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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telecom magazine
2017. 10
SK telecom magazine
Issue Report
사물지능이란 무엇인가?
최근 널리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협소한 정보화와 달리 디지털
기술이 현실공간과 암묵지로 확장되는 현상이다(그림 1). 정보화 시기에 산
업과 사회 곳곳에 보급된 PC와 인터넷은 2차원 화면 속 가상공간에서만 활
용 가능했고, 논리적으로 명확히 정의되는 지식(형식지)만 구현할 수 있었
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이 가상공간에서 뛰쳐나와 현실공간으로 확장하고,
인공지능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지식인 암묵지를 학습할 수 있
게 되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사물지능’이 현실공간을 스스
로 감시하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사물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업은 사업모델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 활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판매하는 공급자의 영
역에 한정이 있었다. 과거에는 제품이 팔리고 난 후 개별 소비자가 이를 어
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개입할 방법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사물지능의 초연결성과 상호작용 역량을 활용하면 제품을 판매한 후
에도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시점에 기업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
게 된다(그림 2).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이 핵심 경쟁력이었
다면, 사물지능 시대에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몰입도와 성취감 등을 제
고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제품은 공급자에게는 궁극적인 가치
이지만, 사용자에게는 가치 창출의 도구일 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실제 사용하면서 경험을 만들어 간다. 현실공간에서 사용자 행태에
대한 방대하고 사실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사물지능은 제
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행동, 즉 경험을 가치 창출의 중심으로 삼는다.
사물지능 사용으로 사업모델 변화가 가장 먼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산업
그림 1 4차 산업혁명의 양대 견인요인
지능
확장 4차 산업혁명
암묵지
형식지
가상공간 현실공간
공간
확장
인공
지능
사물
지능
정보화/
인터넷
사물
인터넷
3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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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역시 디지털 기술의 진원지인 ICT 분야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 주역으
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에 컴퓨팅이라는 서비
스를 실시간 수요에 대응해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데이터가 개별 단말기를 넘어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되므로 기술 발전도 빨
라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최신 PC로 교체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PC 시장은 역성장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세계 PC 출하량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본격화되기 시
작한 2011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민첩
히 변모하지 못한 HP, 썬마이크로시스템, 델 등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반면,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두주자로 수익의 대부분이 여기서 발
생한다. 아마존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ICT 선도기업들 다
수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심으로 모든 개별 제품을 통합하는 추세다.
한편으로, ICT 기업 중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서비스 모델과 결합하려
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ICT 헬스케어 기업인 얼라이브코어
(AliveCor)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는 심장 리듬의 이상을 의미하는 부정
맥, 특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을 진
단하고 결과를 제공한다. 애플워치에 부착하는 형태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심방세동 치료를 받은 환자가 이상을 느낄 때 재발 여부를 진단해준
다. 얼라이브코어는 처음에는 제품 판매를 통해서만 수익을 냈지만, 올해
안으로 ‘카디아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한
휴대용 심전도 측정 기기가 심방세동 질환을 관리하는 원격진료 서비스로
발전한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재 산업에서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2007년부터 식료품, 생필품, 위생용품, 기저귀 등을
‘SS(Subscribe  Save)’ 서비스로 판매했고, 2014년부터는 가정용 바
코드 스캐너나 리필 버튼으로 소모품을 쉽게 재주문하는 ‘대시(Dash)’ 서
비스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업부가 혼재된 복합기업들의 영향력 확대
도 진행되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Apple) 역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인터넷서
비스, 애플스토어 등 유통업을 보유한 복합기업이다.
이렇듯 제품의 서비스화 추세는 현재 GE(General Electric), 롤스로이스
(Rolls Royce) 등을 중심으로 설비, 부품 등 자본재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
으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재 산업까지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기
술이 한창 개발 중인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
다. BMW는 2016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제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였고, RD 인력
중 20% 수준인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2021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인택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원가경쟁력이 기존 택시나 자가용보다 월
등할 전망이다. 서울시 택시의 1일 평균 영업거리는 281km이며 소나타급
차량의 경우 1km 운행당 원가는 적정이윤을 포함해 1,056원(2012년 기
준)이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차량당 1만 달러에 구현된다면 무인택시의
1km 운행당 원가는 417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행 택시보다 61% 저렴
한 것으로 현재 1만 원이 소요되는 거리를 4천원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기
존 택시는 비싼 요금 때문에 출퇴근과 심야 시간 외에는 대부분 유휴 상태
인데, 가격이 저렴한 무인택시는 이용자 증가로 km당 원가가 더 낮아질 가
능성이 크다. 한편 일평균 운행거리가 31km에 불과한 개인 자가용은 아반
떼급 차량 기준 1km당 총 비용이 687원이다. 무인택시 서비스는 운전은
물론 주유, 정비, 주차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의성을 제공함에도 자가 운전
보다 더 저렴한 것이다. 게다가 출퇴근, 쇼핑, 사교, 여행 등 각 이동 요구별
로 가장 적합한 차량을 제공할 수 있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집 앞까
지 배달되는 편리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되어 준다. 물론 무인택시가 등장한
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개인 자가용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사람
들이 여전히 PC를 활용함에도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PC 판매량이 감소
했듯이, 자동차 산업도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판매가 정체 내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무인택시 사업은 초기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중요하겠으나, 궁극적으
로는 사용자 행태 정보가 경쟁우위를 결정할 것이다. 인공지능 개인비서가
그림 2 가치사슬의 확장
조달 생산 판매/구매 사용 효과
원료·부품
공급
제품 생산
체험 구성
요소 확보
실제
체험
사용자
가치
투입(Input) 기존 가치 사슬 산출
(Output)
확장된 가치사슬 성과
(Outcome)
효율성 추구
(ERP/Smart Factory)
사용자 체험/가치 추구
(Servit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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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선호, 상황맥락, 해야 할 업무, 가족·친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
려해 가장 적절한 활동과 장소, 이동수단을 제안할 수 있고, 또한 이러한 실
시간 이동수요 정보를 기반으로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기술발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지
만, 이처럼 산업의 가치사슬과 수익모델이 ‘공급자의 제품 생산과 판매’ 중
심에서 ‘사용자의 체험과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더욱 중요한 것
이다.
