해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나마타병의 피해자는 드러난 숫자만 수만 명, 미처 보상을 신청하지 못한 채 죽어갔거나 2 세에게 태아성 미나마타병으로 이어질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 공장 하 나가 남긴 상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끔찍한 규모다. 하지만 피해자 규모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은 미나마타 지역이 아직도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다. 칫소에서 미나마타만으로 방출한 수은 양은 70에서 150톤 정도라 하는데, 공장 폐수 배출구 주변에는 지금도 수은을 함유한 폐기물이 4미터 깊이로 쌓여있다. 공장에서 미나마타만 쪽을 향 한 58만 2천 제곱미터의 매립지에는 수은농도가 25ppm에 달하는 151만 톤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 정부는 그 위에 14년 동안 60억 달러를 들여서 “에코 파크”를 조성했다. 엄청난 양의 수은 을 전혀 정화하지 않은 채 벽으로 둘러싼 뒤 그 위에 흙을 덮은 것이다.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이 엄청난 수은이 순식간에 바다로 쏟아 져 내릴 수 있다. 공장을 기준으로 미나마타만 반대쪽에 는 하치칸이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콘크 리트와 모래로 둘러싸인 56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저수지에는 칫소 염화비닐공 장에서 나온 오염물질들이 담겨 있다. ▲ 미나마타 심포지엄. (사진촬영: 김세은) 32 ․ 통권 118 2013.11 저수지 주변 주거 지역에는 땅으로 스몄
  • 33. 다가 다시 땅 밖으로 삼출하여 나온 화학물질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오염물질들을 칫소와 정부가 책임지고 정화하지 않는 한, 미나마타 문제는 결코 끝난 게 아니라고 피해자들은 외치고 있다. 이미 목숨을 잃거나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수만 명에게 안겨준 가해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가며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미나마타에는 서러운 민중의 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 지배계급의 잇속 을 위해 치러진 침략전쟁이 그러했고, 그로 인한 원폭과 패전도 그러했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그러했듯, 국가와 경제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안아야 했던 일본 민 중들의 한. 단지 수은중독이라는 네 글자로 담을 수 없는, 담아서도 안 되는, 그 원통한 삶과 죽 음 그리고 투쟁의 역사가 그곳에 있었다.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문제가 잘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국제 수은 협약에 미나마타 이 름을 붙이자고 주장했다. 미나마타 피해자들은 이를 반대했다. 12년 동안 칫소의 살인을 방조하 고, 다시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 피해자들을 기만해온 일본 정부가 그처럼 쉽게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피해자에게 제대로 보상하고, 미나마 타의 오염된 땅과 바다를 정화하며, 앞으로 이와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은 사용을 엄 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담기지 못한 협약은 미나마타 협약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 이번에 채택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의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 고 있다. 이 협약에는 11월 20일 현재 93개국이 서명하고 미국이 가장 먼저 비준한 상태다. 미나마타에 서 가장 가까운 나라 대한민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수만 아니 수십만 민 중의 삶을 앗아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일터 ※ 이 글은 지난 10월 미나마타에서 <화학물질오염에 맞서는 시민들 Citizens Against Chemicals Pollution>의 다케시 야수마 활동가와 오카야마 대학교 환경생명과학대학원 토시히데 츠다 교수가 발 표한 내용과 1972년 하라다 마사즈미 씨가 쓴 <끝나지 않은 아픔 미나마타병>(김양호 옮김, 2006년 한울출판사)을 참고하였음. l 일터 l ․ 33
