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지에코 보고서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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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에 걸어가서 책을 직접 사 갖고 오면 이건 오프라인의 구매 행태다. 반
면 인터넷서점이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책을 구매하면 온라인상의 구매행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해당서점에 원하는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문한 다음 결제까지 마치고 바로 책을 받아간다면? 아리송해진다.
분명 오프라인의 구매행태이지만 실제 이 사람은 구매를 온라인에서 했다. 직접 받아가
기 편하게 서점에 왔을 뿐이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거나 정보를 얻는
것을 온라인 투 오프라인, 줄여서 O2O라고 한다. 하지만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온라인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들이 더 이상 온라인에만 머물기를 거
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시장이 있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O2O가 부
각되고 있다.
□ 오프라인을 바꾸는 온라인
올 봄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해 화제가 된 ‘사이렌 오더’. 스마트폰
에 서비스 앱을 깔고 해당 매장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주문 메뉴가 뜬다.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면 휴대폰으로 진동이 울리며 음료가 나온 것을 알려준다. 줄을 서서
주문을 할 필요도,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을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 모든 과정이 해결된다. 이로써 얻는 것은 온라인 상의 혜
O2O 전성시대
한국경제신문기자 임원기 (http://limwon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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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의 실질적인 혜택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미 앞다퉈 O2O 영역에 진출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 퍼플즈라
는, O2O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시럽(Syrup)이라는 쿠폰적립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별, 브랜드별로 쿠폰에 포인트 등
을 적립해주는 서비스였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들은 이 서비스를 하면서 고주파인
식기술이라는 것을 활용했다. 즉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를 인식하는 기술을
활용해 쿠폰적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스피커에서 우리는 들을 수 없지만 다양한
영역대의 소리가 나오거든요. 이 중 사람이 못 듣는 영역대의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고 이를 스마트폰앱에서 인식하면 자동으로 도장이 찍히는 그런 방식입니다.”
이 서비스 자체는 잘 안됐지만 퍼플즈는 플랫폼을 B2B 사업 모델로 전환했다. 플랫
폼 이름은 사운드태그(Sound Tag).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리를 인식하는 플랫폼이다.
고주파(18~20MHz)를 내보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범용스피커와 스마트폰 사운드태그 앱만 있으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
를 들어 특정 매장에 방문시 자동으로 할인쿠폰이 발급되는 식이다. 쿠폰이 고주파를
통해 발급되기 때문에 매장 방문 인증이나 쿠폰발급, 할인카드 제시 등 귀찮은 절차가
필요 없다.
O2O는 이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
과 같은 배달 주문 앱은 전형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인데 모든 과정을 온라인화했고,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카카오톡의 경우 다음과의 합병 첫 공식 프로젝트를 O2O로 내세운 바 있다. 전 국
민이 쓰는 카카오톡 메신저에 다음의 검색 및 지도, 지역 서비스 등을 결합해 오프라인
(지역, 상점 등)에서의 생활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에 입점해 있는 기업 마케
팅 채널 플러스 친구는 할인 및 이벤트 정보 등을 메시지로 알려주고 전송하는 서비스
인데, 여기에 O2O를 접목, 이용자와 가까이에 있는 매장의 특정 이벤트 등을 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만 깔려 있으면 굳이 별도의 다른 앱을 깔 필요 없이 카카오톡
과 플러스 친구 제휴를 맺은 매장에 갔을 때 자동으로 쿠폰 정보가 뜨는 식으로 하면
어떤 사업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택시 서비스 등도 결
합된다면 막강한 O2O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SK플래닛 역시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서 O2O를
이용한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핑몰 입구에서 각 층마다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특정 매장에 들어가면 관련 할인 정보·쿠폰을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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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2O가 뭐길래..