그림 3 디자인, 디지털, 데이터의 선순환적 발전 관계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발전된 체험 디자인 역량과 데이터 분
석 능력이 요구된다. 삶에 대한 관찰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체
험을 디자인하면 이를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속히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고, 디지털 제품을 활용하
는 과정에서는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이라고도 불리는 데이터가
생성된다. 사물지능 서비스가 흥행에 성공하면 더 많은 이용자의 행태 데이
터가 축적되는데, 이를 분석해 얻은 풍성한 통찰로 더 개선된 디지털 체험
을 디자인하면 다시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그림
3).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자, 제품·서비스 디자이너, 데이
터 과학자 등이 긴밀히 협력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한국 기업이 땀과 희생으로 선진국이 기피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무를 수행하며 성장했다면, 사물지능
시대에는 디지털·디자인·데이터라는 새로운 3D 역량을 유기적으로 구사
해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며 ‘제품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
임을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이성호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신속하고
유연한 실험
디지털흔적
수집·기록
피드백 제공
데이터
아이디어 검증
(Analytics)
디자인
아이디어 창출
(Insight)
디지털
사용자체험 구현
(Eng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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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opinion ➊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제품’ 중심의 경제가 ‘행동’ 중심의 경제로
‘새로운 불’이라 불리는 디지털 기술의 근본 속성을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만들려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매체에 담아야 했다. 즉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의 모든 정보는 아날
로그 신호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저장, 전송 그리고 재생되었다. 예를 들어,
음악을 저장하는 LP를 생각해보자.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음향 정보
를 레코드판 표면의 홈(groove)이라는 저장매체로 변환하여 음악을 저장
하고, 전송하고, 재생한다. 이 경우 음악이라는 콘텐츠는 LP라는 전달매체
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오랫동안 마치 노예처럼 물리적 매체에 붙잡혀 있
던 정보를 해방시킨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정보의 특징은 모든 콘텐츠를 비트(bit)로 변환하여 하나의 통신 네
트워크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가 디지털화되
면서 콘텐츠 역시 더는 특정 전달 매체에 구속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즉 오
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은 콘텐츠와 매체의 분리를 가져왔
다. 인류가 불이라는 수단을 온갖 일에 두루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지
털 신호는 어떤 콘텐츠도 디지털 표준을 따르기만 하면 마음대로 저장하고
전송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나간 산업화 시대는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이 물리적 제품이었다. 따라서
산업화 시대에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해내고, 그
런 아이디어를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완성해 공급하
는 데에 있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그 기업이 어떤 제품을 갖고 있느냐
에 달려 있었다. 예로 ATT는 전화기를, IBM은 컴퓨터를, GM은 자동차라
는 제품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경쟁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을 가지고 무
엇을 하는가, 즉 행동이고 그 행동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경쟁전략
의 핵심이 되었다.
세상이 물건에서 행동 중심으로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물리적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통해 얻는 소비자의 경험이 가치창출의 근
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자신의 행동
을 통해 경험으로 변환시킨다. 그리고 그 변환된 결과인 경험이 바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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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제품이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면서, 물질적 제품
자체의 가치보다 그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동이 가치창출의 중심으
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즉,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혁신의 핵심
은 어떻게 제품의 기능을 향상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자의 경험을 조형
할지에 있는 것이다.
사물지능의 등장, 디지털화 확대
과거의 디지털화는 산업과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었음에도 적용되는 공간
과 지능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한편 공간과 지능이라는 두 축에서 살펴
볼 때 공간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으로 구성되며 지능은 형식지와 암묵지
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가상공간보다 현실공간이, 형식
지보다는 암묵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바일(무선) 인터넷 기술이 등
장하기 전 디지털화는 가상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기계학습이 보급되
기 전의 정보화는 형식지라는 제한된 지식밖에 다루지 못했다.
앞으로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디지털화
의 영역은 현실공간 전체로 확장될 것이다. 사람이 일일이 입력한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처리하는 대신, 현실공간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
황을 인식하며 적절한 대응이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된다. 이를 ‘사이버-물
리 통합 시스템(CPS)’이라고 부른다. 특히, 인공지능을 통해 암묵지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상황 인식 및 대응 능력이 대폭 개선되고 인간과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이 제품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게 했다면, 인공지능
은 여기에 상황맥락 인식과 자율적 대응 역량을 추가하는 것이다. 때로 사
물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경합하기도 하는데, 매장 자동화를 위
해 RFID를 모든 상품에 부착하려던 시도가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아마존
(Amazon)이 영상 인식 인공지능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 향후에는 경쟁
하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 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사물
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
/ Smart Things)’
✽
기술을 토대로 이제 인간의 개입 없이 센서가 외부환경
으로부터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하고 다른 사물 및 인간과 자율적으로 상
호작용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 사물지능: IoT와 AI를 결합한 개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라는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실현(디자인)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인 동인(動因)
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한 사물지능 혁명은 표준 상품을 대량 생산·유통하던 경제를 상황
인식에 기반한 체험 중심 서비스 경제로 전환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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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지능이 견인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열어준 가능
성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각종 사물에 탑재된 인공지능
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시점에 유연하게 상호작용하며 가장 적합한
기능을 조합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당장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
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는 인간과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며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는 시대를 열게 됐다. 스마트폰은 가장 먼저 사물지능 시대를 개막
하는 첨병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가전, 자동차, 주택, 금융, 의료
등 다양한 상품으로 스마트화·서비스화가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
전자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개발한 스타트업 비브(Viv)를 인
수했는데, 애플(Apple)의 시리(Siri)를 개발한 경력이 있는 비브는 편재성
(Ubiquity)이라는 비전을 구현하는데 전 세계에 가장 다양하고 많은 전자
기기(Device)를 소비자에게 보급시킨 삼성전자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
했다. 삼성전자의 활성 사용자 기반과 비브의 인공지능 기술이 시너지를 창
출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는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로고 이미지가 대표했다면, 향후
사물지능 시대에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미
국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떠올릴 때 상표나 원클릭 구매버
튼 아이콘이 아니라, 인간 언어로 친근하게 상호작용하는 알렉사(Alexa)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알렉사나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대화를 구사하는 개성 면에서 대동소이하지만, 앞으로 어떻
게 차별화를 기하며 진화할지 주목된다. 이처럼 사물지능은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고객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수익창출을 달성할 것이다. 기업 조
직도 제품·브랜드 단위(공급자 중심)로 구성되기보다는 고객 세부집단 단
위(수요자 중심)로 구성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RD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까지 제품 스펙을 개선하는 하드웨
어 엔지니어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물지능이 수집한 데이터로부
터 사용자 니즈를 도출하고 더 나은 체험을 개발하는 소위 ‘서비스 RD’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용자 체험 개선 연구에서는 전산학과 공학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 및 조직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행태과학과 사회과학
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글 유영진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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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opinion ➋
디자인,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그리다
디자인이란 그저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스타일링이 아니다. 이는 마치 애
플(Apple)의 디자인을 말하면서 재료와 색상, 겉모습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스타일링 측면으
로 국한해 보는 것은 디자인의 힘을 지극히 제한하는 수준의 인식이다. 말
하자면 디자인은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게 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발견하는 과정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의미는 20세기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운동에
서 찾을 수 있는데, ‘예술을 위한 예술’에 반대하며 현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문학으로서의 디자인을 주창했다. 바우하우스 운동은 인간
의 모든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을 산업경제에
근간을 둔 생산 시스템과 연결시켜, 경제활동이 단순히 수익과 효율성의 극
대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더욱 의미 있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되도록 하는 디자인을 강조했다. 디자이너들은 이와 같은 인식
하에 사용자의 삶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각종 제품과 서비
스를 사용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가를 관찰하며, 이로써 사용자들은 제
품과 기술을 구매하는 이유와 그것으로 얻어내는 사용 가치를 생각하게 되
는 것이다.