  • 34. 열두 번째 이야기 지하철계의 막장, 나는 도시철도 기관사입니다. 한노보연 최민 올 한 해 동안 세 명의 도시철도 기관사가 자살했다. 대체 노동 조건이 어떠하길래 이토록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동료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른 기관사들은 마음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서 이런 얘기를 물어보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에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씩씩했다. 도시철도 11 년차 기관사인 그는 “운이 좋아” 사상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 끼임 사고나 승객과의 특별한 마찰도 없었고, 고장이 나서 ‘구원운행’을 당한 적도 없다. 그래서 그는 자살한 분의 상황을 이리저리 짐작하고 헤아려 볼 뿐,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했다. “영결식 다녀왔는데, 그분 힘들었겠다고 생각은 해도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정도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그 가족을 보니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딸이 14살이라던데, 저는 처자식이 눈에 밟혀서 못 죽을 거 같고, 그분도 그 생각을 했을텐 데 그보다 더 힘들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힘듦이 제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요. 그냥 예상만, 예측만 해보는 거죠.” 그래, 죽을 것만 같은 고통만 있다면 하루에도 수백 대의 지하철이 이렇게 무사히 운행 되고 있진 않겠지. 그는 대신 훨씬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회사의 노동시간 도둑질 “심지어 운행 시간이 3시간 30분이 안 되는 짧은 노선을 운전하면, 대기 시간은 2시간 30 분만 인정하거든요. 그런데 대기 시간을 7시간 줘버리는 거예요. 그럼 그 사람은 아침 7시에 나왔다가 저녁 7시에 퇴근하는데도 8시간 근무만 인정을 해주죠. 34 ․ 통권 118 2013.11
  • 35. 이러면 근무표가 이상해져서, 편하긴 하지만 너무 지루한 날이 있고, 또 다른 날은 충분히 쉬지 못하고 2~3시간 쉬고 바로 다시 나가야 하기도 하고요. 너무 짜증나니까 시간 외 수당 안 받을 테니 근무표 좀 잘 짜달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어요.” 기관사도 성과를 내라?! “회사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로 장난을 치죠. 사실 기관사가 무슨 성과를 내겠 습니까? 안전 운전하면 되는 거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안전 운전은 아무 일 없으면 그 게 성과잖아요. 그런데 굳이 성과를 가려서 진급을 시키겠다면서 회사에서는 엉뚱한 짓이나 하는 거죠. 점수 매기는 게 겨우 봉사 활동 몇 시간 했냐 이런 거예요. 그것도 제대로 하는 봉사 활 동이면 이해나 하겠어요. 겨우 어디 나가서 쓰레기 줍기나 몇 시간 하고 오거든요. 중고등학 생 억지로 봉사점수 모으는 거랑 똑같아요. 아니면 게시판에 올라오는 칭찬 민원이 점수가 되지요. 저는 우리 회사 게시판 칭찬 민원 의 90%는 가짜라고 봐요. 열심히 한 사람이 진짜 칭찬 10건 받아도 누가 옆에서 가짜 20건 만들어 올리면 지는 거예요. 그러면 누가 열심히 하고 싶나요? 그런데 이런 걸 회사에서 조 장하다니 우습죠. 9급 기관사나 4급 기관사나 하는 일은 똑같아요. 그런데 굳이 진급을 하도록 하는 건 의 도가 있는 거죠. 개인 차원 뿐 아니라 어느 조합에 있느냐에 따라 표창 받는 게 달라지죠. 표창을 받으면 근무평점이 올라가고, 그게 진급에 영향을 주니까 진급하고 싶은 사람은 저쪽 노조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저는 기관사한테는 호봉제가 맞는 거 같아요.” 얘네들은 풀어주면 안 돼 “가끔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스크린도어 고장을 미처 확인을 못 하거나 뛰어내리는 승객 을 못 보는 실수.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징계를 받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따로 벌을 줘 요. 종이를 주면서 관련 규정을 옮겨 쓰라고 하고, 반성문도 쓰라고 하지요. 사고가 나서 스 트레스 받고 들어왔는데 앉아서 이걸 쓰고 있어요. 이건 이중처벌이죠. 회사에서 규정대로 징계를 받더라도 사무실에서 서로 감싸주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초 등학생 대하듯이 하니까 정말 너무 하죠.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이게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가 되잖아요. 그러면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꼭 똑같은 실수를 하게 돼요. 이런 압박감을 풀어주고, 예민한 사람들을 감싸줘야 하는데 회사가 우리한테 대하는 걸 보면 ‘얘들은 편하 게 해 주면 안 된다, 풀어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대접 받는다 생 각하면 우울해지겠죠.” l 일터 l ․ 35
  • 36. 어쩔 수 없는 선택, 교번제 “지금은 교번제입니다. 원래 9조 5교대였는데, 조별로 관리하고 봉사활동 시키고 각 조 사 이에 등수 매겨대고... 정말 회사에서 쥐어짜는 관리가 너무 심해지니까 조합에서 교번제를 제안한 거죠. 반을 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정말 패턴이 없어요. 지금 저희는 153 개 교번이 있어요. 사실은 반이 좋은 점도 있어요. 건강을 생각하면 좀 더 예측 가능한 교 대제가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고 때마다 상황에 맞는 선택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교번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집사람도 내일 근무가 어떻게 되냐고 매일 물어봐요. 