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 마흔에 하게 된 일
마흔이 넘자
생각이 주로 하는 일이 되었다
어머니가 단 한번도 못잊고
꾸역꾸역 지어먹인 하루 세끼의 맛이라든가
아버지가 노인이도록 복역한 밥벌이의 책무 같은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봤다
어떤 생각은 기어이 꺼내지지 않았다
어머니에게서 아버지에게로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 넘나드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콧날이 시큰해지고 목이 메어왔다
소리를 죽이려 죽을 힘을 다 써 봤으나
어깨를 들썩인 건 바로 그 죽을 힘이었다
그 무렵 믿을만한 방향으로부터 계시가 들렸다
곧 왜 사는지 알게 될 것이니
그냥 그렇게 너처럼 흘러가라는
마흔에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굳이 물어보고 마는 당신 , 당신은
아직 마흔을 넘지 않은 자식이다
- 정기석 tourmal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