바우하우스(Bau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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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 애플, 나이키 같은 업계의 선도적인 기업들은 디자인을 경쟁 전
략의 핵심에 놓고 획기적 제품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맥킨
지(McKinsey  Company), 액센추어(Accenture), 딜로이트(Deloitte)
같은 대형 경영 컨설팅 기업들도 자신들의 서비스에 디자인을 추가하고 있
는데, 이를 테면 맥킨지는 루나(Lunar), 액센추어는 피오르드(Fjord), 딜
로이트 컨설팅은 더블린(Dublin) 같은 디자인 컨설팅 업체를 인수했다. 뿐
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영대학들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자
신들의 커리큘럼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AACSB; 세계적인 대학 인준 기관)는 디자인적 사고를 경영대학 커리큘
럼에 적용하기 위한 세미나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여러 기업과 기
관들이 앞 다퉈 디자인을 자신들의 핵심적 전략 가치로써 핵심 영역에서 활
용하려는 까닭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제품/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이전의 개념과는 다른
전혀 다른 새로운 사용자 경험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스마
트폰은 이제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전화라는 하드웨어에 각종 첨단 디
지털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서 기존의 개념과 틀을 넘어서는 형태
로 변화했다. ICT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무인자
동차 개발도 마찬가지며,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에도 디지털 기술
이 접목되면서 더는 과거와 동일한 가전제품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발전
하는 중이다.
가장 현실적인 사례는 TV다. TV라는 제품에 디지털 기능을 접목해 스마트
TV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TV에 디지털 부품을 넣고 앱스토어를 만
들어 여러 가지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TV와 사용자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제품이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
던 새로운 경험 가치를 추출해내는 과정인 것이다. TV는 종종 린 백(Lean
Back) 기술이라고 말한다. 등을 소파나 의자에 편안히 기대듯 긴장을 풀고
즐기는 기술이란 뜻이다. 반면 컴퓨터는 린 포워드(Lean Foward) 기술이
다. 긴장하면서 의자 끝에 앉아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관심을 집중함으로
써 효율적으로 과업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이처럼 기본적으
로는 상반된 경험 가치를 갖는 TV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얻어내는 것
이 바로 스마트 TV다. TV의 별명이 ‘바보상자’라는 것을 떠올리자면, 똑똑
한(Smart) 바보상자가 되는 모순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TV가 지
닌 기본적인 사용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디지
털 기술을 TV에 접목시킬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스마트워치를 생각해보자.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연장선
상으로 생각해 손목에 차는 소형 스마트폰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손
목시계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새로운 시계로 생각
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과연 사용자가 어떤 경험
가치를 원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적인 사고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디자인 가치의 핵심이 판매에서 사용
을 통한 체험 가치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만들어서 빨리 좋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제품 속에 본격적으로 녹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최적화된 디자인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이 실제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다른 무엇과, 그리고 왜,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을 사용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 가차사슬의 한계를 넘어
서서 사용자의 체험 공간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지속적인 사용자 경
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아마존(Amazon)은 킨들(Kindle)의 UI 디자인을 구성할 때 전자책
을 구매한 사용자들이 무슨 책을 실제로 얼마나 읽었는지 어느 페이지를
건너뛰고 어느 부분에서 책읽기를 중단했는지, 어떤 책을 읽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어느 구절에 밑줄을 그었으며 어떤 단어를 찾아봤는
지 등등 모든 것을 정보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
같은 깊은 정보는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 순간에 맞추어
새로운 경험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던져주는 것이다.
스마트TV
스마트워치
아마존(Amazon)의 킨들(Kindle)
SK telecom magazine
물론 이러한 디자인 전략이 곧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한국 기업의 경우 그동안 목표 대비 실적을 수시로 체크하고 데드
라인을 강조하며 규모의 성장을 달성하는 스피드(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날로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과 변화무쌍한
기업 환경으로 인해 ‘빨리 보고 빨리 행동하며, 실패하면 곧바로 다른 시도
로 옮기는’ 실험 중심의 3세대 스피드 경영 시대로 전이해야 한다. 앞으로
사물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산업
에서 경제 활동의 큰 변화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성능, 기능이 평준화되어 있고 구매
수요도 포화 상태인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기능성과 안
전성보다 발전된 개념인 편의성으로 차별화하고, 사용자에게 더 가치 있고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체험의 제공’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시점이
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물질적인 만족을 넘어 그 이상의 단계인 자아실현
과 행복을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의미’라는 가치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먼저 새로운 사용자 체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는 디자
인 주도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이성호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
SK telecom magazine
Monthly opinion ➌
‘데이터’, 예측 분석과
개인맞춤 서비스
사물지능 시대의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은 매출, 이익 등 집계값
의 전망(forecasting)을 넘어 ‘각 개인의 행태와 의사결정에 대한 예측’으
로 발전한다. 과거에는 판매량 합계의 전망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면,
향후에는 각 개인의 구매 가능성에 대한 예측분석이 개인맞춤 서비스의 가
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별, 연령, 지역 등 인구통계 데
이터를 주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집한 사용
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각 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대한 예측력을 크
게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국 프로그레시브 자동차 보험사(PGR; Progressive
Insurance, 미국 3위의 자동차 보험업체)는 ‘스냅샷(Snapshot)’이라는 운
전행태 기반 보험을 판매한다. 이러한 보험 상품을 팔기 위해 프로그레시
브 사는 2012년 기준 가입자 100만 명을 대상으로 누적 주행거리 50억 마
일(80억 4,672만㎞)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행거리 주행시간, 급
제동 같은 운전행태 정보가 벌점 기록이나 성별, 연령, 지역 같은 인구통계
정보보다 사고 위험을 2배 이상 정확히 예측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과거와
현재의 행동이야말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가장 유용한 변수가 되어
준다는 의미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원격 모니터링 기술에 관한 특허를
미국 프로그레시브 자동차 보험사(PGR; Progressive Insurance)
SK telecom magazine
취득했는데, 인구통계 데이터보다 훨씬 정확하게 사고 위험률을 예측할 수
있는 운전행태 데이터를 축적한 덕분에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다른 보험사
가 모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단
순한 사용자 특성 예측을 넘어
특정 개입 및 조치를 발휘하는
인과적 효과(causal effect)
에 대해 궁금할 때가 많다. 마케
팅의 선구자였던 존 워너메이커
(John Wanamaker)는 100여
년 전에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
였다.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인지
를 모른다”라고 얘기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광고의 효과 측
정은 힘든 일이다. 구매 가능성
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안내메일이나 쿠폰을 발송하거나, 성수기를 맞
이해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에 판매량 중 얼마만큼이 캠페인 조치의 순수한
기여분인지를 구분해내기 어렵다.
