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001 참는 대신 웃기
당나라의 장공예라는 사람은 무려 아홉 대가 한집에 살았
는데도 집안이 화목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황제가 비결을
묻자 장공예는 참을 인(忍) 자를 백 번 써서 바쳤습니다. 참
고 참고 또 참는 것이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 조선 후기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을 인 자를 한 번만 써도 심하거늘 그 글자를 백 번이나 쓰
다니! 지금 내가 즐거울 락(樂) 한 글자를 쓰니 무수히 많은
웃음 소(笑) 자가 뒤따라온다. 이렇게 한다면 아홉 대가 아니
라 백 대라도 한집에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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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2 무성한 근심 솎아 내기
살면서 끝없이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사람들
은 우울에 빠지곤 합니다. 우울(憂鬱)의 울은 막힐 울 자로,
나무가 무성한 숲을 형용한 글자입니다. 숲에 나무가 무성
하듯 마음에 근심이 가득한 것이 우울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근심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
한 것은 근심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근심을 관리하는 방
법입니다.
세상은 영원하지만 사람은 때가 되면 죽는다. 마음을 기쁘게
하지도 못하면서 오래 살려고만 하는 사람은 도를 통달한 사
람이 아니다.(『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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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3 누구나 처음이 있다
조선 숙종 때의 선비 신성하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관
직에 임명되었습니다. 그 일에 문외한이었던 신성하는 몹
시 걱정한 나머지 그만둘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동생
신정하가 편지를 보내 이렇게 격려했습니다.
모든 일은 닥치면 하게 되는 법입니다. 세상에 아이 키우는
법을 배운 다음에 시집가는 여자는 없습니다.(『대학』)
처음 세상에 나서는 한 사람의 선비가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차례로 이룩할 수 있다는 유학의
근본 취지는 바로 이러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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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4 만 가지 일을 처리하는 방법
어렵고 쉬운 일이 섞여 있는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한 편의 글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술술 잘 풀리는 곳이 있
는가 하면, 꽉 막혀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정조 임금이 설명한 글 짓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 한 편을 지을 적에는 잠깐 사이에 수천수만 자를 쓸 수도
있지만 중요한 곳에서는 한 글자를 쓰는 데에도 몹시 애를 먹
는다. 글 짓는 사람이 어려운 곳을 보면서 쉬운 곳부터 손을
댄다면 좋은 글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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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5 매일 하루치의 공부
인생이란 뜻밖의 행운이나 불의의 사고로 바뀌는 것이 아
닙니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의해 천천히 바뀌는 것
입니다. 인생은 하루의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 가지 일을 기억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억한다. 이
렇게 오래 하면 자연히 꿰뚫는다. 사람이 매일 하루치 공부
를 한다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여씨동몽훈』)
하루의 공부가 모여서 남다른 지혜를 이루고, 하루의 연습
이 쌓여 뛰어난 능력을 만듭니다. 인생을 바꾸는 것도, 역사
를 바꾸는 것도 오늘 하루의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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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6 공경하되 멀리한다
공자의 제자 번지가 지혜로움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할 도리에 힘쓰고,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는 것이
지혜로움이다.(『논어』)
귀신이나 죽음처럼 알 수 없는 것에 힘쓰기보다는 귀신이 아니
라 사람에게, 죽음이 아니라 삶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믿
음이었습니다.
옳은 것과 지혜로운 것은 다릅니다.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깨우치는 것이 옳은 태도라면, 다른 사람의 믿음을 존
중하면서도 그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믿음을 지키는 것은 지혜
로운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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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 예의란 오고 가는 것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며 노인이 젊
은이를 나무라고, 젊은이가 지지 않고 맞서는 바람에 다툼
이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예(禮)에 관한 경전인 『예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예의는 오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기만 하고 오지 않으면 예
의가 아니요, 오기만 하고 가지 않으면 역시 예의가 아니다.
예의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지키는 것도 아니고,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나
오는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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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8 이 시대의 사람과 함께
조선 중기의 학자 우계 성혼은 선조 임금에게 올리는 글에
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재는 다른 시대에서 빌려 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늘이
한 시대의 사람을 낼 적에 한 시대의 일을 충분히 하도록 만들
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아무리 인재가 없다 해도 정성껏 찾는
다면 이 넓은 나라에 어찌 한 시대의 인재가 없겠습니까.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외면할 것
이 아니라, 그중에 나은 사람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시
대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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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09 정치는 일상을 다스리는 것
정치가 잘되고 있으면 정치를 논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잘
못되고 있으면 너도나도 정치 이야기를 하기 마련입니다.
『한비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정치는 일상을 다스리는 것이고, 도(道)는 일상을 인도하는
것이다.
정치라든가 도라든가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
상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비자의 말처럼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결정합니
다. 그리고 정치의 도, 즉 정치 이념과 정책 기조는 우리의
일상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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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0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는 것
가난을 벗어나 부귀를 누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입니다. 그렇지만 부귀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
이 아니고, 가난은 좀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
서 우리는 가난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조선
후기 문인 심대윤의 「안빈론(安貧論)」 중 한 구절입니다.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는 것은 가난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
다. 어떠한 유혹과 고난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부귀해질 수 있다. 그러니 가난을 편안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부귀를 구하는 방법이며, 고난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출
세를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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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 각자 살길을 찾는다는 것
8만 권에 가까운 중국 고전을 모아 놓은 『사고전서』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우리 고전에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고사
성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입니다.
오직 각자 스스로 살기를 도모하느라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인정』)
불행하게도 각자도생은 오늘날 다시 한 번 증명되었습니다. 각
자 살길을 찾아야 하는 사회에서 시민 의식이 성숙할 리 없습니
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일일공부 하루 한 편 삶을 바꾸는 고전 수업
13. 012 왈가왈부는 아름답다
“남의 일에 왈가왈부하지 마라.”라는 말처럼 왈가왈부(曰可
曰否)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면
나쁜 뜻으로 쓰이기는커녕 아름다운 일이라고 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랏일은 한 사람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왈가
왈부하여 지당한 결론을 얻도록 힘쓰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왈가
왈부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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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 삶에 향기를 불어넣는
매일 하루치의 공부
일일공부
하루 한 편 삶을 바꾸는 고전 수업
장유승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