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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공론장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N < >
청년허브 맨땅에초로록 막막한독서모임, ,
천선란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독서모임 년 월 일< > / 2020 11 26
기후위기 시대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 &
엇일까 지구 또는 인류의 종말 을 다룬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소설들을 두고? ‘ ’ ,
미래 를 이야기한다는 게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소설들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 ’ .
한 것들을 허물어뜨린다 그 점에서 기존의 통념 관성을 벗어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게 하는. ,
재료이자 원동력일 것이다.
작품들이 그리는 불길한 미래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미래가 내 세대의‘
미래 는 아니라는 거리감을 제공해줌으로써 파멸적 미래를 낭만화하기도 한다 이 낭만화가 우리’ .
의 문제 의식을 흐리게 하진 않을까?
또는 미래에 대한 지나친 비관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조차 포기하게 만들진 않을까?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고 멸종의 위기에 몰린 야생동물 그들에 대한 온정적 시선을 제외한,
다면 인간의 삶과 야생동물의 삶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후위기와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의? ,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기후위기란 측면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
인가 이야기를 나눠보자, .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동참을 권?
유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치인들 또는 기업에게 어떤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사막으로 사람들은 본다고 믿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믿는 것만 본다 그래서 보는 것만< > : “ .
쓸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뭘 믿고 뭘 보는 것일까.” ( )
이 소설의 배경은 사막에서 별 보기 가 불가능해진 시대다 소설 마지막 화자가 보는 사막의‘ ’ .
황량한 풍경과 거친 모래바람은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잃어버린 오늘의 현실을 상기하게 한
다 아버지가 들려준 아름다운 사막의 밤하늘 풍경은 화자를 이끄는 메시지가 된다 그러니까. .(“
나의 별 볼 일 없는 역사는 아버지의 말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 은 꾸며.”(13)) ‘ ’
낸 거짓임이 밝혀진다 목표를 갈 길을 잃은 인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마지막에 화자는. , .
도로가 없는 우주 로 나아간다‘ ’ . 평생 열심히 땅에 도로를 깔았더니 내 딸은 도로가 없는 길“
을 가네.” 이는 산업화 시대가 끝난 이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들에게 해(35) ,
당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레시< > : 하지만 지구의 생명체가 바이러스 숙주의 삶이 아닌 개인의 역사와 가치를 지닌 존“
재라는 걸 온전히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걸 느끼게 해준 존재가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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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을 때 승혜는 다시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다.”(68)
변종 파지 바이러스 로 인해 바다의 미생물이 파괴되어 바다가 죽는다 이 일이 시작‘ (phage) ’ .
된 것은 남극 빙하가 녹아 그 안에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파지 바이러스가 살아났기 때문
이다 바다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 승혜를 비롯한 대원들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로 간다 그곳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출현하지만 인간은 그것이 정체불명이라는 이유로.
적대심을 갖고 위험 요소로 인지하여 실험체로 삼거나 파괴하려 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다.
음의 질문들을 던진다 하지만 생명을 발원시키는 바다의 진정한 주인 우주의 진정한 주인. ( ) ,
은 누구일까 혹시 바이러스가 아닐까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자리 위치는 어디쯤일? ? ,
까?
생명의 유전자가 바이러스를 통해 유전체에 들어온 거라면 그래서 결국 지구“ ,
의 모든 생명체가 뒤섞여 있는 거라면 사실 아주 멀리서 바라볼 때 지구 역시
하나의 바이러스에 불과할지도 몰라 어떤 이는 바이러스가 사는 차원이. [ ]…
우리와 다를 거라는 이야기를 해 우리보다 더 높은 거지 그러면 바이러스는. .
우주를 알고 있는 진정한 우주의 주인인지도 몰라 레시.” (< >, 73-74)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역사와 가치를 인식하는 개별적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 역시 인간.
의 삶 역사라는 범위 내에서는 주인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모든 존재를 자기 좋을, .
대로 갖다 쓰고 쓸모가 없으면 파괴해온 인간의 역사 및 삶의 방식을 정당화하는 말은 아니
다 작품은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끌어안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인간이 인간 외의 다른 존. ( )
재들에 대해 책임을 가질 것을 역시 한 세계의 주인인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관찰할 것을,
강조한다.
탐험대의 인적 구성이 흥미롭다 여성 대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호연의 시어머니가 식탁을* . .
엎는 장면 역시 재미있다.
어떤 물질의 사랑 어쨌든 너는 이 세상에 있잖아 그런데 무슨 진실이 더 필요해< > : “ , ?”
지금은 굳이 나를 무엇으로든 규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무엇도 되지 못하고 아무것도“ .