위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향후에는 보험료의 핵
심역량이 안전 운전행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에는 고위험 운전자였을지라도 운전행태를 개선시켜 사고 위험을 낮추면
결국에는 보험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측분석에 널리 활용하
는 기계학습은 단지 상관관계만 예측할 뿐 인과적 효과를 추정하지 못한다
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CCTV 설치 대수와 범죄율은 상관관
계가 매우 높아 그 지역 CCTV 수를 알면 범죄율도 얼추 예측할 수 있다. 그
렇다고 CCTV의 설치 증가가 범죄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인과적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범죄율 증가가 CCTV 설치 증가를 가져온다고 보는 편
이 타당하다.
그런데 특정 조치를 대상들에게 무작위로 배정하는 실험(randomized
experiment) 하에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동일하므로, 특정 조치의
확대, 중단 또는 조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전자상거래, 앱,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기 용이해 A/
B 테스트라고 부르는 무작위 실험을 종종 수행한다.
무작위 실험을 통해 그동안은 모집단의 평균 효과를 추정했다. 그런데 각
개인에게 미치는 효과가 모두 동일할 수는 없으며, 개인별 차이는 맞춤 서
비스의 기회를 열어준다. ‘향상모형(Uplift Model)’은 특정 조치의 영향으
로 인해 각 개인이 목표 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인과적으로 어떻게 변화
하는지를 예측한다. 무작위 실험에서 수집한 데이터 또는 조치의 수혜자와
비수혜자 중 가장 유사한 개체끼리 짝지은 데이터에 향상모형을 적용하면
모집단을 체계적으로 분할하며 세부집단 별로 상이한 효과를 추정할 수 있
다.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예상되는 세부집단은 피하고 긍정적 효
과가 나타나는 세부집단에게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은 줄고 효
과는 증가한다. 그림1에서 대상(가로축) 전체에게 100% 비용을 투자해
100%의 효과(세로축)를 달성하면 비용효과성이 1이 되는데, 긍정적 효과
가 나타나는 40%의 세부집단에게만 비용을 집행해 120%의 효과를 얻으
면 비용효과성이 3(=120%/40%)이 되어 200%나 증가하게 된다.
그림1 향상모형에서 설득효과에 따른 사용자 세그먼트 분류
향상모형은 개인별 인과적 효과 추정 데이터에 기계학습을 적용하면서 특
정한 조치가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하위 그룹들을 찾아낸다. 이 경우 각 세
부집단에 대한 설득력을 예측하므로, 이를 설득효과(긍정적으로 설득될
가능성)라고 한다.
향상모형은 마케팅·금융·사회복지·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맞춤 서
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런데 각 분야에서 수행되는 업무(대출심사, 채
용심사, 입학심사, 경찰수사 등)에서 예측 분석을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활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
조치를취하지않을경우의반응누적효과
조치를 취할 경우의 반응
0%
0%
20%
40%
60%
80%
100%
120%
140%
20% 40% 60% 80% 100%
조치가 적용되는 비율
부정
부정
긍정
긍정
설득 가능
(Persudables)
어차피
긍정
무조건 반대
간섭 사절
긍정적 효과 효과 무 역효과
자료: 이성호ㆍ유영진(2017), 사물지능 혁명 : 명사의 시대에서 동사의 시대로.
SK telecom magazine
용할 때는 오류 발생 리스크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계학습의 오류
는 프로그램 버그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설계 오류에 의한 부작용, 해
킹, 불공정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자율주
행차 등의 분야는 현실세계에서 학습하는 과정 중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을지도 확인해야 한다.
데이터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불충분하고 부정확하며 트렌
드에 뒤쳐진 데이터를 사용하지는 않는지, 부실하게 선별된 데이터가 현상
을 실제와 다르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 작업은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
다. 빅데이터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이 우수하고 표준화가 잘 이루어진
스마트 데이터 확보다.