옛날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는데, 이제 매일 물어봐야 하니까 답답하긴 하죠. 가족들이랑 시간 가지려면 몇 달 전부터 따져서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동료들이랑 일정을 변경해야죠.” 생리현상과의 전쟁 “생리적인 현상도 큰 문제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나 오늘 일 보고 출근해야 되는데’ 하는 거예요. 저는 항상 눈 뜨면 화장실부터 가요. 운행 중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땀이 줄줄 나죠. 누가 나대신 차를 몰아줄 수 없으니까. 앉았다 일어났다 운전석에서 별짓 다 해요. CCTV로 찍어서 보면 되게 웃길걸요. 막차를 몰고 들어가서 열차를 대놓고 자는 것을 주박이라고 하는데, 주박하면 다음 날 그 열차를 다시 몰고 운행을 해야 되거든요. 막차 운행이 1시쯤 끝나고, 들어가서 씻고 누우면 1시 반쯤 되는데, 5시 반 첫 운행을 하려면 4시 반에는 일어나야 되거든요. 나가서 점검도 해야 하니까요. 세 시간 누워 있다 나가서 운행할 때는 정말 잠과의 전쟁이에요. 주박을 한 사람은 좀 더 자고, 밤에 좀 더 일찍 들어간 사람이 첫차를 몰면 좋은데 주박지랑 사무소 사이 이동 시간이나 차비 같은 문제 때문에 배려를 안 해 주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근무 시간도 제대로 계산하고 인원 산정기준도 바꾸고, 거기에 맞추어 인원을 늘리는 거예요.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우리 사무소 인원이 180명인데 여 기서 2~3명만 늘려도 훨씬 편해질 거예요.” 지하철계의 막장 “기관사는 특수한 직업이니까 자부심이 높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볼 때 도시철도 기관사 중 절반은 이직을 원해요. 이 회사를 떠나거나, 안 되면 다른 직능으로라도 옮기고 싶어 하죠. 그중에서도 5호선과 7호선은 노선도 길고 승객도 많아서, ‘지하철계의 막 장’이에요. 자살한 분들도 일은 힘든데, 힘든 만큼 대우도 못 받으니 답답했을 거 같아요. 기계나 시스템이 기관사를 보완해주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기관사가 있는 36 ․ 통권 118 2013.11
  • 37. 것처럼 대해요. 지하철역에서 자살도 많고, 그것 때문에 기관사들도 힘들고 그러니까 스크린 도어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스크린도어가 부실해요. 열려야 할 때 안 열리고, 고장도 자주 나요. 그런데 부실한 스크린도어 만들어 놓고 기관사보고 확인 잘하라는 거예요. 일하다 보 면 이렇게 기계나 시스템보다 못한 취급받는다, 부품 취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하는 거죠 “기관사 힘들다, 지하철 현장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 자주 나왔지만, 얘기해도 변화가 없으 니 무덤덤해지는 거 같아요. 옛날에는 설문조사 나오면 열심히 했지만, 이제 그 결과가 나와 도 영향력이 없다는 걸 아니까 점점 기대가 없어지는 거죠. 최적근무위원회도 결론은 참 좋 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대로 시행할 힘은 없는 위원회잖아요. 노조는 나뉘어있어 힘이 안 실리고, 지금은 파업도 못 하는 상황이죠. 만약 파업을 한다고 하면 열차 정지를 해야 힘을 받지 않겠어요? 기간산업이라고 해서 열차는 돌아가게 해놓고 파업해야 불법파업 아니라고 인정해 준다고 하니 파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조합 간부가 임금이나 근무조건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를 해도 저는 거의 안 믿어 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계속 한다는 심정으로 조합 활동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서울시장 이라도 연임하길 바라요. 조합도 시장이 연임하길 바랄 것 같아요. 우리 스스로 투쟁력은 없 으니까. 우리 힘으로 뭘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으니까 편승이라도 하자는 거죠.” 당당한 노동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그가 3시간 운전하는 동안 기관실에 함께 탔다. 이 커다란 열차를 운전하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한데, 정말 짧은 순간 6대의 카메라 화면을 일별하고 문을 닫고 열면서, 뒤늦게 타고 내 리는 문제, 승객을 다루는 솜씨가 예술이다. 운전 중 한 역에 들어가는데, 역 끝에 서 있다 가 우리와 눈이 마주친 고등학생 한 무리가 인사를 꾸벅한다. “혹시 기관사 하고 싶은 청소 년들이 아닐까요?” 하고 말을 건네자, “아이고, 말리고 싶은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이 그가 들려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씩씩하고 긍정적이고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그였지만, 기관사로서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희망 또한 쉬이 찾지 못하고 있었다. 버팀목이 없는 이러한 일상이라면, 노동현장에서 다만 한두 번의 사고만 일어나도 결국 개인이 감당하기엔 힘든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하철계의 막장이라고 말하지 않는 날은 언제나 가능할지, 희망을 만들기 위한 연대는 어디에서 가능할지, ‘선을 넘자’고 외치는 노동자대회 날 생각해본다. 일터 l 일터 l ․ 37