O2O는 느닷없이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본래 온라인 서비스라는 것의
모든 시초는 오프라인의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포털에서 제공하는 온갖 서
비스 카테고리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은 결코 가상의 세
계에서만 머물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 등 일부 콘텐츠 분야를 제외한다면 디지
털 세계의 서비스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모두 오프라인이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O2O가 다른 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온라인 서비스가 갖고 있던 마지막 불편함을 없애면서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면 바로 사서 들고 올 수 있으니 사는
즉시 읽을 수 있다. 원하는 책이 없을 경우 책을 현장에서 주문한 다음 얼마나 걸릴지
등 상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할인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힘들
게 서점까지 갔는데 원하는 책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온라인에서 책을 사면 할인혜택이 크다. 책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즉시 읽을 수는 없다.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즉시 배송 서비스라고 해도
말이 그렇지 주문 클릭을 하는 순간 책이 내 손에 쥐어지진 않는다.
O2O는 쉽게 말하면 온라인의 편리함, 즉 편리함과 경제성에 오프라인의 편리함인
즉시성과 현장성이 결합된 것이다. 둘 모두를 누릴 수 있다. 책을 즉시 손에 쥘 수 있
으면서도 할인 혜택이나 정보 검색 등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범위를 조금 넓히면 O2O는 이처럼 오프라인 현장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결
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모든 종류의 온라인 혁신이
O2O의 범주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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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들어보자. 검색창에 꽃배달을 쳤다고 해서 꽃배달 서비스가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꽃배달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쉬워진 것일 뿐
이다. 하지만 만약 검색을 한 뒤 바로 꽃배달을 클릭 한번으로 할 수 있다면? 복잡하게
전화번호를 눌러서 주문상황을 확인해가는게 20세기말의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앱에서,
또는 웹에서 클릭 한번으로 꽃배달 주문까지 가능해진다. 아주 작은 차이인 것처럼 보
이지만 이것이 오프라인의 구매행태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이다.
예로 든 꽃배달 서비스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렇게 구매를 하게 되면 고객은 편리
할 뿐 아니라 구매의 복잡한 단계가 줄어들어서 좋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스
마트폰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좋다.
□ 모바일기업들 O2O로 시장 재편 나서
이미 O2O는 세계적인 추세다. 아마존은 올 봄인 지난 4월 ‘아마존 대시’를 공개했다.
막대 모양의 아마존 대시를 구입하려는 상품에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은 모양이다. 우유가 다 떨어졌다면 우유에 이 아마존 대시를 갖다 대기
만 하면 된다. 구글은 올초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을 3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인
수했다. 애플은 O2O 기반 마케팅 도구인 아이비콘을 선보였다. 전 세계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버도 O2O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O2O의 원조격인 서비스는 집카가 아닌가 싶다. 집카는 오프라인에서 남아
도는 차를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확인한 다음, 누구나 이 차를 빌려서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공유경제라는 차원이 부
각되면서 O2O의 성격이 희석되긴 했지만 사실 O2O의 진짜 원조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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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2O 서비스에서 두드러진 것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들의 무차별적인 확장이
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톡이 O2O로 오프라인 서비스 시장의 재편에 나선 것처럼 중국
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갖고 있는 텐센트가 ‘텐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O2O로
확장했다.
특정 상점에서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정보가 해당 상점의 위챗 계정으로 연결되고,
이용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까지 이뤄진다. 텐센트가 부동산 정보 사이트 58닷
컴 지분 20%를 취득하고 중국 최대 맛집 평가 서비스 다중뎬핑, 택시 예약 서비스 디
디다처를 인수한 것도 O2O에 대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 아마존과 같은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 또는 인터넷 포털기
업들이 O2O로 나서는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 온라인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더
큰 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 목표다. 특히 포털, 전자상거래, 메신저 등의 공통
점은 수천만, 수억명의 사람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오프라인의 어떤 서비스와 연결을 하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O2O가 대세라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관건은 이것이다. 과연 어디까지 확장
될 것인가, 즉 얼마나 시장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것인가다. 그리고 누가
이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인가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O2O의 구글과 같은 기
업이 나오리란 예측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