알고리즘의 내부 작동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매칭 시스템 설계가 부실
할 수도, 맞춤 및 추천 서비스가 사용자의 선택지를 축소시킬 수도, 상관관
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각광
받는 딥러닝 알고리즘의 경우 그 작동 과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이 역시
예측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책임성 확보가 더 중요하므로 모형 작동 과정
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기계학습의 오류 가능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컴퓨터 과학자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한계 및 인과성과 공정성 이슈
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사회과학자, 경영학자가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물지능 시대에는 사회과학자와 경영
학자의 역할이 줄어들기 보다는 더욱 증대될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기계학
습 전문가가 여전히 공학 연구자에 한정될 뿐 사회과학자·경영학자 중에는
관련 연구자가 극히 적은 형편이다. 이 문제가 향후 인공지능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다양한 민간·공공 서비스에 실제 적용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글 유영진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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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지능이란? (Connect 9월호)

  • 2. SK telecom magazine Issue Report 사물지능이란 무엇인가? 최근 널리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협소한 정보화와 달리 디지털 기술이 현실공간과 암묵지로 확장되는 현상이다(그림 1). 정보화 시기에 산 업과 사회 곳곳에 보급된 PC와 인터넷은 2차원 화면 속 가상공간에서만 활 용 가능했고, 논리적으로 명확히 정의되는 지식(형식지)만 구현할 수 있었 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이 가상공간에서 뛰쳐나와 현실공간으로 확장하고, 인공지능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지식인 암묵지를 학습할 수 있 게 되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사물지능’이 현실공간을 스스 로 감시하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사물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업은 사업모델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기업 활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판매하는 공급자의 영 역에 한정이 있었다. 과거에는 제품이 팔리고 난 후 개별 소비자가 이를 어 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개입할 방법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사물지능의 초연결성과 상호작용 역량을 활용하면 제품을 판매한 후 에도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시점에 기업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 게 된다(그림 2).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이 핵심 경쟁력이었 다면, 사물지능 시대에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몰입도와 성취감 등을 제 고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제품은 공급자에게는 궁극적인 가치 이지만, 사용자에게는 가치 창출의 도구일 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실제 사용하면서 경험을 만들어 간다. 현실공간에서 사용자 행태에 대한 방대하고 사실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사물지능은 제 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행동, 즉 경험을 가치 창출의 중심으로 삼는다. 사물지능 사용으로 사업모델 변화가 가장 먼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산업 그림 1 4차 산업혁명의 양대 견인요인 지능 확장 4차 산업혁명 암묵지 형식지 가상공간 현실공간 공간 확장 인공 지능 사물 지능 정보화/ 인터넷 사물 인터넷 3차 산업혁명
  • 3. SK telecom magazine 은 역시 디지털 기술의 진원지인 ICT 분야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 주역으 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에 컴퓨팅이라는 서비 스를 실시간 수요에 대응해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데이터가 개별 단말기를 넘어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되므로 기술 발전도 빨 라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최신 PC로 교체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PC 시장은 역성장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세계 PC 출하량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본격화되기 시 작한 2011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민첩 히 변모하지 못한 HP, 썬마이크로시스템, 델 등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반면,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두주자로 수익의 대부분이 여기서 발 생한다. 아마존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ICT 선도기업들 다 수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심으로 모든 개별 제품을 통합하는 추세다. 한편으로, ICT 기업 중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서비스 모델과 결합하려 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ICT 헬스케어 기업인 얼라이브코어 (AliveCor)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는 심장 리듬의 이상을 의미하는 부정 맥, 특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을 진 단하고 결과를 제공한다. 애플워치에 부착하는 형태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심방세동 치료를 받은 환자가 이상을 느낄 때 재발 여부를 진단해준 다. 얼라이브코어는 처음에는 제품 판매를 통해서만 수익을 냈지만, 올해 안으로 ‘카디아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한 휴대용 심전도 측정 기기가 심방세동 질환을 관리하는 원격진료 서비스로 발전한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재 산업에서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2007년부터 식료품, 생필품, 위생용품, 기저귀 등을 ‘SS(Subscribe Save)’ 서비스로 판매했고, 2014년부터는 가정용 바 코드 스캐너나 리필 버튼으로 소모품을 쉽게 재주문하는 ‘대시(Dash)’ 서 비스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업부가 혼재된 복합기업들의 영향력 확대 도 진행되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Apple) 역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인터넷서 비스, 애플스토어 등 유통업을 보유한 복합기업이다. 이렇듯 제품의 서비스화 추세는 현재 GE(General Electric), 롤스로이스 (Rolls Royce) 등을 중심으로 설비, 부품 등 자본재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 으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재 산업까지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기 술이 한창 개발 중인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 다. BMW는 2016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제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였고, RD 인력 중 20% 수준인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2021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인택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원가경쟁력이 기존 택시나 자가용보다 월 등할 전망이다. 서울시 택시의 1일 평균 영업거리는 281km이며 소나타급 차량의 경우 1km 운행당 원가는 적정이윤을 포함해 1,056원(2012년 기 준)이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차량당 1만 달러에 구현된다면 무인택시의 1km 운행당 원가는 417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행 택시보다 61% 저렴 한 것으로 현재 1만 원이 소요되는 거리를 4천원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기 존 택시는 비싼 요금 때문에 출퇴근과 심야 시간 외에는 대부분 유휴 상태 인데, 가격이 저렴한 무인택시는 이용자 증가로 km당 원가가 더 낮아질 가 능성이 크다. 한편 일평균 운행거리가 31km에 불과한 개인 자가용은 아반 떼급 차량 기준 1km당 총 비용이 687원이다. 무인택시 서비스는 운전은 물론 주유, 정비, 주차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의성을 제공함에도 자가 운전 보다 더 저렴한 것이다. 게다가 출퇴근, 쇼핑, 사교, 여행 등 각 이동 요구별 로 가장 적합한 차량을 제공할 수 있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집 앞까 지 배달되는 편리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되어 준다. 물론 무인택시가 등장한 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개인 자가용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사람 들이 여전히 PC를 활용함에도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PC 판매량이 감소 했듯이, 자동차 산업도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판매가 정체 내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무인택시 사업은 초기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중요하겠으나, 궁극적으 로는 사용자 행태 정보가 경쟁우위를 결정할 것이다. 인공지능 개인비서가 그림 2 가치사슬의 확장 조달 생산 판매/구매 사용 효과 원료·부품 공급 제품 생산 체험 구성 요소 확보 실제 체험 사용자 가치 투입(Input) 기존 가치 사슬 산출 (Output) 확장된 가치사슬 성과 (Outcome) 효율성 추구 (ERP/Smart Factory) 사용자 체험/가치 추구 (Servitization)
