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4 나라경제 2017 July
4차 산업혁명은 현실세계(physical world)와 가상세계(cyber world)
를 연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융합 세상을 사이
버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s)이라 부르는데,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를
가상세계에 만드는 형태로 실현된다. 즉 사이버물리시스템은 단순
히 통신기술을 이용해서 사물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지능이 현실세계 사물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물들에 영향을 미치는 융합
시스템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사이버물리시스템의 개념은 사실상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개념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의 범위 다양한 만큼 다양한 방식의 연결 가능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사물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말한다. 여기서 사물이라는 것은 <그림 1>에 보이는 전
기·IT 제품들처럼 비교적 인터넷에 연결하기 쉬울 것 같은 제품에
서부터 사람이나 동식물, 안경이나 시계처럼 인터넷에 연결하기 어
려워 보이는 것들까지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집과 사무실 같은 공간
이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
도 사물이 될 수 있다.
사물의 범위를 이처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
양한 유형의 사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연결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연결은 지금
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사물인터
넷이라고 하면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원격에서
공장의 기계를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새로운 제품을 개
발하는 것도 아니며 그런 제품을 이용해서 사이버물리시스템을 구성
하는 것도 아니다.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왜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18세기
말부터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사물인터넷 역
시 그러한 새로운 기술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어떤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사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그렇게 확인된 내용을 바탕
으로 사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사용자들로 하
여금 직접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아도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거
나 제품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하지
만 그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나타나
는 가장 기본적이며 일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
본적인 특징보다는 연결성이 제공하는 산업 차원의 가치를 이해하
고 찾아내는 것이다.
흔히 산업적 가치의 발굴은 사물들이 생성한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
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빅데이터 분
석 결과물들은 데이터에서 발견되는 반복적인 패턴이나 일정한 규칙
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산업적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사물뿐 아니라 고객과 기업이 연결될 때
IoT 시대 꽃필 수 있어
어떤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사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확인
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나타나
는 가장 일차적인 특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특징보다는 연결성이 제공하는 산업 차원의 가치
를 이해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핵심 기술② 사물인터넷(IoT)
연중기획 |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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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 가치라고 생각
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서도 보이는 것처
럼 사물인터넷은 어떤 제품만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도 인터넷에 연결되며,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인터넷에 연결되고 그 기업
에 부품이나 원료 혹은 별도의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도
인터넷에 연결된다.
이처럼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인터넷에 연결
되면,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물론 그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수
익을 창출하는 방법까지 달라진다. 비즈니스 방식에서의 이러한 변
화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하며, 기업
들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산업
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존처럼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 디
바이스만 판매하는 기업이 존재하겠지만, 어떤 기업들은 스마트 디
바이스를 활용해서 다른 제품이나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를 활성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기업들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대신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청구하거나 이용하는 기능에
따라서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아디다스와 같은 기업들은 사용
자가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시점을 결정하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A라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B라는 기
업이 연결될 때는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
지게 된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해 스마트 밴
드나 스마트 연기감지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력회사는 스마트 온
도조절기를 이용함으로써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막을 수 있을 것이
며, 자동차 정비소들은 체계적인 자동차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
해 OBD2(On Board Diagnostics 2) 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
니스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다양한 사물들뿐만 아니라 고객들과 기업들이 연결될 때 사
물인터넷 시대는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심에는 연결성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고객 가치, 새로운 산업적 가
치가 존재할 것이다. 무조건 연결만 하려 하기보다는 어떠한 산업적
가치를 위해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서는 이를 개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데이터에서 찾아낸 어떤 규칙이나 패턴은 산
업적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업적 가치
는 다양한 연결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결성이 제공하는 다른 산업적 가치들은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Alexander Osterwalder)와 예스 피그누어(Yves Pigneur)가 소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를 사물인터넷 관점
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찾아낼 수 있다. <그림 2>처럼 비즈니스 모델 캔
버스는 비즈니스에 포함돼야 하는 9개 주요 사업 요소로 구성돼 있는
데, 기업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인터넷에 연결될 때 모든 사업
요소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 사이의 관계
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왜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필요
이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재해석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제품을 만들거나 인터
<그림 1> 사이버물리시스템의 개념
<그림 2>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김학용 순천향대 IoT보안연구센터 교수 budopa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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