  • 38.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 2013 이용석 가요제 참가기 한노보연 푸우씨 2009년부터 매년 10월의 어느 토요일, 이용석 가요제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0 월 19일, 제6회 이용석 가요제가 서울 조계사 음악당에서 개최됐다. 필자도 가요제 경연 참가 팀의 한 명으로 가요제에 다녀왔다. (필자는 활동가들로 구성된 ‘질라라비 밴드’의 멤버이다.) 이용석 열사는 누구인가? 지난 10월 26일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이었던 이용석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조직하고 만들어 낸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린 종묘공원에서였다. 집회 대오가 그날 발표된 ‘비정규직 철폐연 대가’를 더듬더듬 따라 부르던 그때,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구호와 함께 참가자들 사이에 불 길이 치솟았다. 그것이 바로 이용석 열사의 분신 항거였다. 1970년 청계피복에서 일하던 청년 전태일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법을 준수하라!”고 외친지 30 여 년이 지나, 또 다른 노동자가 세상을 향해 ‘비정규직 철폐’를 분신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2003년 이용석 열사의 분신은 수많은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에 의해 죽음에 이 르던 당시의 열사정국에 또 다른 도화선이 되었다. 이용석 열사의 죽음은 공공부문의 비정규 직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밀린 정부는 결국 정규직 전환시험을 통해 대다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라’ 이러한 이용석 열사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 노동자의 삶과 희망을 노래로 나누는 이용석 가요제는 2009년 ‘이용석노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활동 6년 차를 맞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 여 시작되었고, 뜻있는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용석 가요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해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 동지들이 유력한 우 38 ․ 통권 118 2013.11
  • 39. 승후보로 올라가 자웅을 겨루게 된다 는 점이다. 예년의 상황을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역대 가요제의 대상 수상팀이 동희오토,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동지들이었으니 말이다. 올 해도 마찬가지였는데, 동서공업 해고 노동자 황영수 동지가 ‘홀로서기’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았고, 그 외 전교조 연합 노래패, 티브로드 노래패, 보건 복지정보개발원 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사진출처> 다음카페 “이용석가요제” http://cafe.daum.net/leeyongseok-song 참가자들이 주요 경연팀이었다. 한편, 가요제가 열리는 장소에는 참가팀들의 투쟁 소식을 담은 선전물이 음악당에 도착한 사람들의 손에 건네진다. 즉, 이용석 가요제는 경연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결의하고 다 지는 의미가 남다른 그런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왜 ‘가요제’인가? 이런 열사의 뜻을 담은 자리가 ‘노동가요제’가 아닌 ‘가요제’인 이유는 당일 심사위원의 이 야기를 통해서 전해졌다. “노동자의 삶과 노동자의 희망이, 노래를 통해 더 많이 나눠지길 바랍니다.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이야기될 수 있기를 바 랍니다. 트로트, 국악, 댄스, 랩 그 어떤 장르도 상관없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담을 수 있다 면, 더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귀로 전달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이것이 굳이 노동가요제가 아 닌 가요제를 열어 온 취지입니다.” 심사위원은 대회의 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 경연에 참여한 많은 참가팀을 비롯해 가요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의 입에서 입으로 더 많이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노래될 수 있기 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이용석 열사와 가요제 참가자들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공중파 방송에 서 들을 수 없지만, 노동자의 삶과 희망을 담은 노래가 많은 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기를, 더 많은 이의 귀로 가슴으로 노동자의 삶과 희망이 흐르기를~ 일터 l 일터 l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