  • 4. SK telecom magazine 사용자의 선호, 상황맥락, 해야 할 업무, 가족·친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 려해 가장 적절한 활동과 장소, 이동수단을 제안할 수 있고, 또한 이러한 실 시간 이동수요 정보를 기반으로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기술발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지 만, 이처럼 산업의 가치사슬과 수익모델이 ‘공급자의 제품 생산과 판매’ 중 심에서 ‘사용자의 체험과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더욱 중요한 것 이다. 그림 3 디자인, 디지털, 데이터의 선순환적 발전 관계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발전된 체험 디자인 역량과 데이터 분 석 능력이 요구된다. 삶에 대한 관찰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체 험을 디자인하면 이를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속히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고, 디지털 제품을 활용하 는 과정에서는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이라고도 불리는 데이터가 생성된다. 사물지능 서비스가 흥행에 성공하면 더 많은 이용자의 행태 데이 터가 축적되는데, 이를 분석해 얻은 풍성한 통찰로 더 개선된 디지털 체험 을 디자인하면 다시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그림 3).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자, 제품·서비스 디자이너, 데이 터 과학자 등이 긴밀히 협력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한국 기업이 땀과 희생으로 선진국이 기피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무를 수행하며 성장했다면, 사물지능 시대에는 디지털·디자인·데이터라는 새로운 3D 역량을 유기적으로 구사 해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며 ‘제품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 임을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이성호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신속하고 유연한 실험 디지털흔적 수집·기록 피드백 제공 데이터 아이디어 검증 (Analytics) 디자인 아이디어 창출 (Insight) 디지털 사용자체험 구현 (Engagement)
  • 5. SK telecom magazine Monthly opinion ➊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제품’ 중심의 경제가 ‘행동’ 중심의 경제로 ‘새로운 불’이라 불리는 디지털 기술의 근본 속성을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만들려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매체에 담아야 했다. 즉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이전의 모든 정보는 아날 로그 신호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저장, 전송 그리고 재생되었다. 예를 들어, 음악을 저장하는 LP를 생각해보자.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음향 정보 를 레코드판 표면의 홈(groove)이라는 저장매체로 변환하여 음악을 저장 하고, 전송하고, 재생한다. 이 경우 음악이라는 콘텐츠는 LP라는 전달매체 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오랫동안 마치 노예처럼 물리적 매체에 붙잡혀 있 던 정보를 해방시킨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정보의 특징은 모든 콘텐츠를 비트(bit)로 변환하여 하나의 통신 네 트워크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가 디지털화되 면서 콘텐츠 역시 더는 특정 전달 매체에 구속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즉 오 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은 콘텐츠와 매체의 분리를 가져왔 다. 인류가 불이라는 수단을 온갖 일에 두루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지 털 신호는 어떤 콘텐츠도 디지털 표준을 따르기만 하면 마음대로 저장하고 전송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나간 산업화 시대는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이 물리적 제품이었다. 따라서 산업화 시대에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해내고, 그 런 아이디어를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완성해 공급하 는 데에 있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그 기업이 어떤 제품을 갖고 있느냐 에 달려 있었다. 예로 ATT는 전화기를, IBM은 컴퓨터를, GM은 자동차라 는 제품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경쟁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을 가지고 무 엇을 하는가, 즉 행동이고 그 행동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경쟁전략 의 핵심이 되었다. 세상이 물건에서 행동 중심으로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물리적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통해 얻는 소비자의 경험이 가치창출의 근 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자신의 행동 을 통해 경험으로 변환시킨다. 그리고 그 변환된 결과인 경험이 바로 가치
  • 6. SK telecom magazine 창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제품이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면서, 물질적 제품 자체의 가치보다 그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동이 가치창출의 중심으 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즉,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혁신의 핵심 은 어떻게 제품의 기능을 향상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자의 경험을 조형 할지에 있는 것이다. 사물지능의 등장, 디지털화 확대 과거의 디지털화는 산업과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었음에도 적용되는 공간 과 지능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한편 공간과 지능이라는 두 축에서 살펴 볼 때 공간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으로 구성되며 지능은 형식지와 암묵지 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가상공간보다 현실공간이, 형식 지보다는 암묵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바일(무선) 인터넷 기술이 등 장하기 전 디지털화는 가상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기계학습이 보급되 기 전의 정보화는 형식지라는 제한된 지식밖에 다루지 못했다. 앞으로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디지털화 의 영역은 현실공간 전체로 확장될 것이다. 사람이 일일이 입력한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처리하는 대신, 현실공간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 황을 인식하며 적절한 대응이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된다. 이를 ‘사이버-물 리 통합 시스템(CPS)’이라고 부른다. 특히, 인공지능을 통해 암묵지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상황 인식 및 대응 능력이 대폭 개선되고 인간과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이 제품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게 했다면, 인공지능 은 여기에 상황맥락 인식과 자율적 대응 역량을 추가하는 것이다. 때로 사 물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경합하기도 하는데, 매장 자동화를 위 해 RFID를 모든 상품에 부착하려던 시도가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아마존 (Amazon)이 영상 인식 인공지능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 향후에는 경쟁 하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 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사물 인터넷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 / Smart Things)’ ✽ 기술을 토대로 이제 인간의 개입 없이 센서가 외부환경 으로부터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하고 다른 사물 및 인간과 자율적으로 상 호작용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 사물지능: IoT와 AI를 결합한 개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라는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실현(디자인)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인 동인(動因) 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한 사물지능 혁명은 표준 상품을 대량 생산·유통하던 경제를 상황 인식에 기반한 체험 중심 서비스 경제로 전환시킬 것으로 보인다.