되지 않아도 된다.”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인 걸 모두가 같은 사람인 척하고“ . ,
있을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제목이 절묘하다 사랑이란 낭만화가 쉬운 개념 국가와 가부장제와 시장경제에 의해 이미 너. ,
덜너덜해질 정도로 낭만화 된 개념이다 그래서 객관적 인식을 방해한다 하지만 어떤 물질의. . ‘
사랑 이라고 하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 관계의 토대부터 점검하게 된다’ .
소설에서는 사랑을 이렇게 부른다 내가 노력해야지만 이어갈 수 있는 관계를 붙잡기 위한. “ ,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단어의 감정”(143)
주인공은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성별이 바뀌는 인물 배꼽이 없는 인물이다 어쩌면 사랑을, .
통해 새로운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내 존재가 바뀐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
사회적 시각으로 볼 때 주인공은 정상 범위 바깥의 존재다 주인공은 사랑을 할 때마다 상처.
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상처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랑은[ ] , .…
당연하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사랑을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반은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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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면 내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 ,
니까 내 고민은 오롯이 내 몸 에 대한 것이었지만 엄마는 한결같이 그 문제에. ‘ ’
대해 심드렁했다.
어쨌든 너는 이 세상에 있잖아 그런데 무슨 진실이 더 필요해, ? (111)
그러나 나 너 우리 그들은 어쨌든 이 세상에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있는 존재들/ / / .
에게 상처를 주려고 할까 그런 태도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두하나 지나는 공동묘지가 된 도시에서 하나가 입고 있던 옷으로 그 애의 시체를 찾아< > : “ ( )
야 했다 천을 거둘 때마다 절망과 희망이 교묘하게 섞여 이 세상 어느 단어로도 표현되. [...]
지 않는 감정에 휩싸였다 뱉어내지 못한 감정은 속에 켜켜이 쌓여 지층을 이루었다 절망이. .
역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건 개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227)
이 땅에 신이 있던가 우주에는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행성에는 신이 없다“ . . .
그러니 결국 지나의 기도는 중얼거림에 지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 중얼거렸다[...] . .
믿는 건 기도를 듣는 사람의 힘이 아니다 말의 힘이었으니까. .” (253)
배경은 남성들만 좀비로 감염시키는 의문의 전염병 이 창궐한 시대다 하나를 잃고 다른 하나‘ ’ .
두하나 를 얻는다는 설정이나 두하나가 좀비들의 언어를 알아듣는 유일한 존재라는 설정이( )
흥미롭다 두하나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지만 반복되는 전투에서 탐지기 역할을. ,
하며 스스로는 고갈되어 간다 절망과 희망을 교차시키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언어 이야기하기 이야기 듣기에 대해 생각해볼 점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얼마 전 막독에, / .
서 다룬 분노와 애정 에서 읽은 경청은 저항의 행동 이며 말하는 행위가 말하는 사람을< > “ ” “
바꾸어놓는다 는 문구가 떠올랐다” .
어쩌면 모든 남성이 좀비가 된 두하나 의 세계는 지금 현재의 한국처럼도 보인다 낙태 디< > . ,
지털 성폭력 권력형 성폭력 등의 문제를 대하는 정부 언론의 태도나 뉴스들 아래 난무하는, ,
댓글들을 보면 그렇다 여성들은 뱉어내지 못한 말들과 감정들을 품은 채 죽거나 피해자로 자.
리매김될 뿐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공론화되지 않는다 다행히 요즘은 성폭력 생존자 라는, . ‘ ’
말을 쓰기도 한다 생존자 라는 이 단어를 두하나 를 읽으며 자주 떠올렸다. ‘ ’ < > .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 살고 싶다는 건 무엇일까 여태껏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살아온< > : “ .
하루가 있었던가 살고 싶다는 것이 무엇을 포함하고 있는지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살아. [...] .
야 한다는 게 은지가 있던 창 없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면 은지는 살고 싶지 않, ,
았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 ’ .”
우리는 어쩌면 모두 알에서 태어난 건 아닐까 은지가 살고 있는 창문 없는 고시원을 보면?
오늘날 많은 인간은 알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갑자기 비무장.
지대에 생긴 구멍 은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고시원 방과 겹쳐진다 블랙홀은‘ ’ .
출구거나 어딘가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통로일까 탐험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하지만. .
은지가 처한 현실의 구멍이 있다 컴컴한 평짜리 방 그리고 가게의 월세와 나아질 것 같지. 3 .
않은 미래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이 고시원 구멍에는 과연 출구가 있을까. - ?
정세랑 단편 교시 어쩌면 인류가 정말 느린 자살을 택한 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것<7 > : “
대로 괜찮은 속죄일 것이다.” (227)