  • 7. SK telecom magazine 사물지능이 견인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열어준 가능 성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각종 사물에 탑재된 인공지능 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시점에 유연하게 상호작용하며 가장 적합한 기능을 조합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당장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 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는 인간과 자연어로 상호작용하며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는 시대를 열게 됐다. 스마트폰은 가장 먼저 사물지능 시대를 개막 하는 첨병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가전, 자동차, 주택, 금융, 의료 등 다양한 상품으로 스마트화·서비스화가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 전자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개발한 스타트업 비브(Viv)를 인 수했는데, 애플(Apple)의 시리(Siri)를 개발한 경력이 있는 비브는 편재성 (Ubiquity)이라는 비전을 구현하는데 전 세계에 가장 다양하고 많은 전자 기기(Device)를 소비자에게 보급시킨 삼성전자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 했다. 삼성전자의 활성 사용자 기반과 비브의 인공지능 기술이 시너지를 창 출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는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로고 이미지가 대표했다면, 향후 사물지능 시대에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미 국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떠올릴 때 상표나 원클릭 구매버 튼 아이콘이 아니라, 인간 언어로 친근하게 상호작용하는 알렉사(Alexa)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알렉사나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대화를 구사하는 개성 면에서 대동소이하지만, 앞으로 어떻 게 차별화를 기하며 진화할지 주목된다. 이처럼 사물지능은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고객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수익창출을 달성할 것이다. 기업 조 직도 제품·브랜드 단위(공급자 중심)로 구성되기보다는 고객 세부집단 단 위(수요자 중심)로 구성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RD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까지 제품 스펙을 개선하는 하드웨 어 엔지니어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물지능이 수집한 데이터로부 터 사용자 니즈를 도출하고 더 나은 체험을 개발하는 소위 ‘서비스 RD’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용자 체험 개선 연구에서는 전산학과 공학 뿐 아니라 개인의 행동 및 조직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행태과학과 사회과학 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글 유영진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석좌교수
  • 8. SK telecom magazine Monthly opinion ➋ 디자인,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그리다 디자인이란 그저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스타일링이 아니다. 이는 마치 애 플(Apple)의 디자인을 말하면서 재료와 색상, 겉모습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스타일링 측면으 로 국한해 보는 것은 디자인의 힘을 지극히 제한하는 수준의 인식이다. 말 하자면 디자인은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게 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발견하는 과정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의미는 20세기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운동에 서 찾을 수 있는데, ‘예술을 위한 예술’에 반대하며 현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문학으로서의 디자인을 주창했다. 바우하우스 운동은 인간 의 모든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을 산업경제에 근간을 둔 생산 시스템과 연결시켜, 경제활동이 단순히 수익과 효율성의 극 대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더욱 의미 있고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되도록 하는 디자인을 강조했다. 디자이너들은 이와 같은 인식 하에 사용자의 삶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각종 제품과 서비 스를 사용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가를 관찰하며, 이로써 사용자들은 제 품과 기술을 구매하는 이유와 그것으로 얻어내는 사용 가치를 생각하게 되 는 것이다. 바우하우스(Bauhaus)
  • 9. SK telecom magazine 현재 삼성, 애플, 나이키 같은 업계의 선도적인 기업들은 디자인을 경쟁 전 략의 핵심에 놓고 획기적 제품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맥킨 지(McKinsey Company), 액센추어(Accenture), 딜로이트(Deloitte) 같은 대형 경영 컨설팅 기업들도 자신들의 서비스에 디자인을 추가하고 있 는데, 이를 테면 맥킨지는 루나(Lunar), 액센추어는 피오르드(Fjord), 딜 로이트 컨설팅은 더블린(Dublin) 같은 디자인 컨설팅 업체를 인수했다. 뿐 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영대학들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자 신들의 커리큘럼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AACSB; 세계적인 대학 인준 기관)는 디자인적 사고를 경영대학 커리큘 럼에 적용하기 위한 세미나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여러 기업과 기 관들이 앞 다퉈 디자인을 자신들의 핵심적 전략 가치로써 핵심 영역에서 활 용하려는 까닭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제품/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이전의 개념과는 다른 전혀 다른 새로운 사용자 경험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스마 트폰은 이제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전화라는 하드웨어에 각종 첨단 디 지털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서 기존의 개념과 틀을 넘어서는 형태 로 변화했다. ICT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무인자 동차 개발도 마찬가지며,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에도 디지털 기술 이 접목되면서 더는 과거와 동일한 가전제품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발전 하는 중이다. 가장 현실적인 사례는 TV다. TV라는 제품에 디지털 기능을 접목해 스마트 TV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TV에 디지털 부품을 넣고 앱스토어를 만 들어 여러 가지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TV와 사용자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제품이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 던 새로운 경험 가치를 추출해내는 과정인 것이다. TV는 종종 린 백(Lean Back) 기술이라고 말한다. 등을 소파나 의자에 편안히 기대듯 긴장을 풀고 즐기는 기술이란 뜻이다. 반면 컴퓨터는 린 포워드(Lean Foward) 기술이 다. 긴장하면서 의자 끝에 앉아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관심을 집중함으로 써 효율적으로 과업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이처럼 기본적으 로는 상반된 경험 가치를 갖는 TV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얻어내는 것 이 바로 스마트 TV다. TV의 별명이 ‘바보상자’라는 것을 떠올리자면, 똑똑 한(Smart) 바보상자가 되는 모순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TV가 지 닌 기본적인 사용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디지 털 기술을 TV에 접목시킬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스마트워치를 생각해보자.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연장선 상으로 생각해 손목에 차는 소형 스마트폰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손 목시계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새로운 시계로 생각 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과연 사용자가 어떤 경험 가치를 원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적인 사고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디자인 가치의 핵심이 판매에서 사용 을 통한 체험 가치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물건을 대량으로 싸게 만들어서 빨리 좋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제품 속에 본격적으로 녹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최적화된 디자인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이 실제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다른 무엇과, 그리고 왜,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을 사용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 가차사슬의 한계를 넘어 서서 사용자의 체험 공간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지속적인 사용자 경 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아마존(Amazon)은 킨들(Kindle)의 UI 디자인을 구성할 때 전자책 을 구매한 사용자들이 무슨 책을 실제로 얼마나 읽었는지 어느 페이지를 건너뛰고 어느 부분에서 책읽기를 중단했는지, 어떤 책을 읽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어느 구절에 밑줄을 그었으며 어떤 단어를 찾아봤는 지 등등 모든 것을 정보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 같은 깊은 정보는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 순간에 맞추어 새로운 경험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던져주는 것이다. 스마트TV 스마트워치 아마존(Amazon)의 킨들(Kindle)
  • 10. SK telecom magazine 물론 이러한 디자인 전략이 곧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한국 기업의 경우 그동안 목표 대비 실적을 수시로 체크하고 데드 라인을 강조하며 규모의 성장을 달성하는 스피드(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날로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과 변화무쌍한 기업 환경으로 인해 ‘빨리 보고 빨리 행동하며, 실패하면 곧바로 다른 시도 로 옮기는’ 실험 중심의 3세대 스피드 경영 시대로 전이해야 한다. 앞으로 사물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산업 에서 경제 활동의 큰 변화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성능, 기능이 평준화되어 있고 구매 수요도 포화 상태인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기능성과 안 전성보다 발전된 개념인 편의성으로 차별화하고, 사용자에게 더 가치 있고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체험의 제공’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시점이 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물질적인 만족을 넘어 그 이상의 단계인 자아실현 과 행복을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의미’라는 가치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먼저 새로운 사용자 체험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는 디자 인 주도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이성호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
  • 11. SK telecom magazine Monthly opinion ➌ ‘데이터’, 예측 분석과 개인맞춤 서비스 사물지능 시대의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은 매출, 이익 등 집계값 의 전망(forecasting)을 넘어 ‘각 개인의 행태와 의사결정에 대한 예측’으 로 발전한다. 과거에는 판매량 합계의 전망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면, 향후에는 각 개인의 구매 가능성에 대한 예측분석이 개인맞춤 서비스의 가 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별, 연령, 지역 등 인구통계 데 이터를 주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집한 사용 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각 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대한 예측력을 크 게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국 프로그레시브 자동차 보험사(PGR; Progressive Insurance, 미국 3위의 자동차 보험업체)는 ‘스냅샷(Snapshot)’이라는 운 전행태 기반 보험을 판매한다. 이러한 보험 상품을 팔기 위해 프로그레시 브 사는 2012년 기준 가입자 100만 명을 대상으로 누적 주행거리 50억 마 일(80억 4,672만㎞)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행거리 주행시간, 급 제동 같은 운전행태 정보가 벌점 기록이나 성별, 연령, 지역 같은 인구통계 정보보다 사고 위험을 2배 이상 정확히 예측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과거와 현재의 행동이야말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가장 유용한 변수가 되어 준다는 의미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원격 모니터링 기술에 관한 특허를 미국 프로그레시브 자동차 보험사(PGR; Progressive Insurance)
  • 12. SK telecom magazine 취득했는데, 인구통계 데이터보다 훨씬 정확하게 사고 위험률을 예측할 수 있는 운전행태 데이터를 축적한 덕분에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다른 보험사 가 모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단 순한 사용자 특성 예측을 넘어 특정 개입 및 조치를 발휘하는 인과적 효과(causal effect) 에 대해 궁금할 때가 많다. 마케 팅의 선구자였던 존 워너메이커 (John Wanamaker)는 100여 년 전에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 였다.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인지 를 모른다”라고 얘기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광고의 효과 측 정은 힘든 일이다. 구매 가능성 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안내메일이나 쿠폰을 발송하거나, 성수기를 맞 이해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에 판매량 중 얼마만큼이 캠페인 조치의 순수한 기여분인지를 구분해내기 어렵다. 위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향후에는 보험료의 핵 심역량이 안전 운전행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에는 고위험 운전자였을지라도 운전행태를 개선시켜 사고 위험을 낮추면 결국에는 보험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측분석에 널리 활용하 는 기계학습은 단지 상관관계만 예측할 뿐 인과적 효과를 추정하지 못한다 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CCTV 설치 대수와 범죄율은 상관관 계가 매우 높아 그 지역 CCTV 수를 알면 범죄율도 얼추 예측할 수 있다. 그 렇다고 CCTV의 설치 증가가 범죄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인과적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범죄율 증가가 CCTV 설치 증가를 가져온다고 보는 편 이 타당하다. 그런데 특정 조치를 대상들에게 무작위로 배정하는 실험(randomized experiment) 하에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동일하므로, 특정 조치의 확대, 중단 또는 조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전자상거래, 앱,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기 용이해 A/ B 테스트라고 부르는 무작위 실험을 종종 수행한다. 무작위 실험을 통해 그동안은 모집단의 평균 효과를 추정했다. 그런데 각 개인에게 미치는 효과가 모두 동일할 수는 없으며, 개인별 차이는 맞춤 서 비스의 기회를 열어준다. ‘향상모형(Uplift Model)’은 특정 조치의 영향으 로 인해 각 개인이 목표 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인과적으로 어떻게 변화 하는지를 예측한다. 무작위 실험에서 수집한 데이터 또는 조치의 수혜자와 비수혜자 중 가장 유사한 개체끼리 짝지은 데이터에 향상모형을 적용하면 모집단을 체계적으로 분할하며 세부집단 별로 상이한 효과를 추정할 수 있 다.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예상되는 세부집단은 피하고 긍정적 효 과가 나타나는 세부집단에게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은 줄고 효 과는 증가한다. 그림1에서 대상(가로축) 전체에게 100% 비용을 투자해 100%의 효과(세로축)를 달성하면 비용효과성이 1이 되는데, 긍정적 효과 가 나타나는 40%의 세부집단에게만 비용을 집행해 120%의 효과를 얻으 면 비용효과성이 3(=120%/40%)이 되어 200%나 증가하게 된다. 그림1 향상모형에서 설득효과에 따른 사용자 세그먼트 분류 향상모형은 개인별 인과적 효과 추정 데이터에 기계학습을 적용하면서 특 정한 조치가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하위 그룹들을 찾아낸다. 이 경우 각 세 부집단에 대한 설득력을 예측하므로, 이를 설득효과(긍정적으로 설득될 가능성)라고 한다. 향상모형은 마케팅·금융·사회복지·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맞춤 서 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런데 각 분야에서 수행되는 업무(대출심사, 채 용심사, 입학심사, 경찰수사 등)에서 예측 분석을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활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 조치를취하지않을경우의반응누적효과 조치를 취할 경우의 반응 0% 0% 20% 40% 60% 80% 100% 120% 140% 20% 40% 60% 80% 100% 조치가 적용되는 비율 부정 부정 긍정 긍정 설득 가능 (Persudables) 어차피 긍정 무조건 반대 간섭 사절 긍정적 효과 효과 무 역효과 자료: 이성호ㆍ유영진(2017), 사물지능 혁명 : 명사의 시대에서 동사의 시대로.
  • 13. SK telecom magazine 용할 때는 오류 발생 리스크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계학습의 오류 는 프로그램 버그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설계 오류에 의한 부작용, 해 킹, 불공정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자율주 행차 등의 분야는 현실세계에서 학습하는 과정 중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을지도 확인해야 한다. 데이터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불충분하고 부정확하며 트렌 드에 뒤쳐진 데이터를 사용하지는 않는지, 부실하게 선별된 데이터가 현상 을 실제와 다르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 작업은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 다. 빅데이터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이 우수하고 표준화가 잘 이루어진 스마트 데이터 확보다. 알고리즘의 내부 작동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매칭 시스템 설계가 부실 할 수도, 맞춤 및 추천 서비스가 사용자의 선택지를 축소시킬 수도, 상관관 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각광 받는 딥러닝 알고리즘의 경우 그 작동 과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이 역시 예측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책임성 확보가 더 중요하므로 모형 작동 과정 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기계학습의 오류 가능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컴퓨터 과학자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한계 및 인과성과 공정성 이슈 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사회과학자, 경영학자가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하며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물지능 시대에는 사회과학자와 경영 학자의 역할이 줄어들기 보다는 더욱 증대될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기계학 습 전문가가 여전히 공학 연구자에 한정될 뿐 사회과학자·경영학자 중에는 관련 연구자가 극히 적은 형편이다. 이 문제가 향후 인공지능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다양한 민간·공공 서비스에 실제 적용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글 유영진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